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들어간 직장도 언젠가 끝이 있다
언젠가는 회사가 월급을 주지 않는다
제 월급날은 매달 21일입니다. 21일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잔고를 확인합니다. 아주 잠깐, 두어 시간 정도는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몇 시간 뒤, 적금이 빠져나갑니다. 그 후 대출 이자, 카드값이 빠져나간 후 약간의 돈이 통장에 남아있죠. 통장에 들어온 월급 중에 쓸 수 있는 돈이 별로 없습니다. 적금이 빠져나가지 않는다면 한 달에 쓸 수 있는 돈이 늘어났을 겁니다. 장바구니에만 담겨있던 옷도 사고, 유명한 스시 오마카세 식당도 가보고, 잠실의 시그니엘 호텔도 한 번은 묵어볼 수 있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우리는 저축해야 합니다. 어느 순간 회사에서 월급을 안주는 날이 올 테니까요.
25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월급 받을 수 있는 기간 말입니다. 입사할 때 동기들 평균 나이가 대충 스물여덟 정도였고, 회사에서는 임원분들 말고는 쉰다섯을 넘기신 분들을 찾기 어렵습니다. 어렵게 들어간 안정적인 직장도 언젠가 끝이 있습니다.
당신이 돈을 모으고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돈을 버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자본주의 세상에서 우리는 원래 생존을 위해 돈을 법니다. 가족들과 삼시 세끼 굶지 않기 위해, 추운 날 더운 날 밖에서 고생하다 병들지 않기 위해, 몸이 아플 때 적당하고 올바른 치료를 받기 위해 돈을 법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국가는 가난이 생존을 위협하지 않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사회보장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돈이 생존의 목적에서 벗어난 지금, 우리는 왜 돈을 모으고 투자해야 할까요? 좋은 집에 살고, 더 크고 비싼 차를 타고, 세계 여행을 가기 위해 재테크를 하는 걸까요?
은퇴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투자를 해야 합니다.
우리는 돈이 생존 단계에 가까워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재테크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근로 소득이 끝나는 은퇴 이후,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돈은 우리의 생존 단계와 가까워질 것입니다. 근로 소득이 끊기는 순간이 온다면, 우리는 그동안 모은 돈을 이용해서 생활해야 합니다. 은퇴 이후 일정한 소득이 있던 순간과 똑같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고정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모은 돈을 쓰면서 생활한다면 어느 순간 갑작스러운 큰일이 생겼을 때 돈을 한 번에 써야 할 수도 있습니다. 돈은 당신의 생활을 축소시킬 겁니다. 그렇게 점점 돈은 생활을 압박하다가 어느 순간 생존 단계의 코앞까지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은퇴 이후에는 얼마가 필요할까요?
25년 정도 돈을 벌고, 쉰다섯에 은퇴를 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대한민국 남녀 평균 기대 수명은 83.3세입니다. (2019년 기준, 통계청) 자본 소득이 별도로 없다면 대략 28년 정도를 은퇴 후 월급 없이 생활해야 합니다. 은퇴 이후 한 달에 얼마 정도 쓸 수 있을까요? 2019년 가계동향조사 연간 지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45만 7000원이라고 합니다. 그중 1인 가구는 142만 6000원, 2인 가구 이상은 288만 4000원입니다. 자녀들이 독립해서 나가고, 부부 둘이 은퇴 이후 아껴서 지출한다고 할 때 150만 원 정도 사용한다고 잡아도 결코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략적으로 계산하면 한 달에 150만 원씩, 1년에 1800만 원, 28년에 최소 5억 원 정도가 필요합니다. (주거 비용 제외한 현금 자산)
하지만 은퇴 필요 자금 5억 원은 28년 살면서 아무 일도 없을 경우입니다. 갑자기 큰 병에 걸린다거나 무슨 일이 생겨서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 된다면, 추가로 돈이 더 필요하겠죠. 건강하게 평균 수명보다 오래 산다고 생각하면 필요한 은퇴 자금이 점차 늘어날 겁니다. 평균 수명보다 오래 살았을 때 금전적으로 불행해지는 일이 없도록 충분한 은퇴 자금이 필요합니다.
