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봄 Part 6

part6. 쓰리 플러스 원

by 사부작사부작


923일간의 소회


2025년 10월 28일



마지막으로 봄이와의 순간을 기록한지 어느덧 5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봄이가 엄마와 아빠에게 선물해준 기억들이 방안 가득합니다. 받기만 하기에 너무 과분하여 정성스레 봄이에게 줄 선물을 포장하는 마음으로 순간을 기록합니다.


#1. 비행기 타고 가요~ 베트남으로!


우리가족 두번째 여행은 베트남이었습니다. 조금 이른 여름휴가로 베트남 나트랑 여행을 떠나 천국같은 시간을 보내다 왔습니다. 의젓한 모습으로 불편한 밤 비행기도 칭얼거림 없이 베트남까지 도착한 봄이었습니다. 이 조그만 아기가 해외에 나온걸 아는지 첫날부터 신나하며 여기가 어디냐는 질문에 '베트만!' 이라고 자신있게 말하였습니다.


봄이 뿐 아니라 오랜만인 해외여행에 아내와 저도 한껏 들 떠 했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봄이를 안고다녀도 전혀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맛있는 베트남 음식과 시원한 맥주(봄이는 수박주스) 그리고 시원한 수영장에서 가족과 함께 아무 걱정 없이 시간을 보내니 더이상 바랄게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봄이가 이렇게 물을 좋아하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아직 수영이란 것은 전혀 할줄 모르지만 튜브에 작은 몸을 의지하며 몇시간 동안 물속을 향유하며 떠나지 않았습니다.


뜨거웠던 베트남 거리에서 봄이의 복숭아처럼 불그스름하게 익은 볼때기와 해질무렵 엉덩이 끼어앉아 셋이 함께 타고가던 툭툭이는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2. 이제 병원에서도 울지 않아


하얀 백발의 의사선생님만 보면, 아니 병원의 문을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나라 잃은 오열을 하던 봄이가 처음으로 병원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27개월째 여전히 감기를 달고 사는 봄이를 데리고 병원에 방문하였고 여느때와 달리 달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처음으로 봄이가 의사선생님께 콧구멍과 귀, 입을 내주며 울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 아니고, 입술을 앙다물고 금방이라도 터져나올 울음을 부여잡고 참고 인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주사를 맞을때는 참던 눈물이 결국 터져버렸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씩씩하게 병원진료를 받은 멋진 날이었습니다. 그러고는 "봄이 안울고 잘했지"라고 스스로 말하는 모습을 보고 대견함과 신기함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병원에 갈때마다 도저히 달래지지 않고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을 혼비백산하게 만드는 봄이었기에 저는 향후 5년 동안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짓고 걱정만 해왔었는데, 이렇게나 자신을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봄이의 야무진 모습에 아빠가 너무 무시한것은 아닌지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 생각보다 봄이는 더 커다란 아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3. 안경


가끔식 봄이의 시선이 이질적이라는 것을 눈치챈 것은 엄마의 예민한 감각이었습니다. 누구보다 또렷한, 조금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강렬한 눈빛을 가지고 태어난 봄이다보니 그 강렬한 눈빛이 가끔 흐려질때면 유독 티가 많이 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세하지 못한 아빠는 봄이의 시선이 가끔씩 정렬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습니다.


진료를 받아본 결과, 많은 성인과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간헐적 외사시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24년 10월 진단을 받고 1년간 봄이는 꾸준하게 힘이 약한 오른쪽 눈에 가림치료를 해오고 있습니다. 기분 탓인지 익숙해진 탓인지 1년이 지난 지금 봄이의 눈은 거의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가림치료와 같은 요법으로 호전되지 않는다는 말이 많은데도, 빈도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줄어들어 걱정하던 마음이 이제는 많이 사라졌습니다.


다행스러운 와중에 이제 제법 말과 의사표현에 익숙해진 봄이다 보니, 눈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외사시 증세가 있던 오른쪽 눈의 시력이 왼쪽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1년 전부터 안경을 맞추었으나 그 어린 나이에 안경을 제대로 써줄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티비를 보던 봄이가 오른쪽 눈이 잘 안보이는 것을 표현했고, 숫자도 제법 말하는 봄이였기에 집에 있는 간단한 숫자들로 간이 시력검사도 해보았습니다. 오랜만에 병원에 다시 방문해 전체적인 시력검사를 마친 결과, 안경 도수를 높이고 꼭 안경을 착용하는 것을 권고받았습니다.


