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서 승무원 생활에 대해서 인터뷰를 한적이 있다.
내 삶이 누군가에게 그렇게 귀감이 될 인생도 아니였고, 그저 평범하기만 한 사람인지라, 처음 제안을 받았을땐 걱정이 조금 됬었다.
기사를 써주신다 해도 사실 뭘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었고, 또 한국분들은 사실 우리회사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 누가 읽어나 줄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 나보다는 더 큰 회사나 다른곳에서 일하는 사람을 취재하시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경험이 될거라고 설득도 해주시고, 취재하면서 이말 저말 너무 두서없이 말했는데, 너무 잘 써주셔서 다시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덕분에 네이버 여행판 메인에도 올라와 보고, 내가 살면서 언제또 이런 호사를 누려볼까 싶다^^.
좋은 추억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 5년차 외항사 스튜어드 매일의 생활 들여다보기 - 매경프리미엄 (mk.co.kr)
[두바이 파일럿 도전기-39] '비행기 승무원' 하면 대부분 여자를 떠올릴 텐데 승무원 세계에서 여자가 대세인 것은 우리나라 항공사나 외항사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비행기를 탈 때 잘 찾아보면 말쑥한 정장 차림에 항상 미소를 띠고 있는 남자 승무원을 간간이 발견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승무원을 영어로 Flight Attendant라고 하는데, 남자 승무원을 따로 '스튜어드(Steward)'라고도 부른다.
▲ 플라이두바이항공 부사무장 김병철 씨(30)
현재 플라이두바이항공에서 부사무장직을 맡고 있는 김병철 씨(30)에게 외항사 남승무원으로서의 일과 삶에 대해 물어봤다. 보통 항공사에서 부사무장은 비행기 객실 안에서 사무장과 승무원의 중간 가교 역할을 하면서 사무장의 업무 지시와 승무원의 각종 민원을 한 몸으로 받아야 하는 '중요하지만 피곤한' 자리로 매김되곤 한다.
하지만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부사무장의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법이다. 비행기에서 고객 서비스의 '허리'를 맡고 있는 부사무장이 얼마나 유능하냐에 따라 고객 서비스의 질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UAE두바이를 베이스로 하고 있는 플라이두바이항공에서 부사무장을 맡고 있는 김병철입니다. 플라이두바이에 2013년 7월에 입사했으니 올해로 5년 차네요.
▲ 서로 형제뻘인 플라이두바이와 에미레이트 항공
-플라이두바이를 간략히 소개한다면.
▷한국에 취항하지 않아 약간 생소할 수 있는 플라이두바이항공은 이곳에서 '버짓 에어라인(Budget Airline)'이라고 부르고 있고요. 가격의 합리성을 추구한다는 뜻이에요. 같은 두바이를 베이스로 하는 에미레이트항공과 현재 공동운항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비행기는 총 60대 정도 있는데 최근에 180대를 새로 주문했고 앞으로 들어와야 할 것까지 다 합치면 250대 정도 돼요. (현재 몸집의 4배인데?) 네, 2009년에 창립한 아주 젊은 회사다 보니 계속 새 비행기가 들어오는 중이에요. 최근 여기서 리타이어한 비행기 중 하나가 한국 티웨이항공으로 갔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전 세계 100여 곳이 넘는 취항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승무원을 지원하게 됐나.
▷군 제대 후 복학하기 전에 집이 인천이다 보니 인천공항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때 남자 승무원 존재를 처음 알게 됐어요. 그때 '나도 저렇게 여행 가고 싶다. 떠나고 싶다' 이런 생각이 처음 들었죠.
마침 이모가 승무원 준비생 사이에서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강사라(웃음) 그분에게 상담받았어요. 그후 스터디 활동을 하고 승무원 준비 학원도 다니고 이모에게 인터뷰 과외도 받고 하면서 준비했어요. (이모가 뭐라던가) '네 인상은 좋다. 노력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이런 말씀을 하셨죠. 당시 아르바이트가 새벽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있어서, 끝나면 바로 인천공항에서 공항철도 타고 서울에 가서 수업을 듣고 집에 오면 밤 10시, 11시, 그리고 다음날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또 아르바이트 가고…. 이런 생활을 약 1년 동안 했죠.
▲ 업무 중간에 캐리어를 든 채 찰칵
-외항사를 택한 이유는.
▷외국 생활에 대한 동경이 컸죠. 그전에 외국 경험이라곤 군대 가기 전 인도에 2주 동안 여행 간 게 전부였거든요. 그리고 국적사와 달리 외항사는 스펙을 많이 따지지 않는 것도 좋았고요.
-부사무장의 하루 일과는.
▷평소보다 1시간 더 일찍 출발해서 비행 도착지 인포메이션을 확인해요. 몇 시간짜리 비행이냐에 따라 서비스가 다 다르거든요. 이번 비행의 특이사항은 무엇인지 확인하고 온라인으로 주문한 기내식, 휠체어를 탄 승객. 스폐셜 오더 등 회사 시스템을 미리 체크합니다. 취항 전 브리핑은 사무장이 주관하는데 사무장은 비즈니스 클래스와 기내 전반적인 안전 수칙 보안사항을 브리핑하고, 저와 같은 부사무장은 이코노미 클래스와 관련된 것을 브리핑하죠.
비행기를 타면 이코노미 클래스 갤리와 화장실, 케이터링을 체크하고. 모든 게 빠짐없이 잘 됐는지 숙지하면서 만약 특이사항이 나오면 바로 시니어(사무장)에게 보고하고, 그럼 시니어가 다시 회사에 보고하고 이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운항 중에도 사무장과 함께 부사무장이 실무적으로 지시를 합니다. 어떤 문제나 컴플레인이 생기면 동료와 디스커션을 하고 매뉴얼을 찾아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 등이 다 부사무장에게 요구되는 덕목이죠.
