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을 나와, 매일의 일상에 함께하는 존재로
브랜드 디자이너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공유합니다.
디자인 토크쇼 쉑 댓 브디브디
안녕하세요, 브디 1 김쟈입니다.
저는 지금 노트북 앞에 앉아 녹차맛 단백질 쉐이크를 한 잔 때리고 있습니다. 조금 이따 PT를 가야 하는데, 슨생님께서 점심, 저녁 사이 공복이 길어지면 안된다고, 뭐라도 먹고 와야 한다고 하셨거든요.
이럴 때 단백질 쉐이크는 아주 좋은 선택입니다. 간편하고 빠르게 단백질을 채울 수 있는데다가 맛있기도 하니깐요. 말이 나온 김에, 오늘은 단백질 쉐이크 패키지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요.
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제품은 헬스장을 밥 먹듯이 가는 사람들만 먹는다고 생각했어요. 요새는 꽤 넓은 범주의 사람들이 단백질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찾는 것 같습니다.
문득 올리브영에는 얼마나 많은 단백질 쉐이크가 입점되어 있는지 궁금해져 바로 검색해보았습니다.
정말 많다!
실제로 자료를 찾아보니, 국내 단백질 음료 시장 규모는 2018년 약 813억 원에서 2022년 3,400억 원으로 4배 이상 성장했으며, 2025년에는 4,0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요. (출처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저속노화, 스위치온 다이어트 등 웰니스와 건강이 트렌드인 지금, 단백질을 챙기기에 자연스레 관심이 높아질 수 밖에 없겠어요. 아무래도 우리는 오랫동안 떡볶이를 먹은 뒤 2차전으로는 볶음밥을, 칼국수를 먹고 죽을 디저트로 먹어오던 탄수화물의 민족이니깐요.
단백질 쉐이크는 확실히 맛도, 브랜드도 다양해졌습니다. 흑임자 맛, 말차 맛, 딸기 맛, 커피 맛 등등! 입맛과 취향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크런치한 토핑들을 추가해 식감까지 잡아 만족감을 선사하는 제품도 많아요. 정말 근육과 벌크업을 위한 보충제를 넘어, 다이어트를 위한 라인까지 확대되며 헬스장을 벗어나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들어온 셈이죠.
그렇다면, 새로이 등장한 단쉐들이 과거에 비해 어떻게 진화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우선 전통적인 단백질 쉐이크들을 살펴볼게요. 주로 근육 증량과 벌크업을 위한 보충제들이에요. 제가 '단백질 쉐이크'라고 했을 때 보통 떠올리던 이미지에요. 이들을 그냥 제 마음대로 1세대 단백질 쉐이크라고 불러보겠습니다.
① 옵티멈 뉴트리션 Optimum Nutrition : 블랙+골드+레드, 볼드한 타이포
1986년 설립된 세계 1위 유청 단백질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를 보니, 6가지 라인이 있어요. 식물성 / 식사대용 / 에너지용 등 목적에 따라 선택할 수 있고, 큰 타이포그라피와 컬러를 통해 카테고리를 구분해주네요.
이 중 가장 유명한 '골드 스탠다드 웨이'를 좀 더 살펴보았어요. 아니 그런데, 정말 많고 다양한 맛이 존재하네요? 저처럼 이 브랜드를 처음 보는 소비자의 입장에선 통일성이 강한 패키지 때문에 다양한 맛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나갈 수 있겠어요.
딸기향, 모카 카푸치노향 제품을 크게 볼게요.
누끼 컷 뒤, 소용돌이 액체 비주얼을 뺀 패키지만 보면 두 제품이 다른 맛이라는 걸 구별해주는 디자인은 패키지 하단 가로로 긴 작은 바의 컬러를 통해서입니다.
짐승용량 통에 비해 너무 작지 않나요? 하필 위치도 패키지 아래쪽이라 눈에 잘 띄지 않고, 제 역할을 해보려고 노력하는 바의 어깨가 유독 무거워 보입니다. ((ㅠㅠ)) 이 아이에게만 이렇게 무거운 짐을 홀로 지워준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해집니다. 블랙, 골드, 레드의 컬러가 '세계 1위' 브랜드의 시그니처 정체성이라, 통일감을 위해 맛의 구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걸까요?
어찌되었든 만약 두 제품을 다 사둔 마이너스 시력의 사람이라면, 꼭 안경을 착용하고 단쉐를 조제해야겠네요.
② 머슬테크 Muscle Tech : 블랙+레드+퍼플, 볼드한 타이포
1995년 설립된 북미 대표 프로틴 전문 브랜드. 전 세계 140여 개국에 유통되고 있다고 합니다. 브랜드 네이밍부터 근육을 기계적인 속도로 올리겠다는 매서운 열정이 느껴져요.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크레아틴, 프로틴, 운동 전, 비타민 등 다양한 용도의 카테고리가 있어요. 이 중 '프로틴'을 클릭한 페이지입니다. 레드, 퍼플이 크게 눈에 띄는데, 레드는 'Nitro Tech'(근육에 집중한 고단백), 퍼플은 'Mass Tech' (벌크업 용도)에 사용하며 큰 목적을 구분해주네요.
