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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naim Lee Nov 26. 2022

일요일

1

목사님 설교만 듣고 <그 교회>에 다녀왔고 그곳에서 지난 주와는 극도로 다른 결을 느꼈다 열다섯 명 남짓한 청년부들의 인상은 대체로 선하고 바르고 마음이 아프거나 사람들과 어울리기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모여 위로받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도 세상에 있는 교회와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기에 이곳에 나온 거겠지 청년부 말씀은 대체로 쉽고 위로가 되는 말씀을 큐티 나누듯 하셨다 믿는 페미라는 모임도 있었고 청년부 예배당은 골방에 가까웠다 분명 이것이 대형교회보다는 마음이 편한 것도 사실이었는데 나는 그들 사이에서 튀고 있었다 일단 복장부터도 튀었는데 그들이 코드나 니트에 청바지를 입고 있던 것에 반해_규정이 아니라 취향 문제일 것이다_ 나는 라이더 재킷에 올블랙에 뭐 그게 내 기준에서는 깔끔한 복장이었지만 분명 튀고 있었다 그리고 회장으로 보이는 분을 제외하고 말을 걸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총량의 법칙이 떠올랐다


2

찬양하고 기도하고 누군가를 위해 기도 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을 내려놓고 욕심이나 열정도 내려놓고 본질을 들여다보기 위해 애썼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

지혜로운 사람은 어떤 것을 선택하는가


3

저는 아직도 사람들이 환멸 나요

많은 사람들 틈 속에 서면 벗어나고 싶을 정도로

아무 말도 섞고 싶지 않을 정도로

무의식을 경계해야 해

말과 행동으로 새어 나오는 것들

그것을 보고 사람의 순도를 측정한다

짙은 농도를 가진 사람들은 오래간다

코롱보다 퍼퓸을 뿌리며 살아야 한다


4

한번 깨어진 접시는 금이 선명하다 그 접시에 뭐라도 담아낼 수 있는 자가 지혜로운 자이고 자비로운 자이고 그렇지만 나는 특이한 무늬나 클래식한  디자인보다는 감각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을 선호한다 가족이어도 접시의 취향은 확실히 갈리고


5

마음에 날이 서고 몸이 왜 이리 무겁나 했더니 곧 생리가 시작될 것 같았다 비가 올 거라는 기대를 하면 어김없이 번개만 쳐댄다 먹구름 사이에서 번쩍거리며 시선을 사로잡는 사람들 지난주에는 전쟁이라도 난 듯 천둥이 울렸다 공포 그 자체였다 나는 언제나 자기 고백적인 사람들을 지나칠 수 없다 우는 자와 같이 울고 웃는 자와 같이 웃어주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6

인간은 근본이 이기적입니다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가장 

슬프고 괴롭게 느낍니다 

목사님은 맞는 말도 멋있게 하셨다


7

타인의 감정에 둔한 요즘 사람들

모든 것에 피해자만 남고 가해자는 증발된 이유다


8

나의 슬픔과 괴로움은 온전히 나의 것

나의 선함도 누군가에게는 약자로 비치겠지만


9

눈을 감으면 종이컵들이 성벽처럼 쌓여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탑처럼 그렇지만 이 게임은

누가 빠르고 정확하게 컵들을 한 곳으로 쌓아놓는가


10

우리가 하는 기도들이 모두 내 삶에 와닿고 있다면

부디 어제 드린 기도를 들어주소서 혼란스러운 마음에는 평안을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은 용서를 주님이 이끄시는 대로 나아갈 용기를 


11

매 순간 감사를 하기로 한다 감사는 신앙의 여부에 상관없이 결국에 감사로 돌아온다 이 법칙을 안다면 본체가 흔들릴 이유도 없고 관계나 관념도 선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찬양을 하면서 눈물이 고였는데 이제는 흘려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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