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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naim Lee Oct 05. 2022

오늘만

그만의 '만'은 더 늦기 전에 '만'인가

1

차가 골목으로 들어오면 그들이 부르는 노래를 우리가 맞춰야 하는 예능 같았는데 홍기가 노래 몇 곡을 불렀는데 세네 곡 중 어떤 한 곡만 딱 맘에 들어서 넌 진짜 그 곡이 진리다 그랬더니 요즘 노래 안 불러서 못 부른 것 같다고


2

사실 홍기가 부른 것 중 그의 창법이나 보이스 컬러에 찰떡인 곡이 개인적으로 많이 없다고 느껴서 예를 들면 사랑아, 사랑했었다 같이 계속 듣게 하는 곡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좋은 목소리에는 좋은 곡이 필요하다


3

노래방 안 간 지 좀 된 것 같다 가서 지르면 좀 시원한데 다녀오면 목이 쉬니 사실 목이 약한 편인데 그래도 다섯 살 때부터 노래하고 싶어 하는 게 전생에 새였나 싶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가 그중 가장 잘못된 건 나 일 것이다 세상이 날 짓밟아 죽였어도 계속 불렀으면 죽어서라도 노래했겠지 내 소원처럼 노래가 지옥이 되어서 포기했다 나보다 더 재능 있던 그 개새끼도 결국 돈을 택했고


4

어제는 저녁 잘 먹고 게임하다 잠들었다

글 쓰고 싶었는데 또 밤샐까 봐 그러다 잠든 것 같다

요즘은 하루하루를 버틴다는 마음으로 산다 사람이 딱

숨만 꼴깍이 게 살다 보면 정체성이 흐려지기 마련이다


5

시련이 마련이 되는 거 슬픈 거 알아

원하는 걸 손에서 매번 놓치면서 살아왔는데 꾸역꾸역 살다 보면 손에 똥도 된장도 묻히는 법이다

사랑에 끝없이 실패하고 사람에 끝없이 실패한다


6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나의 재능이 나를 죽인다는 것


7

그만의 만은 더 늦기 전에 만인가


8

같은 환경과 사건들로 꿈을 포기하면서 머리카락을 내 손으로 잘랐었다 지금은 그럴 용기도 없다 머리카락을 기른다는 것은 나를 가리고 싶다는 뜻이고 되도록 안정적이게 살고 싶다는 바람이기도 하다 죽고 다시 태어나고 싶을 정도로 나의 삶은 실패와 풍파로 가득하다 바르게 살려고 하면 할수록 뜨겁게 살려고 하면 할수록


9

눈뜨자마자 이토록 슬퍼지는 이유는

납득 가능한 꿈속의 미션에 비해서 이해되지 않는 현실이 시작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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