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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범생 Apr 28. 2021

매달 가계부를 쓰기로 했습니다

투자의 시작은 지출관리

저는 매달 21일 저녁에 꼭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한 달 치 가계부를 쓰는 일입니다. 벌써 20개월째, 총 20개의 가계부가 쌓였습니다. 이제는 한 달에 평균 얼마 정도 쓰는지, 얼마를 모을 수 있는지, 이번 달엔 많이 썼는지 적게 썼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투자를 위한 종잣돈을 조금 더 빠르게 모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는 월급을 줍니다. 그런데 제 돈은 어디로 갔을까요?

(단호) 일부는 저축했고, 나머진 다 썼을 겁니다. 사실 거의 모든 직장인의 고민입니다. 회사에서 매달 주는 월급이 며칠만 지나면 없어집니다. 매년 1월 연말정산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습니다. 한 해 동안 회사가 생각보다 많은 돈을 줬다는 사실을, 그에 못지않게 한 해 동안 정말 많은 돈을 썼다는 것을 말입니다. 매년 1월 다짐을 합니다. 올 한 해는 지출을 줄이고 돈을 많이 모으겠다고요.

 

매년 돈을 모으겠다고 다짐한다. 저금통이 기다린다.


1억 원을 모으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1억 원은 꽤나 상징적인 금액입니다. 100만 원이 100번 쌓여야 만들어지는 돈입니다. 대부분의 책과 재테크 유튜브 채널들이 종잣돈 1억 원을 모을 때까지는 투자하지 말고 저축에 전념하라고 강조합니다. 최소 1억 원은 있어야 어느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부동산 투자에도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1억 원이라는 종잣돈을 모은다고 생각해 보세요. 몇 년이 걸릴지 바로 계산이 되시나요?


이 계산을 위해서는 1년에 얼마를 모을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연봉 계약서에 적힌 숫자가 아닌, 진짜 연봉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봐야 합니다. 진짜 연봉은 1년 동안의 총 수입에서 총 지출을 뺀 만큼의 돈, 즉 실제로 우리가 1년에 모을 수 있는 순이익입니다. 진짜 연봉을 계산할 수 있어야 당장의 투자금을 모으는 계획을 세울 수 있고,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습니다.

 

진짜 연봉 = 1년 총 수입 - 1년 총 지출

3500만 원의 연봉을 받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네이버 임금 계산기로 월급을 계산해보면 이 사람은 한 달에 258만 원 정도의 금액이 매달 통장에 들어옵니다. 만약 이 사람이 매달 150만 원씩 지출한다고 생각해 보면, 통장에 남은 돈은 매달 108만 원입니다. 108만 원 X 12개월 = 1296만 원. 즉, 3500만 원의 연봉을 받으면서 매달 150만 원을 쓰는 사람의 진짜 연봉은 1300만 원 정도 됩니다. 이 사람은 1억 원의 투자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 7년 8개월 정도가 걸립니다.


회사에서는 연봉 인상을 쉽게 해주지 않지만, 지출을 줄이면 진짜 연봉은 올릴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3500만 원의 연봉을 받는 사람이 지출을 줄여 매달 100만 원만 사용한다면, 진짜 연봉이 1900만 원으로 늘어납니다. 1억 원의 투자 종잣돈을 모으기 위한 기간도 5년 3개월로 2년 5개월이나 줄어듭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같은 시기에 입사해서 비슷한 금액의 연봉을 받더라도 누군가는 지출을 줄여 목돈을 빨리 모으고, 집을 먼저 삽니다. 돈은 눈덩이를 굴리는 것과 같다고 하죠. 10년, 20년 후 그 차이는 더 커질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출을 관리해야 합니다.


