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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호 림 Sep 10. 2022

아버지는 양고기가 좋다고 하셨지

나의 펀딩이야기 #2

양고기를 좋아하시나요?

 양고기와의 만남은 어떤 형태였나요? 아직 맥주의 청량감을 모르는 초딩  사촌동생도 양꼬치앤칭따오는 아는 체합니다. 양꼬치는 삼겹살 같은 존재가 아닐까요. 쉽게 접할  있는 음식이니까요.


그러나   양고기는 양꼬치가 아닌 양갈비입니다. 처음이라는 낯선 상황임에도, 용감하게 집에서 직접 조리해먹었습니다. 1 미만 어린양  최고급 솔더랙, 제가 펀딩했던 오땡고기의 양고기입니다. ​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한 빌드업

저는 이벤트를 좋아합니다. 기념일을 좋아하죠. 기념일은 당사자가 챙기지 않으면 그저 아무 날도 아닌 평범한 날이 되어 버립니다. 매일이 기념일처럼 특별하고 다채롭다면 딱히 기념일이 필요 없겠습니다만, 우리의 인생은 쓴맛 투성이기에 가끔 증강현실 같은 하루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기념일이라는 갖가지 건수를 만들어 평소와 다른 요소를 즐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날도 그 덕분에 양고기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


그래놀라 첫 펀딩을 시작으로, 펀딩 앱은 저에게 인스타그램과 같은 심심하면 들어가 보는 채널이 되었습니다. 마침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없나 흥미롭게 서칭 중이었죠. “양갈비와 특수부위 양 티본으로!!”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양고기인데, 비싸서 양고기의 야도 꺼내보지 못했던 건데!


마침 좋은 핑곗거리가 생각났습니다. 3월은 아버지의 생일이 있는 달입니다. 제가 우리 가족 구성원 중 제일 잘하는 것은 말로 아버지 구슬리기입니다. 틈만 나면 중국 출장에서 양고기앤칭따오를 즐긴 썰을 풀던 아버지였기에, 양고기를 저렴하게 접할 수 있대! 아빠 생일이잖아~ 와 같은 말들은 정확히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그렇게 제 인생 첫 양고기는 최고급 숄더랙이 되었습니다.


무려 N차 펀딩을 진행한 오땡고기 / 출처 : 와디즈


펀딩 참여 즉시 결제와 배송이 이루어지지 않는 짜릿한 펀딩의 묘미 덕분에 양고기는 정말 아버지의 생일에 맞추어 선물처럼 배송되었습니다.


첫 양고기, 최고의 경험이 되도록

제가 생각하는 펀딩의 장점은 리워드가 패키지처럼 제공된다는 겁니다. 제품 하나만 배송되는 것이 아니라, 메인 제품을 빛나게 해 줄 여러 서브 제품들이 다양한 구성으로 리워드를 이룹니다. 서포터는 구미가 당기는 리워드를 선택하고, 이후 배송 시 꾸러미를 펼치는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제가 펀딩한 양고기도 갖가지 시즈닝 세트와 함께 배송되었습니다. 참 친절한 구성이었습니다. 마리네이드를 할 수 있는 버터도 있었거든요.


제 먹고사니즘에는 대충 따윈 없습니다. 펀딩 전, 프로젝트 스토리를 정독해 “나도 미슐랭 3-star 양갈비 스테이크 만들기” 설명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참 친절한 메이커님입니다. 조리 단계별 설명과 꿀팁이 적힌 친절한 스토리였거든요. 외우기에는 다소 부족한 머리라 옆에 켜놓고 조리를 시작했습니다.


출처 : 와디즈


직접 조리를 해 먹는다는 것은 앞치마를 두르는 것부터가 식사의 시작입니다. 아직 입에 넣지 않았지만, 촉감과 기대감이 식사를 만족시켜줄 새로운 감각을 차지합니다. ​


오늘의 식사가, 오늘의 메뉴가 특별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켰습니다.  내음 가득한 멜로디와 함께 양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갔습니다. 4가지의 시즈닝이 그날 식사를  재미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때문에 처음부터 입만 높아졌지만요.

                                                                                                                                                                                    

맛이 남긴 연쇄 추억

비록 양꼬치는 아니었지만, 숄더랙을 함께하며 아버지는 중국에서 먹은 양꼬치앤칭따오 썰을 다시 한번 풀었습니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이야기지만, 이야기  고기를 먹으면서 들었던 덕분인지, 내가 추천해서 펀딩한  고기 맛없으면 어쩌지 불안했던 마음이 좋은 풍미에 스르륵 녹아서인지, 그날따라 마음이 너그러워졌습니다. ​


좋은 기억은 다시 그 경험을 불러일으킵니다. 아버지의 생일, 어느 날 선물처럼 배송된 ‘최고급’ 숄더랙, 가족 다 함께 준비한 식사라는 세 요소는 향수를 불러일으켜 다시 한번 오땡고기를 찾게 만들었습니다. 처음 오땡고기의 양고기를 먹는 여정이 준 만족감에 우리 가족은 가끔 ‘숄더랙’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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