인생의 버킷 리스트 중에 자금이 필요한 항목이 있다면, 그것들에 대한 비용도 은퇴 자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세계 여행 가기, 따뜻한 휴양지에서 쉬기 같은 계획은 충분한 자금이 있다면 언제든 떠날 수 있지만 은퇴 자금이 없다면 버킷 리스트를 위한 추가 수입을 만들어야만 할 것입니다.
부자는 일을 안 해도 자산이 늘어난다
소득에는 크게 근로 소득, 자본 소득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회사원은 근로 소득과 약간의 자본 소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 자본 소득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우상향 하는 금융 자산을 가지고 있다면 그 수익률과 금융 자산을 보유한 시간만큼 수익금이 나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CEO이자 대표적인 투자자인 워런 버핏은 1930년생(92세)의 고령입니다. 노련한 투자 기술로 장기적 우상향 하는 금융 자산을, 그중에서도 수익률이 좋은 자산들 위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버핏은 나이가 점점 더 들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이 늘어날 것입니다. 버핏이 아니라 주변에만 봐도 자산이 늘어나는 부자들을 볼 수 있습니다. 좋은 입지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장기적으로 우상향 하는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 부동산에서 매달 월세를 받거나 시세 차익을 얻는다면 그들은 근로소득 이외의 수입원을 얻은 것입니다.
다행인 건 직장인은 연금이 있다
부자가 아니어도, 자본 소득이 많지 않더라도 다행인 부분은 있습니다. 우리에겐 국민연금이 있습니다. 고령화에 따른 기금 고갈 등의 말이 많은 연금이기는 합니다만, 거의 모든 직장인들은 반강제적으로 국민 연금에 매달 돈을 내고 있습니다. 지급 시작 나이가 있지만 그때까지만 버틴다면 생존에 대한 걱정을 약간은 덜어도 됩니다. 특히나 국민연금은 인플레이션에 맞게 물가가 오른 만큼 연금 금액을 맞춰줍니다. 생각보다 훌륭한 연금 제도입니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알고 있나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앱스토어나 구글 스토어에서 내 곁에 국민연금(NPS) 앱을 다운로드하면 됩니다. 앱을 다운로드하고 공동인증서(공인인증서)로 로그인만 하면, 메인 화면에서 예상 노령연금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소득으로 만 60세까지 납부할 경우 언제부터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바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꼭 한 번씩 확인해서 노후 준비가 얼마나 되어있는지, 앞으로 얼마가 더 필요할지 확인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은퇴자금을 빨리 모으면 빠른 은퇴도 가능할까?
대략적인 은퇴자금을 계산할 수 있는 만큼, 빠르게 돈을 모으고 자산을 불려서 은퇴자금을 마련한다면 그만큼 은퇴를 앞당길 수도 있을 겁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도전하고 빠른 은퇴를 이뤄냅니다. 그들을 ‘파이어족’이라고 부릅니다. 굉장히 부럽습니다. 그들은 한 살이라도 젊은 나이에 은퇴를 해서 자신을 위해,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시간을 보냅니다.
책으로도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이 있습니다. 당장 눈앞의 마시멜로 하나를 먹는 게 아닌, 마시멜로 여러 개(나중의 큰 행복)를 위해 참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속에서 이 실험은 우리의 삶과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의 행복을 위한 지출보다, 남들보다 한 살이라도 빨리 은퇴해서 젊음이라는 시간을 산다면 그것이 더 큰 행복이 아닐까요. 그래서 재테크 공부를 하고 돈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은퇴 필요 자금을 28년 동안 월 150만원 정도 사용한다고 가정하고 간단하게 계산했습니다. 누군가는 매달 100만 원보다 적게 쓸 수도 있고, 누군가는 매달 200만 원도 적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주거 비용도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만약 안정된 주거 환경이 없다면 필요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정확한 은퇴 필요 자금은 개인별로 다를 겁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노후 준비와 재테크의 이유에 대해 한 번쯤 돌아봤다면 그걸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