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각했던 자녀의 독립 시기는 성인이 된 이후였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교를 입학하거나, 더 커서 아이가 결혼을 하게 되면서 분가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예상했던 가능성 전부였기 때문에, 독립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어쩌면 부모 대부분이 자녀독립에 대해 생각하는 마음이 비슷할지 모른다. 성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독립이라고...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성인이 된 대학생 자녀의 학교 수강 신청을 어린 자녀의 e알리미처럼 챙겨주거나 아이가 몸이 아프면 학교나 회사에 대신해서 병결이나 결근 처리를 대신해 주는 부모님들도 계신다. 몸이 자라고 거주지가 분리된다고 독립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심리적인 독립이다. 이 과정은 자아정체감이 형성되는 청소년기에 중요하다. 아이가 부모에게서 분화되는 것은 시기뿐만 아니라 그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 마치 분리불안 없이 성공적으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방법을 연구하듯이 심리적 독립의 과정도 부모의 노력과 전략이 필요하다.
아이의 독립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2년 전이었다. 아이가 유학을 떠나겠다고 선언했지만, 중학생이었던 아이를 혼자 해외로 보낼 수 없었다. 그렇다고 오랜 경력단절 기간을 극복하고 다시 일을 시작한 상황에서 다시 모든 것을 두고 떠날 만큼 희생적인 엄마가 되지도 못했다. 하지만 마음속에 확실한 사실은 이 아이를 머지않아 떠나보내야 하는 날이 오리라는 것이었다. 쉽게 포기하지 않을 아이의 성향을 봤을 때 유학을 결코 설득으로 피할 수 없으리란 사실은 알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성공적인 독립을 위해 그 과정을 쌓아가기로 했다.
자녀의 독립은 삶의 과정에서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절차가 아니다.
자녀와 부모가 함께 노력하여 쌓아 가야 할, 중요한 의식의 절차이다.
아이도 부모도 익숙한 편리함에서 벗어나는 것은 매우 힘들다. 부모의 품에서, 엄마의 애정을 기반으로 한 통제에서 떠나보내야 한다. 부모의 통제 범위 밖에 아이를 둔다는 것, 아이가 자립하도록 키운다는 것은 무책임한 방임이 아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과정을 위해서 아이는 스스로 자기의 삶을 계획하고 실행할 힘을 가져야 하므로 하루아침에 분화가 일어날 순 없다.
2년 전,
나에게서 너를 보내기로 했다.
너희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독립의 과정을 연습해 가기로 했다. 조금씩 조금씩 내 마음도 한 발자국씩 떨어져 바라보기로 했다.
모든 시간을 지나 D-Day를 이틀 앞둔 시점이 되니 그동안 보냈던 시간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앞으로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감정이 뒤죽박죽 되었다. 이렇게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이 순간을 너무나 소중한 체험의 과정이 되리라는 믿음으로 다독거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