한달에 딱 한 번 가계부를 쓰고 있습니다

지출을 관리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가계부를 매일 써보려고 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가계부를 쓰셨습니다. 식당에서도 마트에서도 영수증을 꼭 챙겨 가계부에 물풀로 붙이면서 정리하셨습니다. 저도 비슷하게 해보려고 했습니다. 하루하루 지출한 내역을 정리하고 가계부 앱을 이용해 카드 사용 내역을 정리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초등학생 일기 쓰기 방학숙제처럼 점점 쌓여갔습니다. 가계부 앱도 생각보다 인식률이 좋지 않아서 어차피 항목별로 다시 정리가 필요했습니다. 매일매일 가계부를 쓰는 건 정말 어렵다는 걸 느끼고 다른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매달 21일 월급날 저녁에 가계부를 쓰게 되었습니다. 앱도 안 쓰고 거창한 양식도 없습니다. 그냥 컴퓨터를 켜고 엑셀 파일을 만들어서 정리했습니다.


1. 엑셀을 켜놓고 제일 왼쪽 구석에 그날 들어온 월급을 적습니다.

2. 아래에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금액을 하나씩(적금, 통신비, 관리비, 주택청약, 보험)을 적습니다.

3. 오른쪽에 가지고 있는 카드별로 줄을 만듭니다

4. 카드사 앱을 이용해서 각 줄마다 사용 내역을 적어봅니다. 마지막엔 카드별로 쓴 금액의 합계를 구합니다.

5. 월급에서 2번, 4번에서 계산한 총 지출을 뺍니다. 그게 남은 월급입니다.(12개월치가 합쳐지면 진짜 연봉입니다.)


가계부를 보면서 반성을 합니다

가계부에는 지출 습관이 나타납니다. 어디를 자주 가는지, 어떤 메뉴를 자주 먹는지 다 알 수 있습니다. 제 가계부를 보면서 카페에서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쓴다는 것도, 편의점에 거의 하루에 한 번씩 들른다는 것도 매주 배달의 민족으로 치킨을 시켜먹는 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회사 탕비실의 커피 머신을 이용하면 커피값을 줄일 수 있습니다. 편의점에 습관적으로 들르는 것도 간식을 조금 줄인다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장도 이마트에서 한 번에 보면 같은 품목이어도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둘 씩 지출을 줄였습니다. 줄이고 줄이다 보니 어느 순간 카드값이 더 이상 줄어들지 않는 한계에 닿았습니다. 그만큼은 매달 제가 쓰는 최소 생활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는 고정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먼저 통신비를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오랫동안 쓰던 SK텔레콤에서 알뜰폰 통신사로 바꿔 매달 지출을 2만 원 정도 줄였습니다. 그 외에 매달 나가는 보험비를 줄이기 위해 보험 리모델링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월급의 얼마 이상을 저축해야 할까요?

처음 월급을 받았을 때 제일 궁금했던 질문이면서 제일 많이 찾아봤던 질문입니다. 누군가는 월급의 50% 이상을, 또 다른 누군가는 월급의 60% 이상을 저축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가계부를 쓰면서 느꼈습니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지출의 절약 한계가 있고, 평균 이상의 지출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극단적인 절약은 당장의 생활을 변화시켜야 하고 관계를 줄이고 집에 있는 시간을 늘리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우울해지거나 절약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계부를 써야 합니다. 내가 평소 얼마를 썼는지, 친구를 몇 번 만났고, 맛있는 건 몇 번이나 먹으러 갔는지를 적어보면, 최소한의 횟수를 정할 수 있습니다. 얼마 이상을 저축해야 할지, 얼마를 저축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은 각자의 가계부에 있습니다. 절약과 지출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다면 매달 그 지출 금액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만 하면 됩니다.




언젠가 진짜 부자가 되면 가계부를 쓰지 않게 될까요? 더 이상 돈을 세는 의미가 없을 때가 되면 가계부를 쓰지 않게 될까요? 아마 그때는 지출 관리가 더욱 중요할 것 같습니다. 지난 4월 21일에도 가계부를 썼습니다. 다음 달에도 가계부를 쓸 겁니다. 자본주의 속에서 살면서 가계부를 쓰는 습관은 계속 유지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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