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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옥 Mar 19. 2022

 <축복>​

시작은 10대의 보물상자 속에서 꺼낸 장영희 작가님의 책

2022.2.7


 휴가를 쓰고 내려온 고향집에서 '깨끗한 물 한 잔 x 책 읽기' 리추얼을 시작하며 학창 시절에 좋아했던 책을 오랜만에 책장에서 꺼내 다시 읽었다. 투병 중에도 놓지 않고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에 실린 칼럼들 중에 희망을 주제로 한 시를 골라 엮은 책이다. 영문학과에 가고 싶었을 때 이 책을 읽으며 꿈을 꿨었다. 다시 10년이 지나고 이 책을 다시 읽으니  10대의 나를 만나는 것 같아 설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 서울에 올라올 때 챙겨 올까 고민했다가 다시 고향집 제 방의 책장에 다시 꽂아두었다. 10대의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꿈과 그 향기를 그대로 남겨두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 집에 내려가서 종종 꺼내 읽어 그때 그 시간으로 돌아가 향기를 느끼고 싶다.

 책 속 수많은 영미시들 중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못한 길' 그리고 이 시에 대한 장영희 작가님의 생각에 대한 글이 마음에 와닿았다.

10대, 20대를 지나 서른을 지나면서 수많은 길 앞에 섰었고 그 순간마다 한 길을 선택해야 했다.

삶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었고, 그 선택에 대한 결과들에 대해 책임져야 했다.

10대, 20대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큰 갈림길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한 불안함 속에서 길을 걸으며 소심하게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소소하게 해왔다. 그리고 서른이 지나면서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하며 소심하게 작은 부분을 차지했던 것들을 내 삶의 영역에서 넓혀 가고 있다. 다시 예전에 선택했던 순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알고 있기에 지금 내게 주어진 이 길에서 최선을 다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꾸준히 하며 앞으로 새로 만나게 될 갈림길에서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소신 있게 나만의 길을 선택할 것이다. 내가 선택한 길이 좋은 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서.





가지 못한 길

로버트 프로스트


노랗게 물든 숲 속의 두 갈래 길,

몸 하나로 두 길 갈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그곳에 서서

덤불 속으로 굽어든 한쪽 길을

끝까지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다른 쪽 길을 택하였다. 똑같이

아름답지만 그 길이 더 나을 법하기에.

아, 먼저 길은 나중에 가리라 생각했는데!

하지만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지는 법.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먼먼 훗날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 쉬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어느 숲속에서 두 갈래 길 만나 나는 -

나는 사람이 적게 다닌 길을 택했노라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게 달라졌다고.


 오래전 학생 시절, 영어 교과서에 실렸던 이 시를 설명하면서 선생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삶은 하나의 길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시 속의 화자는 두 갈래 길을 만났지만 너희들 앞에는 수십 갈래, 수백 갈래 길이 있다. 군중을 따라가지 말고, 사람이 적게 다녀도 수십 갈래, 수백 갈래 길이 있다. 군중을 따라가지 말고, 사람이 적게 다녀도 정말로 가치 있고 진정 너희들이 좋아할 수 있는 길을 택해라."

  그러나 수백 갈래 길 중에 정말 가치 있는 길이 어딘지 알 수 없었습니다.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지고, 엉뚱한 길로 빠지기도 합니다. 지금 삶의 뒤안길에 서서 생각하면, 마음속에 가지 못한 길에 대한 회한이 가득합니다. 차라리 그때 그 길로 갔더라면... 그러나 이제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내가 선택한 길을 믿으며 오늘도 터벅터벅, 한 발자국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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