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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가 갖고 싶어

by 맑은희망

매일 뚜벅뚜벅 걷다 보면 내 옆을 지나 쌩 달려 나가는 자전거가 부러웠다


"엄마 나도 자전거 갖고 싶어"

학원을 다니고 싶다는 말도, 우유 급식을 하고 싶다는 말도 안 하는 내가 처음으로 꺼낸 말이다. 엄마는 얼마 후 어디서 얻어왔는지 검은색의 큰 자전거를 가지고 오셨다.

항상 모자를 쓰고 다니시는 학교 아저씨가 타시는 자전거였다. 뒷자리에 짐을 실을 수 있게 넓은 판이 있고 짐을 묶을 끈이 같이 있는… 일반 남자아이들이 타는 기아가 있는 자전거가 같고 싶었지만 나는 가릴 처지가 못 되었다.

자전거는 어른용이라 컸기 때문에 겁이 많은 나는 바로 타지 못하고 한 계단 정도의 살짝 턱이 있는 곳으로 끌고 가서 한 발을 올린 뒤 자전거를 타야 했다. 다리가 짧아서 어른들처럼 서서 바로 탈 수가 없었다.

자전거를 타면 그래도 쌩쌩 달려서 자전거를 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좁은 시골길에 트럭이 지나가면 무서워서 자전거를 세웠다. 그러면 다시 계단 높이의 턱을 찾아 자전거를 끌고 갔다. 계단 높이의 턱이 주변에 없으면 한참을 끌고 걸어가야 했다.

자전거를 학교 앞마당에 주차할 때면 다른 자전거와 비교가 되었지만 여기 아이들은 놀리거나 비교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몰래 세워두면 학교 아저씨껀 줄 알겠지' 하며 아이들이 안 볼 때 몰래 세워두었다. 다행인 건 굳이 자전거 잠금장치를 안 해도 된다는 거.

얼마 후 엄마가 외삼촌이 주셨다며 빨간색 자전거를 주셨다 여자아이들이 타는 안장 앞이 낮은, 앞에 작은 바구니가 달린 여성용 자전거였다 나는 남자아이들이 타는 기아 있는 게 타고 싶었지만 그래도 학교 아저씨 자전거보다야 백배 나았다. 타다 보면 남자아이들은 이미 저만큼 앞서갔다. 이기고 싶어서 기아를 바꾸면 체인이 빠져버려서 멈춰 서서 손에 잔뜩 기름을 묻히며 다시 끼어야 했다.

어느 날은 친구인 민정이가 뒤에 태워 달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자신이 없었지만 거절하지 못하고 뒤에 태웠다. 한참을 달리는데 또 트럭이 오고 있었다. 습관적으로 브레이크를 잡았는데 뒤에 민정이가 타서 그런지 균형을 잡지 못하고 쓱 기울어져서 옆에 밭으로 뚝 떨어졌다. 길이 더 높고 밭은 아래에 있다. 서있던 상태고 밭에는 어떤 게 심어져있지 않은 상태라 다행히 우리는 둘 다 다치지 않았다. 일어나서 옷에 묻은 흙을 털어냈다. 우리는 둘 다 아무 말이 없었다. 그 후로는 아무도 내 뒤에 탄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자전거는 여름이 되면 집에 가는 길에는 언덕길을 올라야 해서 더 더워졌다. 그냥은 올라가지지 않아서 일어서서 자전거를 타야 했다. 그러고 나면 허벅지가 단단해져서 알이 배긴 느낌이 들었다. 우리 집은 언덕 위에 있어서 마지막에는 끌고 올라가야 했다. 결국 더운 여름에는 자전거를 포기하고 걸어서 다녔다.

이웃집 오빠는 중학생이 되어 아줌마가 자전거를 사주셨다는데 바로 누가 훔쳐갔다고 하셨다. 그래서 아줌마랑 오빠는 매우 속상해했다

내 자전거는 잠가놓지 않아도 아무도 훔쳐가지 않았다 겨울이 되어 못 타게 된 뒤 녹이 슬어버렸다.


경숙이는 자전거를 타고 다녔지만 “난 어차피 자전거 무서워서 못 타 “하고 엄마에게 말했다.

어느 토요일이었다. 그날따라 선생님은 왜 이렇게 안 오는지... 버스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반장이 선생님을 찾으러 가니 다른 반 아이가 먹는 컵라면을 뺏어먹고 있다고 했다. 결국 버스를 놓쳤다. 걸어가면 40분. 버스는 1시간 10분 뒤에 있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아이들끼리 걸어서 가기로 했다.

아이들은 지나가는 차를 보며 엄지 손가락을 세웠다. 그냥 가는 차도 있었는데 한 트럭이 멈춰 섰다. 작은 트럭의 뒤에는 짐이 조금 있었지만 아이들이 모두 바퀴를 밟고 뒤자리에 탔다. 나도 덩달아 트럭의 짐칸에 타서 쭈그려 앉아 옆을 꽉 잡았다.


꼬부랑 길을 달리는 트럭은 울퉁불퉁한 길에서는 중심 잡기가 어려워서 꽉 잡았다. 차로는 금방 아랫마을에 도착했다. 한 명씩 차례대로 내렸다.

나도 내리다가 "지지직" 소리가 나며 치마 아랫단이 찢어졌다. 찢어진 치마를 잡고 집에 걸어서 왔다.

“엄마 꿰매어줘"하고 치마를 내미니 엄마는 "왜 이렇게 됐어?"하고 묻는다.

트럭의 뒤에 타고 오다가 내리면서 치마가 찢어졌다는 얘기를 차마 할 수가 없어서 '달리기 하다가 찢어졌어'하고 말했다.


최소한 1시간에 한 번은 버스가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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