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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w Dec 18. 2022

호구조사

조금만 더 천천히


어디 살아요?

고향은 어디세요?

자녀는? (나이가 있다고 누구나 자녀가 있진 않다)

왜 하나밖에 안 낳았어 ? 외롭게 ~

(아이를 키우면서 흔하게 듣던 얘기였지만

가끔은 지겹기도 했다)

공부는 잘해요?

(어느 누구는 엄청 속 썩는 중인지도)

결혼했어요?

(첫 만남에 꼭 알아야 하는 걸까)

남편분은 무슨 일 하시나 ~ (사업이 시원찮거나

실직 또는 여러 이유로 현재 없을 수도)


어머 ~ 세상에 ~ 몰랐네 ~

(이제 만났는데 당신이 알리가?)

왜 ~ 왜? (진짜 ㅜ)

왜 그렇게 된 건데 이유가 뭐야 ~

(지금 당장 어디까지 알고 싶은 걸까 남의 인생을 한마디로 듣길 원함)


또는

같은 질문을 해 놓고

(예상 답안이 아니라서 당황한 건지 입틀막 제스처와)

어머 ~ 미안 ~ 미안해 (자연스럽게 묻고서 뭐가?)

내가 괜한 걸 물었다 ~ (엄청 슬픈 표정)

천진난만 질문해 놓고

질문자가 슬퍼지다니 ~

(어째 되려 내가 미안해지네 ~)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위로도 사과도 아닌

이건 뭐지???

난 편하게 말한 건데 당신이 왜??


사람들의 반응은 참 이해하기 어려웠다


질문들은 너무나 쉽게 잘하면서

그럼 어떤 대답을 예상한 걸까

정해진 대답이 있는 걸까

그럼 솔직히 말하지 말걸 그랬군... ㅜ


그런 이런 경우는

모두 정해진 슬픈 경우?

이런 식의 병 주고 약 주는 시추에이션을

난 참 많이도 아주 많이 봤다


물론 물을 수도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알고 싶고 궁금한 것이 이상한 건 아니다


애 없는데 맞벌이 안 해요?

새댁은 전에 하던 일은 뭔데?

근데 왜 일 안 하고 ~

애 없을 때 벌어 놔야지

애는 여태 왜 안 낳았데 ~

안 생겨서 안 낳은 거야 일부러 안 낳은 거야

시댁에서 뭐라 안 해?

애인 있어요?

직업은? 좋다 괜찮네 ~

연애 오래 하면 안 좋다는데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얼른 식 올리고 자리 잡아야지


내가 살아오면서 겪은 여러 첫 만남

또는 제삼자 입장에서 듣던

다양한 첫 만남에 대화의 기억들이다


대체 우리는 왜

만난 지 이제 반나절도 안 된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과 말을 할까

타인의 신상은 어디까지 알아야 할까

첫 만남에 신상 주변 환경 리뷰는 필수일까


어차피 같이 지내거나

자주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알 수도 있는 내용들이다


우리네 특유의

정으로 묻는 질문일 뿐?

인간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사?

별것도 아닌데 유별나게 생각한다?

물어볼 수도 있는 거지!

그럼 처음 봤는데 뭐가 궁금하겠어

만나서 알아가는 과정인데 예민하네 ~

다 그런 거지 ~


목소리가 차근차근하시네요

저는 호러 보다 멜로가 좋아요

난 족욕하는 거 좋아하는데

시간 있을 때 뭐 하고 지내세요?

어떤 차 좋아하세요 ~


이런 대화가

어느 정도 오고 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방도 나도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게 된다

(거의 그랬다 내 경우엔)


이제 조금

당신을 알게 되었다는

편안함과 친근감도 생기고


내 얘기 좀 할까?

너의 이야기도 궁금해

나는 이런데 너는?

난 이렇게 살고 있어

예전엔 이랬고 지금은 이렇게 지내

아 ~ 그랬어? 그랬구나

지금은 어때?


