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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범생 Jul 29. 2021

아이폰을 사고 싶어 애플 주식을 샀습니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고

핸드폰을 바꿀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핸드폰을 산지 3년이 다 되어갑니다. 2018년도 여름, 갤럭시 노트 9가 잘 나왔다기에 출시일을 기다려 샀습니다. 화면이 커서 유튜브 볼 때도 편했고, 게임하기에도 좋고, 펜도 있어서 어디서든 간단하게 메모하기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잘 되던 핸드폰에 하나둘씩 문제가 생깁니다. 한 번에 이것저것 많이 하다 보면 갑자기 멈추기도 하고, 버벅거리기도 합니다. 배터리도 예전보다 훨씬 빨리 방전됩니다.

이곳저곳 흠집도 신경 쓰입니다. 괜스레 화면 해상도를 떨어뜨리는 것 같아 보호 필름을 떼 버린 바람에, 점점 더러워져 가는 케이스를 빼버린 바람에, 화면과 뒷면에는 수많은 상처들이 생겨버렸습니다.


집 근처 이마트 지하엔 아이폰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것저것 살펴보니 디자인도, 컬러도, 빠른 반응속도도 좋아 보입니다. 그중 무게와 사이즈가 적당한 아이폰 12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iPhone 12, 애플 공식 홈페이지 캡처


어떻게 하면 현명한 소비자가 될 수 있을까요?

예전엔 핸드폰을 싸게 사려고 인터넷을 뒤져 최저가 금액대를 찾고, 강변 테크노마트로 갔습니다. 한두 시간 동안 매장들을 돌면서 제일 지원금을 많이 주는 곳을 찾고, 통신사 약정을 걸고, 즉시 기기값을 다 내는 현금 완납 조건으로 샀습니다. 


찾아보니 요새는 트렌드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요금제는 알뜰폰을 쓰고, 쿠팡에서 아이폰을 구매하더군요. 자체적으로 5%, 6% 할인을 해주고, 카드 할인까지 받으면 10% 넘게 할인 혜택을 받아 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알뜰폰 요금제를 쓰고 있기에 틈날 때마다 쿠팡에 아이폰 12를 검색했습니다. '오늘은 할인율이 올라갔나?' 확인하면서 말입니다. 이왕 100만 원 정도 비싸게 주고 사용하는 물건, 남들보다 한 푼이라도 더 아껴서 현명하게 구매하겠다는 다짐과 함께요.


그러다 어느 날, 열심히 쿠팡에서 아이폰 12를 검색하다 생각했습니다. 

"아, 현명한 소비자는 될 수 있어도 이러다 부자는 못되겠다."


중고 가격 방어가 잘 되는 아이폰, 나에게 자산이 될 수 있을까요?

아이폰 12 128기가 제품의 정가는 116만 원. 엄청 좋은 조건을 찾아도 100만 원은 들 것 같습니다. 한 달 생활비도 100만 원이 안되는데, 당장 이번 달에 100만 원의 지출이 추가된다면 어떻게 돈을 내야 할까요. 당장에 연이율 2% CMA 통장에 있는 비상금을 인출해 핸드폰을 사야 할 것 같습니다.

어디서 듣기론 아이폰은 감가가 적어서 쓰다가 나중에 팔아도 중고가를 꽤 높게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근 마켓 어플을 켰습니다. 뜯지도 않은 새 제품, 85만 원입니다. 출시한 지 3년 된 아이폰 X 62기가 제품은 당근가 29만 원이네요. 


3년 지나 70만 원의 감가상각, 3년 동안 CMA에 100만 원을 넣어두었다면 얻을 수 있었던 기대 수익률 6만 원 정도. 지금 아이폰을 사면 3년 뒤 나는 76만 원만큼 현금 자산이 감소하게 될 거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재테크의 기본서로 불리는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책에서 로버트 기요사키는 부자가 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부자들은 자산을 취득한다.
그렇지만 가난한 이들과 중산층은 부채를 얻으면서 그것을 자산이라 여기지.
- p.109


부자들은 어떻게 사치품을 살까요?

자산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부채인 물건들 중에는 최신 휴대폰 말고도 자동차가 있습니다. 아무리 감가 방어가 잘 되는 차종이라도 구매하고 돌아서면 바로 부채가 돼버립니다. 자동차 보험료와 세금, 늘어나는 기름값, 나중에 중고차로 팔 때 생기는 감가상각까지. 구매하는 물건의 비용이 클수록 부채의 크기가 커지게 되고, 그만큼 각자의 자산이 줄어듭니다. 


도로의 수많은 외제차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부자라서 외제차를 몰고도 자산의 감소를 견디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누군가는 미래를 팔아 현재의 만족을 누리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물론, 다른 누군가는 스포츠카를 타면서도 자동차로 자산을 늘리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좋은 자동차가 주는 만족을, 제가 사고 싶어 하는 아이폰이 주는 감성적인 만족을 부채라는 이유만으로 계속 멀리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부자들은 어떻게 사치품을 구매할까요?



책에서 로버트 기요사키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부자와 그렇지 못한 이들의 중요한 차이점은, 부자들은 사치품을 가장 나중에 사는 반면, 가난한 이들과 중산층은 그것들을 먼저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 p.171


그러면서 로버트의 아내가 벤츠를 사기 위해 아파트를 먼저 샀고, 그 부동산의 가치가 불어나 벤츠를 사기에 충분한 수입을 만들어 낼 때까지 사 년을 기다렸다는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브런치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경작인 작가님의 "투자수익으로 차를 사고 깨달은 것"이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https://brunch.co.kr/@sh1-click/31)

간단히 소개드리자면 차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자동차 구매를 위해 부동산이라는 자산을 먼저 샀습니다. 그렇게 2번의 부동산 자산을 구매했고 1년이라는 시간 끝에 수익을 얻어 원래 원하던 자동차보다 비싼 BMW SUV를 결국 구매했다는 내용입니다.


위의 두 가지 이야기를 읽고 어떻게 사치품을 사야 하는 것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즉, 우리는 당장의 자산을 깎아 사치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그 돈으로 자산을 굴려서 얻은 수익으로 사치품을 사야 하는 것임을 배울 수 있습니다.


아이폰을 사기 위해 애플 주식을 샀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폰을 사기 위해 애플 주식을 샀습니다. 아이폰 12를 현금으로 산다면 출금을 하려 했던 그 CMA 통장을 활용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돈을 모아 주식을 샀습니다. 

부자들처럼 행동하기 위해 주식이라는 자산을 먼저 샀고, 최신 핸드폰이라는 사치품을 나중으로 미뤘습니다.

 

아이폰을 언제쯤 살 수 있을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지금 핸드폰이 고장 나기 전에는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머지않아 출시될 다음 버전의 아이폰을 살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 보입니다.


아이폰 12 다섯 대를 살 수 있는 돈으로 이제 아이폰 12의 절반 정도를 구매할 수 있는 수익을 만들었습니다.

근로 소득이 아닌 자본 소득으로, 원하는 물건을 사는 날이 얼른 오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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