전반적으로 블랙, 레드/퍼플 컬러를 활용하고 있고, 임팩트 있는 볼드한 영문 타이포그라피를 통해 제품군을 구별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① 옵티멈 뉴트리션과 비슷한 인상이네요.
이 중 제일 다양한 맛의 두 번째 제품 'Nitro Tech 100% Whey Gold'. 맛 별로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비교해보았습니다.
기본 라인의 경우 우하단의 누끼 이미지로 ① 옵티멈 뉴트리션과 비슷한 정도로 작고 사소한 구분을 해주는가 하더니, 리미티드 에디션에서 갑자기 무언가 족쇄가 풀린 듯한 자유로운 느낌~
③ 신타6 Syntha-6 : 레드, 블랙, 강렬한 타이포
2001년 설립된 미국 스포츠 뉴트리션 브랜드인 BSN사에서 제조한 단백질 쉐이크입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위에서 살펴본 두 브랜드와 비슷한 문법을 가지고 있네요. 그래도 앞선 브랜드들보단 한 눈에 어떤 맛인지 느껴지는 편!
통일성 강한 디자인. 강한 타이포, 강한 색상 사용. 약한 맛 구분.
기존에 생각하던, 헬스인이 섭취하는 단백질 쉐이크 브랜드 이미지는 이런 강렬한 느낌 때문인지 접근이 어려운 느낌도 들고, 운동을 해야만 (그것도 엄청나게 근력을 쳐야만) 섭취할 수 있는 인상이었어요. 그냥 헬스장이라는 공간 자체가 패키지로 변신한 것 같기도 하고.. 그 에너지와.. 그런 약간 부담스러운 그런 느낌..?
오늘 제가 마신 제품은 '프로티원' 제품인데요. 알록달록한 패키지가 특징이에요. 이렇게 헬스장을 벗어나서 마셔도 될 것 같은 단백질 쉐이크를 제 마음대로 2세대 단백질 쉐이크라고 불러볼게요. 대체로 '나를 위한' '건강한' 등의 키워드를 담아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어요.
① 프로티원 : 깔끔, 미니멀, 알록달록.
1세대 단백질 쉐이크들과 확실히 다르죠? 프로틴을 담은 통 색부터 컬러풀하고, 색감도 예뻐서 별다른 장치가 없어도 눈에 띕니다. 올리브영에서 이 브랜드를 처음 보았는데, 로고를 크게 박은 미니멀한 디자인과 컬러감 덕분에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통 전체에 색상을 입히다보니, 맛은 확실히 구분되어 우상단에 작게 스크립트 서체로 쓴 이름은 굳이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내친 김에 로고까지 살펴봅니다. Gilroy 혹은 Poppins 폰트 그 어디즈음 있어보여서 직접 타이핑해서 비교해 보았어요. 지오메트릭한 폰트를 베이스로 한 덕에 볼드함과 귀여움이 함께 느껴져요. 중간 기호들은 귀여움을 한층 더해주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거나 외국인들이 읽기 어려울 듯 해요. (프..ㄹ..티..네..? 혹은 프로티..네?)
프로티원 홈페이지에는 브랜드 스토리가 정리된 탭이 있어요. “특별한 ‘나’를 위해, 먹는 즐거움을 만드는 프로티원" 이라고 브랜드를 한 줄로 소개하고 있어요. '나'를 위한 브랜드라는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② 플라이밀 : 토핑에 진심이구나.
마치 카페에서 파는 메뉴처럼, 예쁜 유리잔에 아주 공들여 음료를 꾸며 (..어머, 단백질 쉐이크인데 사진을 보며 쓰는 동안 저도 모르게 음료라고 했습니다... 효과가 좋네요.) 사진을 찍고, 정중앙에 크게 넣었습니다. 사실 슥 볼 땐 그냥 그렇구나~ 했는데 열심히 뜯어보니 시적 허용이 굉장하네요. (고구마 저거 너무 비현실적인거 아닌가요.) 어쨌든 그만큼 토핑과 맛에 자신 있다는 뜻으로 들려요. 카페에서 파는 음료로 착각할 만큼요. 하지만 그럼에도 단백질이 낭낭하다는 단백질 그램 수 표시를 유리잔과 마주보는 상단에 위치시켜 강조하네요.
③ 오늘로 : 뭔가 프로페셔널 해보인다.
