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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놓치겠어

숫자가 아닌 동네이름을 보기

by 맑은희망

“버스 놓치겠어 얼른 가”

아침부터 엄마는 “버스 놓치겠어 “를 반복한다.

예상은 했지만 버스가 아침 7시에 한대가 있고 그걸 놓치면 9시에 다음 버스가 있다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버스이기 때문이다.

엄마 말에 따르면 나는 굉장히 꾸물대는 스타일이라 열심히 가면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있다.


모두들 그 시간에 나가야 하는 사람들.

하지만 이미 나가야 하는 사람들도 가득 찬 버스.


“안으로 들어가세요”외치지만 자리가 없다.

결국 앞문 계단까지 사람이 서면 뒷문을 연다.

이번엔 뒷문으로 탑승한다 오히려 뒷자리가 여유가 있을 때도 있다.

얼른 손잡이를 잡지 않으면 구불구불한 길에서 중심을 못 잡고 넘어질 수도 있다. 어디든 잡아야 한다.

버스 요금을 잘 내는지 기사님이 볼 수 있을까? 싶지만 모두들 열심히 낸다.

버스표는 종이에 뽑아진 상태로 잘라서 스테이플러도 찝혀있어서 한 장씩 떼서 내면 된다.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사람들로 인해 기사님이 사이드미러가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으셔서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라고 하신다.

어떤 기사님은 중간에 쿨렁해서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기술도 선보인다.


아침등교 길에만 정류장이 아닌 곳인 학교 앞에서 버스를 세워주신다. 그러면 우르르 학생들이 내린다. 그러면 얼마 남지 않은 어르신들이 빈 의자에 앉는다.


하굣길에도 버스를 놓치면 한 시간 두 시간을 기다려야 했기에 선생님이 종례를 빨리 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야 했다. 그 십 분이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함을 선생님은 아실까?

차로는 10분 거리지만 걸어가면 40분이 걸렸다.


집에 가기 위해서는 시간을 맞춰 버스 정류장에 가야 했다. 버스에는 번호가 쓰여있지만 그 번호는 항상 바뀌었다. 그렇기 때문에 버스 앞에 붙은 동네 이름을 보고 버스를 타야 했다

친구들이 전화해서 한 번 놀러 오고 싶다는데 이 버스 시스템을 알려줄 자신이 없었다

“몇 번 버스 타?” “번호가 없어. 동네 이름이야” “뭐라고?”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그 시간에 타야 해 “하고 말하면 모두들 조용해진다. 나중에는 ”내가 서울 올라가면 만나자 “하고 이야기했다.


엄마는 항상 아침밥을 차려주셨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침은 먹어야 했다.

그날은 급하게 먹은 건지 버스에 사람이 많아서 그런 건지 멀미인 건지 체해서 어지럽고 속이 좋지 않았다.

친구는 학교 앞 문구점 아저씨가 손을 잘 딴다며 가자고 말했다.


문구점 아저씨는 아무렇지 않게 바늘을 꺼냈다.

등을 몇 번 세게 치고 어깨부터 팔, 손목까지 쓸어내리듯 치셨다.

그리고 손도 쓸어내리면서 엄지 손가락을 잡고 손톱 아래를 쿡 찔렀다.

검은 피다.

그 후로 속이 싹 가라앉았다.


문구점 아저씨는 너무 능숙하게 다시 아이들의 계산을 도와주셨다. 너무나 당연한 듯 아무렇지 않은 모습! 얼마나 많은 아이들의 손을 따줬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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