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하온

글을 쓰게 된 것은 그렇게 엄청난 결심은 아니었다. 처음 제대로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정신의학과 선생님께서 하고 싶은 것이나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라고 권유하셨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좋아하는 것과 취미가 나에게 없다고 생각했다. 하루 종일 잠만 자는 것,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가만히 있는 것 말고는 딱히 나에게 좋아하는 일이나 취미 같은 건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취미라는 것이 없다는 것에 대해 회의를 느끼기도 했다)


처음으로 내 감정을 기록하게 된 건 일기였고, 일기를 쓰다 보니 어렸을 적 시인을 꿈꿨던 어린 나의 모습이 기억났다. 나는 일기 숙제에서 시를 자주 써갔고 선생님께서 그 재능을 칭찬해 주셨던 기억이 있다. (당시 주제가 캔 커피였던 걸로 기억한다) 선생님께서 투박한 나의 글씨 아래 정갈한 글씨로 칭찬을 남겨주셨던 빨간색 필체가 아직도 기억난다. 어쩌면, 이런 나에게도 좋아하는 게 있었던 시간이 있었다.


이 이야기는 우울과 공생하면서 생활하는 나의 일상을 담고 있다. 어쩌면 삶에게 지는 이야기들일 수도 있다. 여전히 나는 정신질환과 투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삶을 살아내는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이곳저곳에서 오늘을 힘겹게 살아내고 있는 많은 하온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삶은 꼭 이겨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결코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오늘도 자책하며 하루를 보내지 못하고 있는 우울증을 비롯한 많은 정신질환 환자가 나의 글을 통해 자신의 우울에게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해줄 수 있기를, 그리고 미련 없이 길고 어두운 이 새벽을 마무리하고 내일을 맞이하길 기도해 본다.


또한 나의 우울에게 잘될 거라며 응원하고 위로해 주었던 가족들과 친구들 유경, 선웅, 은일, 용선, 은서 그리고 나의 존경하는 교수님들과 학교 선배들을 마지막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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