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녀 엄마의 대장암

딸들은 모두다 눈물이 줄줄줄 마음껏 울었던 그시간

by 아넷신

우리의 뇌는 무지해서 숨이 막히기 전에는 공기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목마르기 전에는 물의 소중함도 모르고, 칠흙같은 어둠이 오기전에는 빛의 소중함도 알턱이 없다. 그리고 아프기전에는 잘먹고, 잘싸고, 잘자는 일상의 이런 평범함이 얼마나 고맙고 값진 것인지 도저히 알수가 없다.


2017년 날이 하도 좋아서 그냥보내기에도 아깝기 그지없던 그날.

개선장군보다 위풍당당하신 엄마는 나라에서 꽁짜로 해주니 대수롭지 않게 건강검진을 받으셨다. 위, 혈압, 당뇨, 대부분의 상태가 걱정할만큼 심각한 상태는 아니고, 나이에 비하여 대체적으로 양호한 건강상태. 가끔 배가 살살 아프고 변의 굵기가 예전만 못해 설사도 가끔 하는 이런 증세가 있긴 했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아 질거라고 생각하셨다. 건강검진 당시에 의사는 대장검사를 꼭 해야한다고, 추가비용10만원이면 문제 없이 대장안에 작은 용종도 다 찾아 낼수 있다고 강조했었다. 나중에 왜 그 검사를 안하셨냐고 하니 엄마가 찾은 궁색한 핑게가 그거였다. ‘10만원이 아까워서’


2018년 7월 중순에 계속되는 배변이상과 자꾸만 배가 아프고 가끔은 실수로 질금 지리는 경우도 있을만큼 잦은 설사를 하게 되자 엄나는 결국 검진 병원에서 다시 대장 검사 스케줄을 받고 이번에는 순순히 검사를 받게 되었다. 검진결과는 뜻밖에도, 아니 어쩌면 이미 몸에서 보내는 신호만으로 충분히 예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몰랐을 대장암. 용종은 7개나 때어내고 하나가 의심할 여지도 없이 크게 자란 암이었다. 전이 여부에 따라서 1기가 될지 아니면 최악의 4기가 될지 그것은 아직 모를 일이었다. 결국 검진병원에서 소견서를 작성해서 아주대학교 병원으로 연계되어 다시한번 조직검사를 한 후 7월25일 결과가 나왔다. 아주대학교 대장암센터 센터장이셨던 의사선생님은 대장의 오른 쪽 부분 암이 5cm도 더 자랐다고 하시며 내시경 화면을 보여주시는데 화상입은 것처럼 흉찍한 암이 우리엄마 대장 길을 막고있었다. 그래서 잔변감도 심했고 배도 아팠던 것이구나. 그 긴장된 순간에 머리속에서는 앞에 앉아계신 의사의 입에서 과연 어떤 얘기가 나올지 너무나 겁이 났다. 거기에 있는 암이 너무 커서.


“일단……간이나 폐 전이는 안보이고요” 이 말 한마디가 마치 암이 다 나았다는 소리만큼 기쁘게 들릴 줄이야. 4기가 아니라는 소리에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몇개나 더 남아 있을지 아무도 몰랐다. 의사의 권유에 따라 수술은 복강경이 아닌 개복으로 하되 오른쪽 암이 있는 부위를 잘라내고 거기를 소장부위와 다시 연결하는 대수술. 그날부터 10여일이 지난 8월 7일 입원가능, 9일에 수술 스케줄이 잡혔다.

