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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옥 Mar 20. 2022

내 삶을 지탱해주는 아주 소소한 행복

좋아하게 된 작가님의 책들이 나의 작은 책장에 하나 둘 늘어가기 시작할 때쯤 나는 익명의 SNS 계정을 만들었다. 좋아하는 책들에 대한 리뷰를 올리기도 했고, 그 책을 읽고 있는 이쁜 순간들을 찍어서 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순간들을 그리고 좋아하는 것들을 올리다 보니 책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카페, 그리고 책방, 좋아하는 작가님, 좋아하는 가수와 노래,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 올리게 되었다.

좋아하는 책들을 올리는 책 계정으로 쓸 작정이었는데,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 둘 알아가다 보니 어느새 책이 아닌 것들도 함께 올리게 되었다. 무언가를 올릴 때 좋아요 개수를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쓴 글이 어떻게 보일까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내 마음 가는 대로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 편하게 올리게 되니 마음이 몽글몽글 편해졌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앞만 보면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내던 때가 있었다. 무얼 좋아하는지 내가 진정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면서 내 앞에 주어진 힘든 과제처럼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살아내야 했던 시간. 그 시간들 속 내 모습은 남들이 겉으로 보았을 땐 잘 살아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나는 그 시간들 때문에 결국 크게 아팠던 것 같다.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잘 자지도 못했고, 잘 먹지도 못했다. 그러면서 매일매일 출근 악몽에 시달리며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던 그 시간을 참아내야 했다. 아팠던 시간은 나에게 새로운 삶을 주었다. 다시 태어난 것처럼 나는 다시 살게 되었다.  달라진 건 이전과는 다르게 몸을 잘 보살피며 살게 되었다. 그것만큼 살면서 중요한 게 없다는 걸 느꼈다. 내 몸을 잘 보살피지 못해 아프니 나만 아픈 게 아니었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 주변 친구들도 같이 아파했다. 그 소중한 사람들에게 슬픔을 주지 않으려면 내가 나 자신을 더더욱 챙겨서 건강해져야 했다. 나를 잘 보살피며 건강해지기 위해선 물론 잘 먹고, 잘 자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아주 사소하고 소소하지만 나의 하루를 잘 지탱해주는 것들. 그것들을 찾다 보니 책, 음악, 책방, 좋아하는 카페 그리고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이었다.

맑고 화창한 하늘, 이쁜 하늘 속 귀여운 구름들을 보는 것, 이쁘게 물든 노을을 만났을 때, 남편과 손잡고 산책할 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올 무렵 꽃몽우리가 맺힌 나무를 보았을 때, 눈 온 뒤 누군가 남겨 놓은 눈 곰돌이와 눈 오리가 너무 귀여워서 사진으로 남겨 둘 때, 금요일 저녁 퇴근하고 집에 와 남편과 함께 맛있는 요리와 함께 냉장고에서 갓 꺼낸 맥주 한 캔을 꺼내 짠 할 때, 버스를 타고 가족들을 보러 집에 내려갈 때 그 설레는 마음,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을 한 권씩 모아 책장에 가지런히 꽂아둘 때. 책방이나 서점에서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을 만났을 때, 퇴근하고 집에 와서 씻고 독서대를 펼쳐 따뜻한 차 한잔과 귤과 좋아하는 책을 읽을 때, 일주일에 두 번 요가하러 갈 때, 좋아하는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와 까눌레를 먹을 때, 우연히 듣게 된 노래가 너무 좋아 소장하게 되었을 때, 책방에 큐레이션 되어 있는 책 중 마음에 와닿는 책을 만났을 때.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면 소소하고 평범하다.

누군가의 인정을 받는 것도 아닌, 누군가의 부러움을 사는 것도 아닌 그저 나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


요즘 읽고 있는 한정원 작가님의 <시와 산책>이라는 책에 이러한 문장이 나온다.


고양이들이 밤에 몸을 누이는 장소, 열매를 기대해볼 수 있는 나무, 울다가 잠든 사람들의 집....... 산책할 때 내가 기웃거리고 궁금해하는 것들도 모두 그렇게 하찮다. 그러나 내 마음에 거대한 것과 함께 그토록 소소한 것이 있어, 나는 덜 다치고 오래 아프지 않을 수 있다. 일상의 폭력과 구태의연에 함부로 물들지 않을 수 있다.내가 보는 것이 결국 나의 내면을 만든다.


 하루하루를 온전히 제대로 보내지 못하고, 그저 버텨내야 했던 때는 이 소소한 것들을 느끼지 못하고 보지 못했다. 하지만 달라진 삶을 사는 요즘은 이 하찮게 보일지 모르는 내가 좋아하는 이 소소한 것들이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어 하루하루 잘 살아가도록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제는 덜 다치고 아프지 않다.

나는 앞으로도 이 소소하게 행복감을 주는 것들을 하나씩 더 찾아나가고, 좋아하는 것들로 나의 일상들을 채워 나갈 것이다. 아주 소소하고 작을지라도 이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나를 단단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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