어렵지 않게 자연스럽게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잠시 단 며칠의 여유와 기다림도

얼굴을 익히고 서로를 자연스럽게

알아 갈 만큼의 짧은 시간조차 주지 않더라


왜 모두 빨리

그 자리에서 알아야 하는 걸까

그런다고 다 알 수 있을까

진짜 궁금해서일까

단순 습관일까


배움이 아주 긴 사람도 다르지 않았다

그럴 땐 학식도 소용없단 생각이 들었다

진심으로 인간 대 인간으로

관심이 생겨서 궁금한 걸까?

그저 그 사람을 평가할 만한

또는 대 할 수준을 정하기에 필요한

근거를 수집하는 행위처럼 느껴지는 건

나의 쪼잔한 자격지심일까


너희 아버지 뭐하시니?

살아 본 적 없지만

다른 나라는 그런 게 제일 먼저 궁금하지 않다던데

(물론 난 실제를 잘 모른다)

우리 고유의 민족성 때문일까?


30대엔

물으면 묻는 대로 대답을 했다

대답해야 하는 줄 알았다

40대부턴

계속 볼 사람이 아니면

대답하지 않거나

그들이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을 대답 위주로 해 주던가

통상적인 대답을 해 주었다

(남편 1 아내 1 자녀 1)


영혼 없는 질문 같아서

진심으로 대답할 필요가 느껴지지 않아서

나름의 자기 방어 이기도 했다


그리고 요즘은

계속 볼 사람이어도

내 얘기를 잘하지 않게 되었다


왜냐하면

나를 이야기한다는 건

내 입장에서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내가 나를 이야기하고 싶을 때여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단순 호기심을 풀어 주기 위해

내 개인적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이제 만나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은 나에게

진심으로 관심이 생겨서

나도 모르는 정이 가서

아니면 꼭 알아야 하는 이유로

하는 질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좀 우습지만

타인을 그렇게 궁금해하는 만큼

자신에겐 얼마나 깊은 관심과

쉬운 평가가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원래 거짓말쟁이인지

누가 날 거짓말쟁이로 만든 건지

내 환경이 만든 자격지심인 건지

생각하기 전에

참 예의 없고 무례하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의 단순한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나의 몇십 년을

수분 안에 이렇다 저렇다

이랬네 그랬네 하는 말로

평가되고 싶지 않다

한 방으로 말할 재주도 없다

그래서 때로는 더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늘 한 방을 원했다

한 방 ~!


빨리 듣고

빨리 알아 버리고

빨리 평가하고

결론짓고 싶어 했다


한 방 후에 남는 건

덩그러니

상대방은 없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처음 만난 사람에게

절대 신변 신상을 묻지 않는다


대신

처음이란 긴장이 풀어질 정도의

즐겁고 유쾌한 질문을 한다

셀 수 없는 같은 기억이 있지만


근래에 잠시 함께 일했던

또래 동료를 만난 지 몇 시간 후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연달아 호구조사 질문을 받았다


물론 나는 같은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그녀 외엔 궁금한 게 없었고

이제 겨우 그녀를 만났을 뿐인데

그녀의 남편과 자식과 사는 곳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연이어지는 질문을 받고

그마저도 이내 궁금증은 사라졌다

그녀가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아 졌다


살면서 유독

나만 이런 질문을 자주 받은 걸까

나만 그런 질문들을 식상해하고

예의 없다 생각하는 걸까


골똘한 생각이 이어지고

이것이 최선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그런 성급하고 영혼 없는 질문들엔

대답 안 하기로

통상적인 대답으로 일관하고

상대방의 관심을 자극해서

더 이상의 질문들을 양산하지 않는 걸로

그렇게 결론 지어 버렸다


대답하지 않는다

묻지 않는다


타인을 자세히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 주자


그리고

너에게 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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