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멍옥 Jun 12. 2020

한수희 작가님의 《아주 어른스러운 산책》 서평

기다림의 자세

우연히 서점에 가서 고른 한수희 작가님의 온전히 나답게》라는 책을 읽은 뒤 나는 작가님의 팬이 되었다.


  매 구절,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 닿았고 작가님의 문체와 글 속에 녹아있는 마인드가 닮고 싶었고 좋았다. 그리고 작가님 글들에 푹 빠지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왠지 모르게 아껴서 조심스레 천천히 읽고 싶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게 되면 이어서 다른 책들도 계속 읽고 싶었기에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두 구입하였다.


 그 책들 중 《아주 어른스러운 산책》 은 두 번째로 읽게 된 책이었다.


작가의 교토 여행기에 관한 책이지만

교토의 유명한 명소에 관한 소개는 찾아볼 수 없다.

 그저 교토의 이름 모를 한적한 카페, 아담한 가정식 집, 강 등 소소한 교토의 이곳저곳에서 걸으면서 작가님이 했던 바람 같은 생각들,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 곳에서 특별한 관광을 하지 않는다.
그저 이 도시를 산책하며 잠깐 멈추는 시간을 가진다.

교토라는 이 오래된 도시는 작가님에게 신호를 보낸다고 했다.

'거기 잠깐 멈춰. 그리고 조금 쉬도록 해.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면서. 세상이 어떻게 굴러 여기까지 왔는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그리고 또 어디로 굴러갈지 한 번 보라고'



  그리고 이 책의 구절 중 기다림에 대한 글이 있다.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일을 할 때는 열정과 재능 외에도 시간의 힘을 믿는 배짱이 필요한 법이다.  하루아침에 쓸 수 있는 책도,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는 영화도, 하루아침에 짓는 건물도, 하루아침에 성공하는 가게도, 하루아침에 익힐 수 있는 기술도 없다. 몇 번은 운이 좋아 빠르게 이룰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운이 다했을 때는 결국 시간이 이긴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시간과 사이좋게 지내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그 삶은 불행해진다는 걸 잘 알기에 나는 의도적으로 내 시간을 늘리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런 일들을 생활의 여기저기에 끼워 넣는다. 느리고 비효율적인 일 글을. 천천히 산책하기. 천천히 달리기. 커피를 볶기. 빵을 굽기. 식물을 기르기. 차를 마시기. 책을 읽기. 적금을 붓기. 1년에 한 번 교토로 여행을 가기.'


기다리는 자세, 잠깐 생각하며 쉬어가기

이 두 가지가 책을 통해 작가님이 말하고 싶었던 삶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살아가면서 정말로 필요했던 것이다.

하루살이처럼 매일매일 오프만을 주말만을 기다리며 겨우 버티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자신 없어하며  단순히 '나는 이 일과 맞지 않는 것 같아, 소질이 없는 것 같아' 하며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나는 어떤 일이든 묵묵히 견디면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른 채 힘들어했다.


 일주일 뒤 곧 수술을 받게 된다.

그럼 나에게 4주의 병가가 주어진다.

일을 시작 한 일주일 정도의 휴가를 제외하곤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이 그저 매일매일을 견디며 뒤를 돌아보지도 못하고, 숨 가쁘게 달려왔던 것 같다.

그 시간 동안 잠깐 생각하면서 쉬어가는 시간을 가진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낼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나에게 온 이 시련이 그저 불행이 아니라

한 템포 쉬어가라는 의미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이겨낼 것이다.

여태까지 살아가면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건강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챙기면서

기다림의 자세로 이 시간을 그저 우울하고 힘든 시간이 아닌 내 편으로 만들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