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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옥 Jul 15. 2020

4주의 시간

붙잡고 싶은 시간

 앞만 보고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달려왔는데, 갑자기 한 달 정도의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일요일만 되면 나라를 잃은 것 마냥 슬퍼하다 겨우 잠이 들어 월요일부터 정신없이 하루하루 버티다 보면 금요일을 맞이하며 잠시 기쁨을 만끽하는 패턴의 일주일 사이클.

시간에 끌려다니듯 겨우겨우 버티다 보면 금방 달력을 한 장씩 넘겨야만 했다.


그런 삶을 살다가 막상 그저 쉬는 시간이 주어지니 좋기도 하고, 어떻게  이 시간을  잘 보내는 게 좋을지 막막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4주의 카운트는 시작되었고 벌써 어느덧 5일이 남아버렸다. 수술 직후였기에 무엇보다 잘 회복하는 게 1순위였기에 무리 하진 못했다.


4주의 시간 동안 나의 일상은 평소 잘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만나기, 매일 늦잠 자기, 혼자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쓰기, 난생처음으로 손톱 네일 받기, 눈썹 문신받기, 혼자 1시간 정도 집 앞 강변을 걷기, 동네 구석구석 걸어 다니며 이곳저곳 사진을 찍기 등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롯이 나 자신만을 위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결혼 준비도 하였다.

스튜디오, 드레스샵 선택 그리고 웨딩촬영

상견례와 결혼식을 올리게 될 성당 신부님과의 면담까지 


박연준 작가님의 산문집 《모월 모일》속에 '해와 달이 하나씩 있고, 내가 나로 오롯이 서 있는 하루'임을 매일매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매일 하루라는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갔다.

눈 깜박하면 저녁이 다가와있었다. 잠에 들기 전 항상 지나간 시간들을 아쉬워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가는 것에 대해.


 이 시간들을 보내면서 느꼈던 게 있다.

하루하루는 모두 나에게 똑같이 소중한 나날들이었다.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하지만 그동안 일에 치이면서, 일이 힘들다는 이유로 가장 힘들었던 월요일부터 목요일에 해당하는 하루는 나에게 천대받았다.

그저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하루였고 소중하게 생각지 못한 시간이었다.


 아무리 힘든 날일지라도 그 하루가 지나기 전에 한 번쯤은 그 하루를 회상하며 "오늘은 이랬었지. 이렇게 하루가 흘렀지."라고 한 번이라도 기억해주자. 


 이런 마음으로 태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그래도 훌쩍 지나가버린 시간들에 대해 덜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

그리고 좀 더 하루하루를 알차게 행복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아무리 시간을 붙잡으려 해도 마냥 행복했던 나날들도 지나가버린다. 마찬가지로 힘든 나날들이 다시 오더라도 그 시간들도 마찬가지로 지나갈 것이므로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아직 오지 않은 그 나날들을 미리 걱정하지 말자.


  그리고 4주의 시간은 나에게 깨달음을 주기도 하였지만, 선물이기도 하였다.

집으로 내려와 시간을 보내면서 부모님의 사랑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더 느끼게 되었다.

그동안 나 살기에 급급해 소중함을 종종 잃고 소홀히 했었다.

가장 내가 중요하게 소중하게 생각하고 잘해야 하는 곳인데 서른이 돼서야 이 사실을 깨달았다. 가장 소중한 것은 제쳐두고 무엇을 향해 정신없이 살아왔는지.

 결혼을 앞두고 온전히 가족과 함께 한 이 시간은 나에게 다시는 없을 평생 값진 선물이 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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