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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운 Jul 22. 2021

90년생 이야기

제주도로 도망간 백수,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

빛의 벙커

 

 조식을 맛있게 먹고 모두에게 제주여행 마무리 잘하라며 작별인사를 하며 지수 씨와 게스트하우스를 나왔다. 지나가다 만나도 모른 체 하지 말자는 얘기도 빼먹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서로 얘기도 많이 나누고 참 재밌었다. 동네만 가까웠으면 올라가서도 종종 만났을 텐데 참 아쉬웠다.


 뒷자리에 짐을 실어놓고 빛의 벙커를 향해 출발...!


 빛의 벙커까지는 예상시간이 약 1시간 20분 정도 찍혔다. 버스 타고 갔으면 고생했을 거라고 고맙다며 지수 씨가 마실 거라도 사준다고 했는데 가는 길에 일찍 오픈한 카페도 안 보이고, 관람시간도 늦을까 봐 그냥 포기하고 가기로 했다.


 저녁에 맥주 한 잔 하면서 떠들 땐 몰랐는데 단 둘이 있으니 좀 어색.... 했지만 그래도 얘기하다 보니 근처까지 금방 왔다. 


 키우는 강아지 이야기, 서로 해외여행 갔던 이야기, 직장 얘기 등등... 얘기하면서 느낀 거지만 공통점 보단 참 다른 점이 많았다. (그래도 이야기가 되는 걸 보면 신기...)


 네비는 근처라고 알려주는데 무슨 산 근처까지 빙글빙글... 겉에서 보면 전혀 전시회 하는 곳인지 모를 그런 곳에 있었다.


 입구에서 인증샷 하나 찍어주고 예약한 표를 끊고 입장.


 이런 종류에 전시회는 처음 봐서 너무 신기했다. 특히 천장부터 바닥 벽까지 모두 활용하여 입체감과 색감이 주는 느낌이 신선했다.


 고흐 전시가 끝나고 모네, 르누아르, 샤갈 작품 전시였는데 미술의 조예가 없어 모네 작품 몇 개만 아는 정도였지만 너무 만족스러웠다.


 전시를 관람하다 맘에 드는 배경이 나타나면 서로 사진을 찍어 주기로 했는데 배경이 계속 바뀌기도 하고 어두운 배경보다 밝고 맘에 드는 배경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다 재빨리 찍어야 해서 순발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몇 장의 사진 중에 맘에 드는 사진을 서로 득템 해서 완전 만족!!!



득템 ㅅㅅㅅㅅ


 

잘 나온 몇 장의 사진을 건지기 위해 서로 몇 장이나 찍어줬는지 참 열심히였다. 혼자 왔으면 이렇게 사진 찍고 재밌는 시간을 보내지 못했을 텐데, 서로 다행이라고 웃으며 끝까지 전시를 관람했다.


 전시가 끝나고 나가는 길에 출구가 어딘지 찾다가 잘못 들어가 거울의 방 같은 곳에 들어갔는데 들어온 김에 여기서도 한컷!!

 


빛의 벙커 강추!



  지수 씨는 호텔에 짐을 놓고 올레길을 걸을 거라고 하셨고 나에게 정운 씨는 이제 뭐할 거냐고 물어봤다. 나는 계획이 없었는데 갑자기 예전에 어머니와 제주도에 왔을 때 왔던 카페가 생각나 그곳을 찾아보러 가야겠다고 동행의 마무리를 지었다.


 (카페 이름이 기억이 안 나 인터넷으로 찾기 불가능해서 근처를 다 뒤져보기로...)


 우리가 예약한 호텔은 멀지 않아 호텔에 내려드리고 저녁에 또 볼 수 있을지 없을지 몰라 올레길 코스 조심히 잘 다녀오라고 작별인사를 하고 카페를 찾으러 길을 나섰다.


 내 머릿속에 기억 하나만 가지고 찾는 카페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기억나는 것도 카페 외관이랑 해수욕장 근처였던 것만 기억났는데 그 정도면 근처에 카페가 100개는 더 있을 테니까...


 어디로 가야 할지도 정확히 모르겠고 근처에 고기국수 맛집이 있어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점심시간이지만 웨이팅 할 정도로 붐비지 않아 내가 시킨 고기국수가 나오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꽃가람 고기국수

 

 

 제주시에서 한 시간을 기다려서 먹은 올레 국수보다 훨씬 맛있었다. 면도 탱탱하고 국물도 진한 게 여태까지 먹은 고긱국수중에서는 완전 best!!! (성산 근처에 계시면 한번 가보시길 추천)


 국물까지 싹 비우고 다시 길을 나섰다. 성산 아래 방향으로 기억하고 해안도로를 따라 쭉 달렸지만 비슷한 해변과 카페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핸드폰을 충전하기 위해 가방을 찾는데 어....? 가방이 없다. 분명 다 챙긴 것 같았는데 왜....???