-사무장과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
▷일하다 보면 사무장과 트러블이 생길 때가 있는데 여기는 외항사다 보니 한국처럼 연장자나 지위가 높은 사람 말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분위기는 아니에요. 비교적 마음껏 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데 다만 '나는 너를 존중하지만 이 부분은 확실히 지키고 싶어' 이런 식으로 서로 디스커션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죠.
▲ 여행을 좋아해서 많이 다녔다는 김씨. 사진은 네팔 카트만두의 모습.
-여초 직장에서 남자승무원의 애환이 있다면.
▷여자들 세계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거? 하하. 여자들과 일할 때는 '공감력'이 더 요구되는 것 같아요. 동료 승무원이 대부분 여자다 보니 쇼핑, 먹거리, 연애와 같은 잘 모르는 분야에도 귀 기울여야 하고, 내가 잘 모르거나 관심 없는 분야라 해도 공감해줘야 하고 때로 남자는 알기 힘든 그 미묘한 신경전 중간에 끼기도 하죠(웃음). 그러고 보니 언젠가 비행에서 기장부터 승무원까지 모두 남자 크루로만 구성된 적이 있었는데 서로 할 일만 묵묵히 하고 다들 별로 대화 없이 비행을 끝마친 적이 있었어요. 참 평소 때와 대조되는 경험이었지요(웃음). 하지만 너무 대화가 없는 것도, 대화만 하다가 일에 지장을 주는 것도 지양해야겠죠. 양쪽의 좋은 측면을 조화롭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
▷남수단 주바라는 곳을 가는 비행에서 한국인 수녀님 두 분이 탄 적이 있었어요. '와, 한국인이네?' 속으로 생각하면서 반갑게 인사하고 이것저것 더 챙겨드리고 살펴드리려 했죠. 근데 이분들이 봉사활동차 외국을 처음 나온지라 입국심사서를 쓸 줄 모르시기에 제가 써줬어요. 그런데 입국심사서를 쓰다 보니 수녀님 중 한 분이 그날 생일이었단 것을 알게 된 거예요. 그래서 다른 승무원들에게 말했더니 사무장이 비즈니스 클래스의 디저트 하나를 가지고 와서 그 수녀님께 드리고 동료 승무원들과 다 같이 그분께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줬어요. 되게 부끄러워하고 좋아하시더라고요. (잊지 못할 추억이었겠다)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씀하더군요. 저도 "힘든 곳에 가시는데 봉사활동 잘해달라"고 말씀드렸죠. 그게 3년 전인데 지금은 잘 지내시나 궁금하네요.
▲ 몰디브 해수욕장에서 여유를 만끽하는 모습 .
-힘든 순간은 어떻게 이겨냈나.
▷사실 일하면서 불만이 있을 때가 많았어요. 그러던 중 언젠가 퇴근길에 갑자기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누가 나에게 이 직업을 하라고 시켰나?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건데'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서 '나는 왜 이 직업에 감사하지 않지? 내가 이것을 하려고 얼마나 많은 시간과 일을 투자했는데. 이 시간을 불만으로만 낭비하는 게 옳은 일인가?'란 생각도 들고…. 그후로는 모든 순간에 감사하게 살려고 하고 있습니다.
-미래계획이 있다면.
▷후배를 양성하고 싶어요. 승무원이란 목표도 이뤘고 회사 전망도 밝고, 두바이에 있으면 지금 제 수준에 만족하면서 살 수 있어요. 하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승무원이란 직업을 기초로 앞으로 나가고 싶어요. 현재 영어를 계속 공부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어도 공부하고 있고 사이버대학도 다니려고 하고 있고. 더 큰 목표를 위해 다른 곳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한다면?) 비록 여기 두바이에 사는 것도 너무 좋고 마음에 들고 하는데 이곳이 최종 도착지는 아니고 싶어요.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도 '한번 부딪쳐 보자'란 생각으로 왔기 때문에 '일단 해보자'란 생각으로 많은 것에 도전하고 싶네요. '생명이 있는 것은 성장한다'는 말을 믿습니다.
▲ 시냇가에서 쉬면서
-여행지를 추천한다면.
▷조지아를 추천드리고 싶어요. (미국 조지아주를 말하는 건가) 아니요, 러시아와 터키 사이에 있는 나라를 말하는 거예요. 자연이 굉장히 아름답고 수제 와인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죠. 물가도 굉장히 싸고요. 얼마 전에 김수로 씨인가? 방송에도 나왔더군요. 겨울에는 스키, 여름에는 하이킹하러 유럽인들이 특히 많이 오는 곳이에요. 또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터키 이스탄불도 기억에 많이 남네요. 자유분방한 분위기에 길만 걸어도 행복하고. 아무래도 사막에 살다 보면 자연이 그리울 때가 많은데 그걸 만족시키면서 사람들이 좋은 곳이 여기였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가끔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만나면 정말 대단한 것 같더라고요. '과연 내가 한국에서 직장을 다녔으면 잘할 수 있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한 번 휴가 나갈 때마다 한국이 빠르게 바뀌어 있기도 하고요. 이런 게 외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의 딜레마인 것 같아요. 업무적으로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쉽지 않겠지만 한 번쯤은 인생에서 리스크를 감당해보고 일탈을 꿈꾸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돈도 중요하고 일도 열심히 해야 하겠지만 가끔씩은 나 자신에게 쉼을 주는 것도 더 큰 도약을 위해 필요한 작업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