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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캐리어 하나를 달랑 끌고서 경주 감포에 와 있다

영영 살기 위해서

by 경주정착러 앵 Mar 0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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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설명할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그 대상이 누구든.
그리고 나는 지금 스스로에게 조차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선택을 했다.

나는 캐리어 하나를 달랑 끌고서 경주 감포에 와 있다. 영영 살기 위해서.

그냥 그렇게 해야한다고 느꼈다. 지난 여름은 내게 그런 시간이었다.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과 생각들, 본 적 없는 삶과 사람들 틈에서 나는 새로운 나를 만났다. 그리고 밀려드는 어떤 확신. 아, 나는 여기에서 살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찾아내기에 아직 나는 어리다. 그래서 ‘그냥’이라고 하기로 했다. 그냥 그렇게 해야한다고 느껴서, 여기 있는 내가, 여기에서의 날들이, 여기에 있는 이 사람들이 그냥 좋아서, 나는 지금 여기 감포에 있다.

더러는 치기라 부를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의 선택으로 인생의 장면을 휙휙 바꿔나가는 것은 용기 있는 삶의 특권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곳에,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함에도 어느 때보다 깊은 안정감을 느낀다. 당장에 먹고 살 궁리를 하면서 별보다 높은 야망을 그려본다. 사는 게 즐겁다.

잘 하고 있나? 할 수 있을까? 때로 물음표가 끼어들곤 한다.
이제 그럴 땐 옆 사람의 얼굴을 본다.
힘이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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