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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파마해 줄게

by 맑은희망

“우리 오늘은 산으로 집에 가자”

“산??”

나는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길을 잃으면 어떻게 하지? 산에 무서운 사람이 사는 건 아닐까? 뱀이 물면 어떻게 하지?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민정이의 말에 아무렇지 않은 척 따라나섰다.

학교 가는 길 옆에 있는 작은 산.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듯 딱히 길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민정이는 풀들 사이를 걸었다.

“옆에 풀이 날카로워. 살이 베일 수 있으니까 옷 걷지 말고 옆에 안 닿게 조심해”하고 말했다.

나는 민정이 뒤를 따라서 걸었다. 나무들 사이로 햇빛이 직선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햇빛이 전체를 비출 때는 몰랐지만 산에서의 햇빛은 나뭇잎 사이로 비취고 있어서 햇빛의 길이 보인다는 게 신기했다. 산은 더 선선했고 왠지 공기도 좋은 것 같았다.

“아카시아다”

민정이가 보여준 곳에는 아카시아 하얀 꽃이 피어있었다.

“아카시아 알아?”

나는 “아아아아아 아~~ 아카시아껌”하고 노래를 불렀다. 민정이가 손으로 입을 막으며 웃었다. 우리는 아카시아 나뭇잎을 떼서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부터 하나씩 잎을 떼었다.


나는 아카시아 나뭇잎을 한 번에 손으로 쓸어서 손에 담은 뒤 민정이에게 뿌려주었다. 우리는 “하나 둘 셋”하며 아카시아 나뭇잎을 뿌려보았다. 아카시아 나뭇잎이 그림처럼 퍼져서 천천히 내려왔다.

민정이는 “내가 파마해 줄게”하고 말한 뒤 아카시아 나뭇잎을 모두 떼어낸 나뭇가지를 들고 왔다. 나뭇가지를 반으로 접은 뒤 머리카락을 넣고 돌돌돌 말았다. 다 말은 뒤 동그랗게 말아서 접힌 부분에 나뭇가지 끝부분을 넣었다. “이거 나름 파마 잘된다”하고 말하며 민정이가 웃었다. 내 머리 두 군데를 해주어 나도 민정이 머리를 해주었다.

“이따가 집에 가서 풀어봐”


민정이는 “너 아카시아 먹어본 적 있어? 우리 엄마가 아카시아 튀겨줬는데 진짜 맛있었어”

“너희 엄마는 요리 잘하시나 봐?”하고 말하니 “응 특이한 요리하는 걸 좋아하셔”하고 말한다. “우리 엄마한테도 한 번 해달라고 해야지”하고 말하니 민정이가 웃었다.


아카시아 향기가 바람에 실려 달콤하게 코 주변을 맴돌았다. 그 후로는 아카시아 향기를 먼저 맡은 다음 아카시아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경숙이가 머리에 풀대기를 묶고 왔다.

"뭐 하냐?"

"이거 아카시아 파마야. 민정이가 해줬어. 언니 봐봐. 은근히 잘된대. "하며 경숙이는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풀었다. 엄마가 미용실 다녀온 것처럼 머리가 꼬불꼬불했다. 나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게 뭐야"

"왜 이쁘기만 하고만. 언니도 해줄까?"

"됐거든"하며 나는 옆에 소설책을 꺼내 들었다.

며칠 후 우연히 아카시아를 보았다. 아카시아를 보면 동생의 꼬불머리가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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