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첫눈

눈이 아니라 그대가 내렸다

by 안명심


첫눈


바깥의 소란이 하얗게 지워지고

창밖을 훑고 지나간 모든 색채 위로

정지 화면 같은 백색의 기척이 내린다

묵은 기억들을 헹궈내는 낮고 고요한 숨소리

오래 묵혀두었던 첫 문장처럼

순백의 환희로 그대가 온다

​깊은 내면의 지도 위에서부터

오직 나만이 읽어낼 수 있는 비밀스러운 암호처럼

창밖으로 쏟아지는 감탄의 온도가

세상과 같은 두께로 쌓여가고

그대가 번진다


수수한 풍경인 줄 알았던 첫눈이

가장 뜨거운 깨달음으로 완성되는

아찔한 찰나,





#첫눈

#풍경

#투썸플레이스


(20251204 목요일/첫눈 )


詩作 노트

총회준비로 카페에서 노트북과 씨름하는 중
첫눈이 갑자기 쏟아졌다.
오래전 묵혀 두었던 문장이 순백의 순도로
다시 탄생하는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현실적인 피로 속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순수를 만나
결국 그 순수가 내 안에서 비롯됨을 깨닫는
감정적 이중 결산의 순간이었음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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