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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준 Dec 05. 2023

미 복제 규정에 대하여

들어가며


이 글에 앞서 규정(規定, regulation)의 정의와 속뜻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규칙으로 정함, 그 정해 놓은 것, 또는 양이나 범위를 제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한한다'는 것을 조금 더 살펴보면 영어 원형인 regulate의 뜻이 바로 '규제[통제/ 단속]하다'이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규정이라 함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규제하고 단속한다는 목적이 있는 것이다. 몇몇 미군 군사경찰(US. Army Military Police) 부대의 구호가 'Regulator'임을 봤을 때 그 의미가 통한다. 인류가 이성의 통제 없이 본능에 맡겨지면 재난에 가까운 무질서가 팽배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모인 공동체에는 반드시 규정이 필요하다. 게다가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수없이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사는 나라다. 각 민족은 각각 다른 문화와 생활 방식을 향유하기에 그 구성원들을 한 방향으로 통제하기 위해 미국의 규정에는 더욱 세분화된 항목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규정이 적용되는 사회 현상을 관찰, 고쳐야 할 소요를 기록 및 축적하여 우발적이거나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게 대비하였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었고 반대로 지키지 않았을 때의 페널티가 엄격해졌다. 규정을 지키지 않는 이는 사람 이하의 취급을 한다. 이 현상은 엄정한 규율을 중시하고 전시준비태세가 늘 갖추어져 있어야 하 는 군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나게 된다.

한편 미군 규정은 내부자만 볼 수 있게 꽁꽁 싸매지 않고 일반인과 외국인 등도 쉽게 웹상에서 검색하도록 했다. 그만큼 편리하게 활용하고 필요한 때에 적용할 수 있게 했고 현재의 규정이 개정 전까지는 최대로 노력하여 만든 것이며 변화에 따른 개정 소요를 언제든지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자신감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 미군 규정 중에서 근무 시 가장 필요하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규정으로 외적 모습에 대한 규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미군의 자유롭고 개인주의적 의사를 존중하는 등의 환경으로 인해 자칫 겉으로 보이는 군기(軍氣)가 약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오히려 우리 군의 규정보다 더욱 세부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많은 부분을 규제한다.



본문


미 육군 규정(AR, Army Regulation) 670-1, Wear and Appearance of Army Uniform and Insignia을 직역하면, ‘육군 제복과 계급장 착용, 그리고 외모에 관한 규정’으로 풀이할 수 있으며 육군이 착용하는 모든 피복 등을 입는 방법과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외적인 기준을 설명한 것이다.

미 복제 규정은 우리 육군의 복제 규정보다 자세하다. 21년 1월 26일 개정된 내용(표 1)을 보면, 모유 수유를 하는 군인에 대한 피복이라든지, 배낭을 어떻게 매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미 복제 규정 주요 개정 내용(21.1.26일 부)
우리 육군과 미 육군의 복제 규정 목차

미군 복제 규정은 personal appearance policies(개인 외모에 대한 규정)을 이미지화하여 설명한다. 목차만 살펴보더라도 이렇게까지 자세할 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볼 때, 앞서 언급했듯 세부적인 것까지 모두 축적하여 기록하는 습관 때문이라는 것과 작은 것에 집중하는 것에서부터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Lesson and learn(교훈)이 있기 때문이다.


미8군 카투사교육대에서 교관 생활을 할 때였다. 훈련병들이 학과 출장을 나가 있을 때 교관이 하는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훈련병들의 방 정리 상태를 확인 점검하는 것이었다. 침대 밑 먼지나 싱크대나 욕조에 물기가 한 방울도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 3인용 방에 있는 싱크대 위 치약, 칫솔, 비누 등이 3명의 것이 동일하게 일률적으로 전시되어 있어야 했다. 즉 비누곽 위에 치약을 놓고 그 위에 칫솔을 놓는 것인데, 치약 뚜껑 방향과 치약 위에 놓는 칫솔의 머리 방향까지 일치해야 했다. 새벽 4시에 기상하여 4시 50분까지 아침 점호와 운동을 위해 집합 완료해야 하는 훈련병에게 기상 후 세면과 면도를 매일 하고 물기 없이 닦고 칫솔 방향을 맞추고 나가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님을 앎에도 불구하고 매일 그것을 점검하고 불합격인 경우 페널티를 부여하는 그 일에 불만을 가진 훈련병도 물론 있었다. 그 이유는 사소한 것에 복종하고 충성하는 일에 습관을 들여야 전쟁과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을 기억하여 머리가 아닌 몸이 자동적으로 먼저 움직일 수 있어 큰 사고를 방지하고 아군의 승리를 이끌 수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실로 그렇다. 우리는 가끔 너무 세부적이고 사소한 규제가 불필요하다고 여길 때가 있지 않은가?



맺으며


우리는 간단하게 미군 복제 규정에 대해 살펴보았으며 그토록 세부적으로 기록한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전투를 대비하는, 군인으로서 단조로운 하루하루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채워야 하는가? 겉은 평온하나 우리 마음은 분주해야 한다. 새로운 사실들을 접하지 않고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전투에 싸워 이기기 위한 노력을 함께 느끼고 사소한 것을 귀중하게 여기며 지키려는 노력으로 누가 보지 않더라도 하게 되어 있는 일을 개인이 할 때 우리 조직은 건강하고 수준이 높아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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