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 진심으로 살고 있는지

by 일상의 정빈

오늘 문득 든 생각이 있다. 과연 나는 24시간 매 순간마다 진심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그동안 나는 흘러가는 시간에 내 일상을 맡겼다. 아침이니까 눈을 뜨고 9시부터 6시까지 회사에서 일을 한다. 당연하게 끼니때 밥을 먹고 출퇴근 버스에 몸을 실었으며 자기 전 인스타그램을 보다 나도 모르는 새 잠이 드는 일상.


사실 너무나 당연한 일이긴 하다. '넌 왜 살아?'라는 질문에 마치 '태어났으니까 사는 거지 뭐.' 같은 답을 하듯 일상을 지키며 충실히 잘 살아가고 있을 뿐인데 갑자기 쓸데없는 의문을 품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런 의문은 불현듯 오늘 오전 업무를 처리하면서 떠올리게 되었는데 어떠한 이유인지 잠깐 설명하고 싶다. 일을 하다 보면 대부분은 반복적인 틀 안에서 이루어지지만 변수가 있을 때도 있다. 방문해야 할 손님이 입원 중인데 의식이 없다던지, 어려운 재정사정으로 상환이 어렵다던지 하는 변수들. 오늘 오전에는 그런 업무들을 몰아서 처리하는 날이었다.


보통의 나는 이런 변수의 해결안을 놓고 윗선에 보고하기 위해 상황을 파악하고 '대충' 머릿속에 그려두었던 '이런 상황이니까 이렇게 처리하는 게 어떠신가요?'라는 말을 하는 선에서 보고를 마친다. 말 그대로 대충이다. 이만하면 됐지 뭐 하는 생각으로 마무리해왔다.

하지만 요즘 매일 생활계획표를 작성하며 자기 관리에 심취한 인간형으로 변태 중인지라 안 하던 일을 해보았다. 한글에서 새문서를 불러와 현황 보고서를 쓴 것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1. 현안 2. 기본사항 3. 요구사항 등으로 나름의 목차를 만들어 정리를 했다.


정리를 마치고 보니 나름 일목요연한 것도 같고 추후 결재 시에 첨부자료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대충'이 아닌 나름대로의 '제대로'를 실천해본 것이다.

그러고 나니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 9~6까지의 업무 시간에도 나는 성의를 다하고 진심이지 못하는데, 그 이외의 내 삶에서 얼만큼 성의를 다하며 살았던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어차피 남이 아닌 가족이라도 내 24시간,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지는 못한다. 오직 나만이 세밀하게 알 수 있는 나의 시간. 그런데 그 시간 속에 대충만 가득하고 내 삶에 성의를 보인 적 없는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이 드니 막막해졌다. 나는 그동안 시간을 어떻게 생각하며 살아왔던 걸까? 한 번도 시간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질 않았구나. 하는 반성에 마음이 일렁였다. 그것은 어쩌면 시간에 가치를 무시한 것뿐 아니라 나의 가치를 무시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귀결됐다.


눈 뜨는 일, 밥 먹는 일, 출퇴근, 업무시간, 휴식 시간 그저 일상을 지켜내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그 일상 속에서 매 순간 나의 진심이 어떠했는지. 내 삶에 얼만큼 성의를 보이며 살아왔는지. 그걸 알지 못한 채 살아온 건 아녔을까.


매 순간의 소중함을 알고 성의를 다하는 일. 화장실 가는 일이라도, 남이 볼 수 없는 순간에도 내 시간을 나만큼은 세밀히 알 수 있으니까. 이 마음을 깊이 새기고 싶다. 내게 모든 주어진 모든 시간에 최선을, 진심을, 성의를 다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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