위 두 제품은 여러분들도 어느 정도 친숙하고 많이 봐 오셨을 것 같아요. 요 브랜드는 오늘 올리브영을 검색하다가 알게 된 처음 보는 브랜드에요. 비슷하게 알록달록한 단백질 쉐이크들 사이로 오히려 미니멀한 느낌을 가진 비주얼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오늘로' 라는 한글 네이밍이 영문 로고로 표기되니, 마치 해외 브랜드 같은 인상이 드네요.
대용량의 경우 플라스틱 통이 아닌 파우치 형태입니다. 맛의 구분은 컬러와 직관적인 사진 누끼컷 정도. 위에서 살펴본 1세대 브랜드들과 비슷한 인상이 들기도 해서, 실제 성분을 막 따지고 보지 않았지만 비주얼로만 보았을 때 다른 2세대들보다 좀 더 프로페셔널한 느낌이 들어 신기해요. 역시 뭐든지 다 비슷해지면 안 된다는 교훈을..
제품 이미지 말고 브랜드가 좀 더 궁금해서, 공식 홈페이지를 접속해보았어요. 패키지에서 오는 1세대의 느낌적인 느낌 때문에, 혹시 헬스장 이미지를 보여주려나 궁금했거든요.
브랜드에 대한 설명이 있는 페이지인데, 흡사 쇼핑몰이나 패션 브랜드 같습니다. 갓생 사는 언니들이 에어팟 맥스 끼고 러닝하고 나서 마시는 프로틴 느낌도 들고 말이죠?
살펴본 세 브랜드들은 모두 미니멀하고, 부담스러운 비주얼이 아니라는 특징을 공유합니다. 개인적으로 세브랜드가 미묘하게 다르게 느껴졌는데요.
- 프로티원의 경우 큐트 & 친근 & 다가가기 쉬운 비주얼로 소비자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응원하는 친구 같은 역할,
- 플라이밀의 경우 카페만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료,
- 오늘로의 경우 시크하고 멋진 갓생걸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이미지를 전달하네요.
미니멀하다.
귀엽고 친근하게 응원하거나,
시크하거나. 아님 그냥 맛있거나.
이번 토크를 위해 찾아보며 놀랐던 점은 1세대 단백질 쉐이크들의 맛 종류가 생각보다 다양하단 것이었어요. 저는 사실 1세대 단쉐를 마셔보지 않아서 맛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종류만 따지고 보면 생각보다 다양하죠. 2세대 단백질 쉐이크들이 컬러와 상세페이지에서 '속세맛' '디저트' 등의 단어 + 비주얼로 맛을 강조하길래 무의식적으로 요즘에 더 다양한 맛이 생겨났다고 생각했거든요.
비단 패키지뿐 아니라, 상세페이지, 인스타그램 피드만 보아도 확연한 차이가 느껴집니다. 1세대 단백질 쉐이크 브랜드들은 우락부락한 몸을 가진 벌크업 된 모델이 헬스장에 앉아 있고요. 2세대 브랜드들은 자연스러운 모습과 행복한 미소를 보여주며 일상 속 간편히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요. 패키지와 상세 페이지, 인스타그램 피드 등등으로 겹겹이 쌓인 브랜드 이미지 레이어를 통해 우리는 이 브랜드가 이런 점을 소구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됩니다.
커지는 시장 속, 점점 늘어나는 단백질 쉐이크 브랜드들이 롱런하기 위해선 각자의 브랜드의 차별성을 잘 생각하고, 타겟에 따라 패키지 디자인과 비주얼 커뮤니케이션까지 섬세히 고려해야만 할거에요. 헬스와 근육에 초점을 더 맞출것인가, 라이프스타일 속으로 들어오는 걸 목표로 할 것인가. 결국 소비자들은 내가 찾는 브랜드인지, 비주얼로 직관적으로 판단하게 되니까요. 내가 이 단백질 쉐이크를 구매해도 되려나? 이 통을 책상 옆에 두어도 될까? 싶은 생각들요.
오늘의 토크에선 근육에 초점을 맞춘 단백질 쉐이크들과 일상 생활 속 소비자를 타겟으로 한 단백질 쉐이크, 크게 두 분류로 나누어 세 브랜드씩 살펴보았어요. 어느 점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확연히 다른 시각 언어를 사용하고, 이걸 통해 어느 소비자 입장에서 진입 장벽이 느껴지기도 하겠다는 점을 느꼈어요.
- 1세대 >>> 2세대 : 타겟이 넓어지면, 비주얼 언어도 확실히 넓고 다양해지는군!
- 우리 브랜드만의 철학과 가치를 패키지 및 비주얼로 잘 시각화해야!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궁극적인 행복을 위해 고심 끝에 탄생하고, 탄생 중일 단백질 쉐이크 브랜드들. 계속 진화해서 더 맛있고 건강하고 혁신적인 제품들이 나오길 기대하며,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타날 다양하고 개성적인 비주얼을 함께 기대하며. 이만 오늘 토크 마쳐볼게요.
2세대 단백질 쉐이크처럼, 토크에 함께해 주신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