그 긴 기다림 동안 엄마는 “나처럼 미련한 여자도 없다. 아이구, 10만원이 뭐라고……진작해볼 것을…….” 어쩌다 엄마의 눈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그 눈 안에 암이라는 몹쓸것이 왜 내몸에 생겼을까, 두려움과 근심이 그대로 다 드러나기도 했다. 그 긴 기다림 끝에 입원을 하고 결국 수술 당일날이 되었다. 엄마는 수술실로 향했다. 겁이 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웃었다. 웃는 얼굴이 그렇게 우는 얼굴처럼 보일수도 있구나. 엄마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지고 그 후에 엄마가 겪었을 수술실 안 대기시간의 공포와 두려움에 대해서는 나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2시간이 지나 급히 달려오는 간호사. 의사선생님과 수술후 면담에서 나와 둘째 동생은 엄마의 뱃속에서 잘려나온 대장의 절개부위를 볼수 있었다. 사람의 생살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엄마의 뱃속에서 배설을 담당하던 장기의 일부였다. 하지만 조금도 무섭거나 더럽지는 않았다. 조금 예상치 않은 뜻밖의 냄새가 나는 듯하기도 하고 생전 처음 경험하는 것이니 어리둥절함도 있기는 했지만 괜찮았다. 그리고 그 펼쳐진 절개부위에서 우리 엄마를 괴롭혔던 암의 모습을 보았다. 암은 지옥에서 온 괴물처럼 흉찍한 모습으로 대장의 도입부에 넓게 퍼져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크고 훨씬 무서운 모습이었다. 대장에 주렁주렁 기름덩어리 같은 것이 달려있었는데 의사선생님께서 그게 림프라고 하셨다. 이제 림프 전이가 되었는지 확인 후 항암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검사결과는2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병실로 돌아오니 수술을 마친 엄마가 멀리서 이동침대에 누워 병실로 돌아오시는 모습이 보였다. “아퍼. 아퍼. 아퍼.” 딸들은 모두 어찌할바를 몰라 울음을 터뜨리고 의료진들은 “울지마세요. 내일이면 괜찮아지십니다.” 거짓말중에 새빨간 참거짓말 같은 소리를 했다. 엄마는 아퍼 라는 말도 겨우하고 얼굴은 그 아픔의 고랑을 파듯이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한시간이 지나 두시간이 지나……엄마는 조금씩 우리를 알아보려고 떠지지 않는 눈을 겨우 한쪽 열었다. 나머지 한쪽은 힘에 겨운지 그대로 감은 채 있다. 산통은 저리가란다. 그 아픔이. 이를 악물고 아품을 꾹꾹 참는 모습을 보고 있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나라면, 다른 것 접어두고 내 아픔의 먼저라서 아프다고 난리치며 엉엉 소리치며 울고 말았을 것이다. 의사 간호사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니 그 강한 정신력의 엄마는 침대에서 일어나셨다. 그리고 몇발자국 걸으며 필사적으로 운동을 하셨다. 그리 큰 수술을 받아놓으시고 수술부위 족히 20cm는 넘는데도 어떻게 일어나 걸을 생각을 할까. 병실에 있던10일이 백년만 같았던 그 시간이 멀쩡한 나한테도 그리 멀게 느껴졌는데 배액관 세개나 꽂고 소변주머니도 달고 오른팔 왼팔 손등에 혈관찾아 혜메다 든 멍자국 투성인 엄마는 오죽하셨을까. 그렇게 보낸 10일이 지나 퇴원을 하니 너무나 꿈만 같은 시간이 지나갔고, 수술을 하고 회복되는 사이 엄마의 심경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다. 절대로 일부러는 드시지 않는 죽도 기꺼이, 입에서 수십번을 씹어 최대한 천천히 음식을 먹는 습관까지. 그 모습이 너무 애처로웠지만 내가 어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나는 엄마의 다리살이 가죽만 남은 것처럼 축 늘어져 있어도 애써 외면하고 바라보지 않았다. 엄마의 수술부위를 붕대와 테이프로 드리싱을 해드릴때 테이프와 살가죽과 너무나 밀착이 잘되어 때어내기가 쉽지 않아도 그저 테이프 강도가 강하구나 했다. 살가죽이 늘어져서 더 잘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퇴원 후 4일쯤 경과했을때 깔끔한 분이신데 정신이 조금 없으신지 화장실에 엄마가 깜빡하고 처리하지 못하신 변기 안을 똥이 있었다. 우리엄마가 싼 똥. 그 조그만 똥이 정말반가웠다. 그걸 보니 일단 설사 걱정은 접어도 될 듯했다. 엄마의 엄지손가락만한 그 앙증맞은 똥이 그렇게 고맙고 다행스러울 수가 없었다.


지옥과 천당의 8월.

그리고 22일 최종 의사상담이있기 전날까지 아직도 지옥의 끝자락이었다. 22일이 수술담당 위사에게서 ‘항암치료는 필요없습니다.’ 이 말을 들어야 8월의 지옥이 끝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22일 당일, 결과를 말씀해주시기 전 “딸들은 이게 다 온거예요?” 의사선생님은 가벼운 대화로 분위기를 호전시켰다. 허허허 웃으셨다. 그리고 잠시 무슨 농담을 하셨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일단, 2기로 보여요. 항암치료도 필요없네요. 깨끗해요.” 이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옆에 있던 세째는 갑자기 대성통곡하고. 난 기쁜 일이니 눈물을 참으려고 하는데 새빨갛게 상기되어 펑펑 눈물을 흘리는 동생모습을 힐끗 보자마자 같이 눈물이 나오고 만다. 뒤에 앉은 네째 다섯째도 엉엉엉 아기처럼 울고. 의사선생님은 어찌하실바를 몰라 그걸 그냥 인자한 얼굴로 보고만 계셨다. 지옥끝에서 천당의 문이 열리는 순간.


부앙부앙 방구소리, 냄새나는 똥, 끄억 시원하게 나오는 트름까지 몸에서 나오는 모든 생리현상은 더럽고 저속한 것이 아니다. 잘먹고 잘자고 잘싸는 행복의 증표. 나는 매일아침 저녁, 귀찮다고 전화하지 마라고 하는데도 늘 엄마께 전화를 드려 확인한다. “엄마 오늘 똥은 어땠어? 잘 나왔어? 몇번 쌌어?” 똥 “잘 나왔어 이년아 걱정말어. 니엄마 안죽어 이제. 똥도 잘나와. 니 팔뚝만큼 굵다 이누무 지지배야. 하하하”

권리와 동시에 의무화된 건강검진이 아니었다면 엄마의 대장암도 이정도에서 정리가 될 턱이 있을까. 이만큼 호탕한 우리엄마 웃음소리 다시 들을 수 있었을까……. 아직도 나는 얼마나 남아 있을지 모를 높은 산을 넘고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문디가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