  혹시... 하고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께 전화해보니 가방 하나가 입구에 있다고 파란색 가방이 맞냐고 했다.


 하... 거길 또 언제 가지... 카페 찾기고 뭐고 다시 왔다 갔다 왕복 3시간가량 할 생각에 힘이 쭉 빠졌다.


 그래도 뭐 별 수 있나 드라이브 한번 더 한다고 생각하고 부리나케 달려갔다.


 게스트 하우스에는 아무도 없었다. 강아지들이 낯익은 얼굴인지 짖지 않고 반겨주었다. 강아지들 쓰다듬어주고 입구에 있는 가방을 챙겨 다시 성산으로 돌아간다.


 하루 종일 몇 시간을 운전한 건지 피곤하고 짜증도 났다. 카페 찾는 것도 오늘은 시간이 모자 라보였다.


 그렇게 다 포기하고 다시 성산을 가기 위해 종달리 해변까지 갔을 때 낯익은 조형물이 보였다.


 두루미! 내가 찾던 카페 근처에 두루미 조형물이 있던 게 기억났다.


저 친구는 가짜입니다.



 두루미 서식지인지 근처에 두루미들이 많이 있었다. 내 기억대로 근처 해변에 찾던 카페가 있었다. 뭔가 불가능한 미션을 해낸 그런 느낌이 들었다. (완전 뿌듯~) 


 가방을 놓고와 똥개 훈련을 했지만 그래도 그덕에 찾고싶던 카페도 찾고 기분이 금세 좋아졌다. (참 단순하다.)


예쁜 실내에서 쉬다가  빨리 짐을 풀고 쉬고 싶어 레모네이드 한 잔을 손에 들고 옆에 있는 해변만 잠깐 구경하고 숙소로 향했다. (고생해서 찾은 카페에서 여유를 즐길 체력이 없었다.)


카페 찾기 미션 완료~



 숙소까지는 20분 정도 걸려 금방 도착했다. 숙소는 위치가 좋아 주로 혼자 오는 여행객들이 많았다. 또 한 달 살기도 여기서 많이 한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짐을 가지고 내릴 때 산책하러 나가는 분들이 많이 보였다.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하고 짐을 옮기고 누워있는데 방음이 너무 안돼서인지 아직 어두워지지도 않았는데 쉬기 아까워서 인지 나가고 싶어 졌다.


 광치기 해변에서 노을이나 보고 와야겠다 하고 편한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다시 나왔다. 나처럼 노을을 보러 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바다 바로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 해변 주차장에서 나처럼 자리 펴놓고 누워서 보는 사람들 모두 같이 노을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캠핑의자를 펴고 백예린 노래를 들으며 노을을 한참 기다렸다. 요즘 해가 늦게 져서 조금 오래 기다리긴 했지만 그래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사진으로 이쁘게 나오지 않아 눈에만 담아왔다.)


 오늘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이제 남은 건....? 시원한 맥주와 함께 하는 저녁!!


 마침 숙소에서 운영하는 펍에서 맥주 쿠폰을 준 게 생각나 주차하고 바로 펍으로 향했다. (저녁에는 주차장 자리가 많이 없었지만 때마침 나가는 차가 있어 겨우 주차 성공!!!)


 펍에서는 혼자 여행 오는 여행객들이 외로울 틈을 주지 않기 위해 튼 시끄러운 음악이 나왔다. 옆자리에 사람이 있어도 대화가 쉽지 않을 것 같은 쿵짝 쿵짝 소리가 조금 거슬렸지만 이내 적응됐다.


페퍼로니 피자 & 생맥주

 

 시그니처 메뉴로 추천받아 주문한 페퍼로니 피자와 생맥주가 나왔다. 크.... 이거지. 가게 통유리를 통해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지수 씨도 올레길을 갔다가 왔을지 궁금했다. 카톡 해서 같이 맥주나 마시자고 할까 하다 폰을 내려놨다.


 뭐... 저녁 안 먹었으면 연락했겠지 라는 생각과 오늘 누적된 피로로 그냥 빨리 가서 쉬고 싶단 생각이 먼저 들었다. 만나도 억지로 텐션을 올려 얘기할 컨디션이 아니었다.


 낮에 했던 짧은 작별인사를 끝으로 이제 다시 볼 일은 없겠지만 잘 지냈으면 좋겠다.


 추가로 주문한 맥주까지 다 먹고 숙소로 들어가 씻고 누웠다. 낮에 들리던 소음이 그리 크게 들리지 않았다.  예민한 내 귀가 펍에서의 음악소리에 익숙해진 건지 피곤해서 안 들리는 건지 모르겠다.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불을 끄고 누워 있으니 스르르 눈이 감긴다.


 참 별거 없는 바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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