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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니노 Oct 12. 2024

[시] #43. 향락(享樂)의 부재


향락(享樂)의 부재 



흙탕물을 끼얹으며 살아간다는 것은 

씻을 수 없는 나의 치욕이요,

버릴 수 없는 나의 욕망이다.


어수선함을 달래기 위해 향했던 모든 발걸음은

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하는 자들과의 동행이요,

정처없이 흔들리던 내 마음이다.


지워지지 않는 향락의 순간들은

이불 포대기를 덮어도 

삽으로 구더기를 파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나의 역사요.


부끄러움으로 양볼을 물들이던 삶의 조각들이

어찌 그러느냐 물어도 대답없는 메아리가

숩시 년이 지난 지금 와서야 요란스럽게도 아우성 한다.


떳떳하지 못한 자세로 

어머니의 가슴 속에 지쳐진 모성애를 향해

입금을 불어대던 저 소년.


굽이굽이 뒤로 여늬어지는 촛불을 바라보며

간신히도 버티고 있는 저 어린 불꽃들에

소리없는 눈물만.


세상을 훤히 밝히지 못하여도

앞에 놓인 작은 기도문 하나 

겨우내 손에 들고 잠들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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