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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운 Jul 19. 2021

90년생 이야기

제주도로 도망간 백수,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

게스트의 중요성


 둘레길을 다 돌고 나니 시간이 좀 남았다. 어디 가기도 애매해서 게스트하우스 단톡방에 조금 일찍 같이 저녁 먹을 사람이 있는지 물어봤더니 오늘 새로 오신다는 남자 게스트 한분이 연락을 주셨다.


 숙소 근처에서 보기로 하고 조금 일찍 도착해서 주변에 있는 음식점들 중에 괜찮은 곳 있나 찾고 있었는데, 밥 먹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먹기 좀 부담스럽다고 하셔서 알겠다고 하고 다시 맛집 탐색에 열중...!


 숙소 근처에 괜찮은 레스토랑이 있어 시간도 많아 차를 두고 천천히 걸어갔다. 약 10분 거리였는데 걸어가다 보니 중간에 골목길이 없는 안쪽에 있는 곳이어서 삥~~~ 돌아가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


 레스토랑 옆에 있는 주택에 리트리버 한 마리가 집을 지키고 있었는데 낯선 이의 방문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놀고 싶었는지 공을 물고 문 앞으로 왔다.


 (가까이 가면 으르렁 거리면서 공은 또 물고 있고 꼬리는 흔들고 어쩌라는 건지....? 이상한 녀석...)


집을 지켜야 하는데 놀고는 싶고.....


 

레스토랑 문을 열었는데 가게 불도 안 켜져 있고 아무도 없어서 뭔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했다. 아니나 다를까 사장님이 오셔서 브레이크 타임이라고 한 시간은 기다려야 된다고 하셔서 결국 포기... ㅠㅠ


 그냥 오늘 저녁은 어제 남은 족발&불족에 맥주나 간단히 먹는 거로 해야겠다. 오늘도 숙소에 제일 먼저 도착해서 씻고 그동안 못썼던 글도 정리하고 책도 보고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다 보니 조금씩 어두워졌다.


 어제 같이 놀았던 분들보다 새로 온 게스트들이 먼저와 인사를 나누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오늘 새로 온 남자 게스트 두 분은 파티하는 게스트 하우스가 가득 차서 이곳으로 오게 됐다고 했다.


 한 분은 30대 중후반 한 분은 20대 초반이었는데 이야기는 나름 잘 통했다. 조금 있으니 새로 오신 여자 게스트 두 분과 어제 같이 놀았던 지수 씨와 유진 씨도 도착해서 투숙객이 모두 모이게 됐다.


 유진 씨와 노트북으로 거실에서 런닝맨을 보고 있었는데 지수 씨가 옆에 있는 냉장고에서 어제 먹던 족발과 불족을 꺼내 그냥 돌리면 되겠냐고 물어왔다.


 물을 좀 붓고 돌리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니 다들 그게 좋겠다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물도 적당히 잘 부었는지 전자레인지를 몇 번 돌리다 보니 어제 배달 온 상태 그대로 살아났다. (쫄깃쫄깃~)


 오늘 새로 오신 분들이 방에 들어가서 안 나오셔서 나와서 같이 간단히 한잔하자고 모두 나오시는 게 어떠냐고 권유하니 불러줘서 고맙다고 두 분 모두 나오셨다.


 어제처럼 테이블에 족발과 불족을 나눠놓고 4명씩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나눴다. 내일부터 일정도 없고 숙소도 구하지 않은 상태라 다른 사람들한테 많이 물어봤는데 지수 씨가 자기가 구한 숙소 어떠냐고 보여주셨다.


 내가 전에 봤던 곳이었는데 냉장고가 없어 포기했던 곳이었다. 위치가 성산 쪽이라 숙소를 잡고 내일 하루는 성산 근처로 일정을 잡기로 했다. (하루만 있는데 냉장고는 필요 없을 거 같아 위치도 괜찮아 선택!!)


 지수 씨가 "혹시 빛의 벙커 들어봤어요?"라고 물어보셔서 그게 뭐냐고 물어보니 아르떼 뮤지엄 같은 사진 찍기 좋은 실내 아트 전시장이라고 알려주셨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가보기 좋을 거 같아 혹시 내일 괜찮으시면 둘 다 내일 체크아웃이고 지수 씨 뚜벅이니까 내 차 타고 같이 보러 가지 않겠냐고 하자 흔쾌히 알겠다고 하셨다.


 그 자리에서 호텔과 빛의 벙커 관람을 예약해 두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새로 오신 여성분 중에 한 분이 오늘 마라도 가서 짜장면에 소주 마셨다고 사진을 보여주셨다. 


(마라도 가파도는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우도 외에 다른 섬은 가보지 않아 일정이 될 때 가보기로 하고 구글 지도에 저장!)


 그러면서 오늘 먹은 돈가스가 동유럽에서 먹은 음식이랑 비슷했는데 이름이 생각 안 난다고 하셔서 혹시 슈니첼 아니냐고 나도 가서 먹어봤다고 말하는 걸 시작으로 서로의 유럽여행 루트와 에피소드 등 시답잖은 TMI까지 재밌는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여성분은 남자들이랑 말하는 게 어색했는지, 여자끼리 있을 때만 말을 하고 말씀을 안 하셔서 친해지지 못했다.


 유진 씨는 내가 알려준 돌고래 나온 곳으로 갔지만 너무 늦게 가서 이미 돌고래가 떠났다고 아쉬워했다. 다들 소등시간까지 각자 오늘의 일정을 공유하며 신나게 떠들었다.


 그리고 옥상에 있는 새끼 강아지들을 보러 우르르 몰려가는 걸로 함께 하는 시간이 모두 끝났다.


찡긋



 문제는 어제처럼 모두 나눠 정리를 하고 남자 방, 여자 방으로 각자 흩어지고 발생했다. 새로 온 게스트 중 나이 많으신 분이 너무 짧아 아쉽다고 계속 여자 방 가서 같이 마실 사람 불러다가 밖에 편의점에서 먹는 게 어떻겠냐고 징징...


 내가 여기는 파티하는 게하가 아니라 쉬러 오신 분이 대부분이라 규칙이 정해져 있어서 안 그러는 게 좋겠다고 말했더니 자기 혼자 편의점에 다녀오겠다며 맥주와 소주를 사 왔다.


 너무 아쉬워서 그런다고 우리끼리만 얘기 좀 하다 자자고 해서 다시 이 닦기 싫어 술은 거절하고 누워서 얘기만 했다.


 다 같이 모여 있을 때 술을 많이 마신 것 같진 않았는데 취해서 그러는지 소등시간인 11시를 훌쩍 넘겨 12시가 넘어서도 계속 떠들자 결국 사장님이 오셔서 몇 번 참다 왔는데 더 이상 시끄럽게 하면 쫓아내겠다고 하자 상황이 정리됐다. (코까지 더럽게 많이 곤다....)




 첫날 왔던 사람들이 다들 위트 있고 선 안 넘으면서 재밌었는데 오늘은 쫌.... 아쉬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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