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토닥토닥
오빠네 가족이 추석 연휴 동안 시끌 번쩍 놀고 간 다음 날 밤, 나는 훌쩍 커버린 아이를 오랜만에 토닥여 주며 재웠다.
아이는 최근 들어 아이의 아빠와 통화할 때마다 “아빠 보고 싶어서 전화했지~” 라던가 “아빠 사랑해”라는 멘트를 부쩍 자주 날렸다.
항상 아이의 아빠가 딸에게 전화를 걸고, 사랑한다는 말을 해달라고 말해야지만 해주던 아이라 나는 괜히 마음이 쓰였다.
특히나 곧 재혼을 하는 아빠에 대해 아이가 어떤 특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재우며 넌지시 물어보니 “그냥 아빠가 보고 싶은 게 당연하지~” 라며 대답했다.
“아빠랑 같이 안 살아서 속상해?”
어렵게 꺼낸 나의 질문에 아이는
“속상하지~ 그런데 괜찮아 매주 보니까~ 그렇지만 만약에 자주 못 보게 되면 나 우울증 같은 거 걸릴 것 같아”
라며 덤덤하게 대답하는 아이의 숨소리를 들어보니 아이는 소리 없이 흐느끼고 있었다.
평소 남들에게는 다 힘들 것 같은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아이라 우울증이라는 단어를 쓴 것에 나는 많이 놀랐다.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아이를 꼭 안고 토닥 토닥해주것 밖에 없다는 것이 정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아니 쓰라리고, 답답하고, 아팠다. 사실 그 어떤 표현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이었다.
나의 품 안에 안긴 딸은 이내 울음을 그치며 잠이 들었다.
나의 딸이 엄마인 나의 위로가 필요했던 것처럼 나 역시 엄마의 위로가 필요했다. 아이를 재운 후, 이 이야기를 엄마에게 털어놓으며 나의 참아왔던 울음은 왕하고 터져 나왔고, 엄마는 나를 안아 토닥여 주었다.
돈도 안 들고, 힘도 안 드는 이 단순한 행위 하나가 주는 힘은 언제나 참 경이롭다.
토닥 누군가 나를 두드려 주는 소리는 누군가가 해주는 말소리보다 진하고, 강한 위로가 된다.
어쩌면 예고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아이의 아픔에 대비해서 나의 ‘토닥토닥’력을 많이 키워놔야겠다.
아이와의 이야기 때문에 마음이 복잡해서 잠을 잘 못 잔 나는 아이에게
“엄마 잠을 잘 못 자서 너무 피곤한데 좀 안아줘.”
라고 부탁을 했다.
아이는 말없이 나를 꼭 안고 토닥여 줬다.
‘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