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사 Feb 18. 2022

자는 잠에 편안하게 가렴

오랜만에 엄마 집에 갔다. 만 16세 개아들 몽이와 함께.


엄마는 절뚝이는 개손주를 보더니, 뒷다리를 한참 동안 주물렀다.


"못 본 사이에 많이 추레해졌네. 그렇게 깔끔했는데……."


몽이 등을 쓰다듬던 엄마는 중얼중얼 속삭이듯 말했다.


"몽아, 자는 잠에 편안하게 가. 다음 생에는 꼭 부잣집 개로 태어나 호강하며 살아라."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몰래 훌쩍이는 엄마를 못 본 척했다. 그 대신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자는 잠에 편안하게 가세요, 편안하게……. 다음 생에는 꼭 부잣집에 태어나 호강하며 사세요. 말 잘 듣는 아들딸 낳아 효도도 많이 받으시구!"


엄마는 그제야 젖은 눈을 들어, 딸을 흘겨보며 웃었다.


아마도 엄마는 늙은 개손주를 보며 엄마의 말년을 떠올렸을 것이다. 엄마는 '엄마'로 살아오면서 매 순간 자식들이 잘 되길 소망했다. 그리고 이제 일흔을 앞둔 문턱에서, 엄마 자신을 위한 소망 하나를 품게 되었는데…….


'자는 잠에 편안하게 가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데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엄마의 마지막 소망 역시 자식들의 평안과 맞닿아 있었다. 그 마지막 소망에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길 원치 않는 엄마의 마음이 깃들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때까지도 개손주의 등을 어루만지는 굽은 엄마 등을 쓰다듬었다. 엄마가 잠깐이라도 '엄마'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길, 그래서 남은 삶을 좀 더 자유롭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오랫동안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