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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Jun 16. 2023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82. 공감이라고 다 같은 공감이 아니다

  미래 사회에 가장 필요한 역량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는 '공감'입니다.

  공감(empathy, 共感)의 사전적 정의는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등에 대하여 자신도 그렇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슬픈 장면을 보면 슬픈 감정을 느끼거나 눈물이 나고, 기쁜 일이 생기면 함께 기뻐하는 것이 일상에서의 공감 상황입니다. 공감은 연결을 강화하고 따뜻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매우 '인간다운' 특징이기에, 아마도 AI 시대에 살아남는 중요한 역량으로 꼽히는 것이겠지요.


  다만 공감이 모두 다 같은 '공감'은 아닙니다. 공감에도 깊이가 있고, 깊이에 따라 공감의 질이 달라집니다. 깊은 공감이 오가면 공감받는 사람과 공감하는 사람 모두를 성장시킵니다.


  '남자친구와 헤어졌어'

   '저런 슬프겠다'


  이런 공감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연인과 헤어지는 것은 누구나에게나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그 연인과의 관계가 어떠했는지에 따라 슬픔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또한 두 사람의 관계를 넘어 각자가 어려서부터 맺어온 대인관계의 틀과 가치관에 따라서도 슬픔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언제나 사람들은 나에게 싫증을 내고 떠나간다'는 고착된 사고를 가지는 사람이라면 이별은 단지 헤어짐이 이상으로 '인간으로서 못난 나를 다시 입증하는 일'입니다. 특히 어려서 소중한 사람과 이별했던 경험이 있다면, 이별은 과거의 고통을 다시 상기시키며 '결국 모두 헤어지게 되어있으니 아무도 만나지 말자'라는 사고의 틀을 강화하는 이벤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애 당사자에게 이번 이별이 갖는 의미, 슬픔의 질과 연상되는 기억까지 모두 이해받는 것은 공감의 결과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와 같은 깊은 공감은 어디서 올까요? 바로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이 사람에게 이별이 어떻게 느껴지나?'

  '어떤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어떤 과거를 떠올리게 했나?'

  '이 이별이 이 사람의 삶에 미칠 파장은 무엇일까?'


  질문의 목록은 무궁무진합니다. 중요한 것은 '질문을 통해 깊게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해가 깊어질수록 공감의 깊이도 깊어집니다. 당신의 공감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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