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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옥 Jul 14. 2020

병원으로부터 온 전화

외과 수술실 간호사의 갑상선암 치유기 episode 7

수술 후 첫 외래(POD#9, 수술 후 9일째)


02-22**-****

                           " **병원 갑상선암센터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외래 간호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고 전화진료는 시작되었다.


 오늘은 수술 후 첫 외래 예약일이었다.


 퇴원을 하고 바로 엄마와 함께 멀리 고향집으로 내려오게 되었던 나는 퇴원 전 수술 후 첫 외래를 조금 미룰 순 없는지에 대해 여쭈어봤었다.

다행히도 요즘 코로나로 인해 일시적으로 전화진료가 가능하다고 하셨고, 퇴원하는 날 피검사 결과까지 이상이 없었기에 굳이 방문은 필요 없을 거라 하셨다.


 보통 수술 후 5일에서 10일 정도 후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첫 외래 때는 조직검사 결과를 알려주고, 보험청구에 필요한 서류들도 신청하게 된다.


 엄마는 간절히 최종 조직검사 결과가 암이 아닌 양성으로 나오기를 바라고 있었고, 나는 그런 엄마 앞에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갑상선 세침 세포병리검사 결과를 알게 된 순간부터는 마음을 비우고 있었다.

다행히 임파선 전이는 없는 걸로 나왔고, 암 조직으로 생각되어 제거했던 조직은 유두암(papillary carcinoma)으로 나왔어요. 다음 외래 때 피검사해보고 약은 한번 끊을 수 있도록 해봐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교수님의 말씀에 가슴이 쿵 하고 마음 한 구석이 약간 쓰라렸다.

예상했었지만 이미 담담한 척했지만 그래도 나에겐 암이 아닐 수도 있는 25프로의 희망은 있었으니까....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해 나도 모르게 엄마처럼 약간의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나 보다.  

 

 교수님과의 대화가 끝난 후, 외래 간호사 선생님이 수화기를  넘겨받아 중증 암환자 등록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등록이 되고 나면 나는 앞으로 5년 동안 비급여 항목을 제외한 검사 및 진료, 치료비에서 5프로만 부담하게 된다. 다른 진료나 치료 때 보험이나 직원 할인으로 치료비 할인받게 될 때는 기분이 좋던데 중증 암환자로 인해 할인을 받는 건 썩 기분이 좋지 않다.


 '중증 암', '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 때문일까?


 앞으로 나는 그 무게를 느끼며 최소 5년 동안 열심히 외래를 왔다 갔다 하며 주기적으로 검진을 하며 관리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건강을 소홀히 하며 앞만 바라보고 살았던 삶을 반성하며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나에게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한번 더 기회가 주어진 거라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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