그 날 이후 2개월째 봄이는 안경을 쓰고 지내고 있습니다. 불편할텐데도 벗지 않고 안경을 끼고 하루종일 잘 생활하며 벗겨졌을때는 스스로 안경을 주어 쓰기도 합니다. 안경을 잘 착용하면 교정시력은 좋아질 것이기 때문에 초등학교 4학년부터 안경을 써온 아빠로서 큰 걱정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만 2살이라는 나이에 불편한 안경을 쓰게 만든 부모의 마음이 편치많은 않습니다. 그래도 봄이의 시력과 눈은 이 아빠가 평생 책임집니다.


앞으로 시력관리 잘해서 꼭 스무살 되면 예쁜 눈 잘보일 수 있도록 라식수술 해줄께 봄아


#4. 둘째가 찾아왔어요


우리가족에게 또 다른 소중한 생명이 찾아왔습니다. 벌써 18주나 되어 엄마의 배는 그사이 몰라보게 무거워졌고, 1차 기형아 검사, 2차 기형아 검사 긴장되는 검사들도 무리 없이 잘 지나왔습니다. 아 성별은 딸입니다.


아내와 저, 봄이 셋이서도 이미 충만한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다보니 둘 째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봄이를 위해 둘 째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아내의 말과 둘 째는 어떤 아이가 태어날지 궁금해서 낳지 않으면 억울할 것 같다는 성화에 저도 마음을 먹었습니다.


사실 임신 극초기 아내가 입덧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배속에 자리잡은 봄동이보다 아내가 더 걱정이 되었고, 동시에 봄이를 케어하느라 12주~13주가 될 때까지도 봄동이(둘째)를 많이 신경쓰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다 초음파 영상과 사진 속 봄동이를 보고 정말로 또 하나의 생명이 우리에게 왔다는 실감이 불현듯 찾아오며, 그동안 신경쓰지 못하고 진심을 다해 마음쓰지 못한 것에 미안함이 밀려왔습니다. 이제는 귀도 생기고 하품도 할 줄 아는 주수가 된 봄동이를 생각하면 사랑에는 총량이 있다는 저의 생각에 변화가 올 것 같기도 합니다.


봄이 또한 둘째의 존재를 알고 있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이동할때면 비어있는 뒷자리 좌석을 보고 "엄마, 아빠! 여기는 동생자리야?" 식당에 가도 비어있는 한 자리를 보며 "여기는 동생자리야?" 침대에서도 재잘재잘 동생을 찾습니다. 아기가 나오면 우유도 먹여 줄 것이고, 기저귀도 갈아줄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하며 쪼그만게 언니노릇을 벌써부터 합니다. 어느덧 볼록해진 엄마 배에 대고 "아가야~ 나올때 선물 가지고 와~젤리랑 사탕 가지고 와야돼, 사랑해~"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벌써부터 둘 째가 우리집에 오는 날을 그리며 기대합니다. 봄이와 봄동이가 만들어내는 행복은 얼마나 큰 행복일까요?


교과서처럼 임신주수에 맞춰 정말이지 모든 증상들을 골고루 다 겪고 있는 우리 은정이. 봄이를 갖고 배가 불러 잠도 잘 못자던 모습, 출산, 100일 동안 지쳐 힘들어하던 모습, 돌이 되기 전까지 혼자서 고군분투 하며 좁은 거실에서 봄이랑 씨름하며 이렇게까지나 잘 키워와준 노력들을 생각하면, 둘째를 가지고 싶다는 은정이의 생각에 쉽게 동의하지 못하였었습니다. 어떻게 엄마로서 겪어온 이 모든 힘든 과정을 또 다시 겪을 자신이 있는 것인지, 사뭇 이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만큼 걱정만 앞서는 저였는데, 그 모든 희생을 감내하고 여기까지 온 아내가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늘 그래왔습니다. 주저하는 저와 결단하는 아내. 결과는 항상 옳았습니다. 5개월 뒤 만날 봄동이를 기다리는 지금의 저의 마음과 생각을 들여다 보면 이번에도 옳았습니다.


둘째가 태어나면 봄이는 만 세살이 됩니다. 세살차이. 괜찮은 터울이지만 한동안 저와 아내는 또 다시 어려움과 인고의 여행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아이 둘은 경험해보지 못했으니 다시라고 말하는 것도 맞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라고 표현해야겠네요.


그런데 사실 너무 기대가 됩니다. 우리 집에 새로운 손님이 찾아온다는 것이 말도 못할 정도로 생경한 마음이면서 묘한 감정이 듭니다. 봄이와 봄동이, 우리 네가족이 만들어갈 행복한 이야기들은 또 어떤 느낌일까요.


잊고 있어도 어느순간 다가오는 계절처럼 작디작은 봄동이도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내년 3월, 새로운 봄을 맞이할 생각에 마음이 분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