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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므 Apr 18. 2021

좋아하는 걸 하고 싶을 뿐이에요

한 번뿐인 인생,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아도 짧아요


 나이가 들면서,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적는 게 더 쉬워졌다. 그럼에도 적어보려는 이유는 인생을 즐겁게 만드는 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순간들이 쌓여갈 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00세 인생에서 직업이 여러 번 바뀔 수도 있는데 싫어하는 일을 피하면 일단 불행해지는 건 막았다고 보면 된다. 가끔 사람들은 싫어하는 일을 꾸역꾸역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책임감이 강하다, 참을성이 있다’는 말을 한다(더 부려먹기 위한 당근이기도 하다). 싫어하는 일도 견디는 것이 자신의 신념이라고 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지만, 인생 짧다. 갑자기 교통사고로 죽거나, 심장마비로 생을 거둘지도 모르는데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합법적인 일이라면 마음껏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이렇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용기라는 뚜껑으로 덮어두고 좋아하는 것들을 맘껏 적어보려 한다.


 일단 나는 아름다운 공간들을 사랑한다. 세상을 잘 타고 태어나, 전 세계 곳곳의 멋진 장소를 찍은 사진들을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내 핸드폰 사진에는 인테리어라는 폴더가 있는데, 보물창고라고 생각될 정도로 예쁜 가구, 소품들의 사진들이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을 고르고 골라 집 안을 꾸미고 싶은 소망도 있는데, 집을 어떻게 꾸미고 어떤 소품을 배치할까 하는 생각을 하다 보면 행복함이 마음속에서 번져가는 느낌이 든다. 또한 이런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들도 사랑한다. 그들은 생산자로서 타고난 감각으로 나 같은 소비자들을 즐겁게 해 준다. 그림, 영화, 음악 등 모든 아름다움들을 다양한 매체로 표현하는 그들을 사랑한다.

 아름다운 공간을 사랑하다보니, 나 자신도 그런 공간에 어울리는 일부가 되고 싶어 옷, 화장 등 꾸미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가구를 사랑하는 것처럼 옷을 사랑하고 소품을 사랑하는 것처럼 액세서리를 사랑한다. 무채색의 미니멀한 취향은 시간이 흘러도 입을 수 있는 타임리스 스타일을 지향한다.


 피곤한 일이지만, 몸무게, 피부 상태 등 외모에도 신경을 쓰는 편이다. 매주 피부과에 출근할 정도의 열성은 아니지만,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온 집에서 씻고 화장을 지우고 스킨케어까지 마친 직후의 얼굴을 만드는 나를 사랑한다. 수분감이 얼굴을 환하게 만들어 좋지 않은 피부도 조금은 반짝거리게 하는 마법같은 순간이다. 반대로 풀메이크업 후 그 날 무드에 맞게 고른 옷과 액세서리를 착용한 후 집을 나서는 순간의 산뜻함도 좋아한다. 집에서 편한 파자마를 입고 있을 때와는 달리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든다. 워크웨어는 역시 중요하다.

 따뜻한 봄 날씨에 차 창문을 내리고 운전하는 순간도 사랑한다. 출근길엔 신나고 에너제틱한 노래를 틀고, 퇴근길엔  발라드를 틀어 일로 지쳐있던 몸을 이완시킨다. 도로를 물들인 벚꽃나무의 향연은 감탄을 자아낸다.


 아직 운전 초보인 나에게 경기도 근교로 당일치기 여행 가는 건 무리고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해 집에서 뽀짝뽀짝 거리는 걸 더 좋아하게 됐다. 뽀짝뽀짝(?) 중 하나는 집에서 뭔가를 해 먹는 거다. 레시피는 정확히 지키지만 맛은 보장 못 한다. 요리를 즐기진 않지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라는 말을 사랑하는 만큼, 플레이팅에 애를 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예쁘게 차려진 음식을 보고 맛있겠다, 말하는 순간도 사랑한다.


 집에서 책을 읽다가 마음이 지-잉 할 때, 재밌는 유튜브를 보며 히죽거릴 때 문득 그 평화로움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나무늘보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라는 것도 알지만 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무원 말고 다른 직업을 꿈꾸게 된 이후로, 쉬는 날에도 마음이 편치 않기는 하나, 쉬는 날에는 꼭 브런치에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브런치에 내 생각들을 흔적으로 남기는 일을 사랑한다. 두서없던 생각들이 정리된다. 말을 잘했더라면 이렇게까지 글을 사랑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계속 적을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다. 생각보다 내 인생을 밝혀주는 것들은 많이 있다. 사람들은 가끔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들은 사랑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멀리 있다면 도달하기 위한 노력은 필수지만, 가까이 있는 것들을 사랑한다면 좀 더 빠르게 행복해질 수 있다. 우리가 숨쉬는 이유는 단순히 살아있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좋아하는 것들을 할 것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로 만들 수 있다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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