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하늘로 보낸 벗이여!
그대가 찾은 낯선 평온을
부디 두려워하지 마세요.
고요함이 그와의 시간을
옅게 만드는 증거일까 염려하지만
기억은 벽에 걸린 사진처럼
쉽게 바래 사라지지 않습니다
슬픔의 날카로운 조각들이
그대의 가장 깊은 수심으로 가라앉아
단단한 대지가 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옅어지는 것은 그대를 괴롭히던
고통의 표면일 뿐입니다
그의 존재는
그대의 가장 밑바닥, 가장 고요한 곳에서
영원히 숨 쉬는 얕은 물결처럼
그대의 삶을 지탱합니다
옅어짐은 잊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완전하고 깊은 형태의 간직입니다
그대의 모든 걸음과 숨결에 녹아들어
그는 영원히 가장 따스한 빛으로 남아있습니다.
#옅어짐
#상실
#대지
평온은 결코 그와의 추억이 옅어지는 징후가 아니다. 낯선 고요함 속에서 문득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하는 마음 자체가,
심장이 그를 얼마나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가장 투명하고 강력한 언어인 것이다.
우리는 흔히 상실을 '기억의 공백'이라 여긴다.
고통의 날카로운 조각들이 삶이라는 바다 가장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 바래지 않는 대지가 되고 있다고 나는 역설하고 싶다. 일상과 모든 숨결 아래 단단한 기반이 되어 영원히 숨 쉬고 있는 그의 존재는 결코 옅어질 수 없다. 여행지에서 남편을 두고 홀로 돌아오게된 벗에게
부디 지금의 고요함이 잊음이 아닌, 가장 완전한 형태의 간직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