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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옥 Jul 28. 2020

강동구 택시 아저씨

천호에서 무악재

엄청난 물 폭탄이 쏟아지는 저녁, 신촌


 친구와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도저히 버스로 환승하여 집으로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택시를 잡아보려 했지만 10분째 카카오 택시도 연결되지 않고 지나가는 택시가 없어 발을 동동 굴리던 그때,

코너에서 택시 한 대가 들어오고 있었고 열심히 손을 흔들어 겨우 타게 되었다.


무악재역 쪽으로  가주세요


그러자 내비게이션에 '무악재역'이라고 외치던 택시 기사님을 보고, 이 구역에서 근무하시는 게 아님을 눈치챘다.


엄청난 속도로 내리는 폭우로 와이퍼는 쉴 새 없이 일을 하고 있었지만 역부족인 듯 앞은 잘 보이지 않았고, 기사님은 겨우겨우 네비에 의존하여 천천히 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 쪽 길은 처음 와서 익숙지 않아요. 오늘은 이상하게 다른 구역 손님들만 타네요."

라고 이야기하시던 기사님께 조수석 머리 쪽 적혀있던 강동구 택시회사 이름을 발견하곤  강동구에서 오셨냐고 먼저 여쭈어봤다.


천호에서 오셨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천호와 완전 다른 방향 끝으로 오신 기사님께 약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이 폭우를 뚫고 그쪽으로 다시 가셔야 하는 기사님께

"힘드시겠어요"라고 말을 건넸다.


"어쩔 수 없죠. 우리도 같은 방향 목적지인 손님이 타는 게 좋은데, 손님이 타시는 대로 우리는 받아야 하니까

괜히 목적지 듣고 승차 거부했다가 벌금을 얼마나 받을지 몰라."


 한 번씩 늦은 귀가 시간 택시를 잡곤 했을 때,

빈 택시임에도 불구하고 손을 흔들어도 그냥 지나치던 택시를 보고 마냥 마음만 찌푸렸던 나를 반성하게 했다.

그런 속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는데 하며


어느새 택시는 집 앞에 도착했고, 안전하게 이 폭우를 뚫고 무사히 모셔다 주신 기사님께 정말 감사했다.

그리고 정말 진심으로 천호까지 가는 그 길 안전하게 무사히 가시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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