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캐럴이 들려오는 카페에 앉아 있자니 아줌마의 마음도 설렌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일까?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은 어디지? 이런 고민은 나에게 사치가 된 지 오래다. 집돌이 남편을 꼭 닮은 집순이 딸을 낳아버린 죄로 크리스마스는 매년 집에서 보내고 있다. 북적이고 시끄러운 곳을 싫어하긴 하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내고 싶은 욕심 많고 이중적인 나다. 올해도 집에서 트리를 꾸미고 케이크를 사다 홈파티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산타의 선물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랑 삼촌도 크리스마스라고 선물 주는데 엄마아빠는 왜 안 줘??"
"산타할아버지가 주잖아. 그러니까 안 줘도 되지."
"치.. 그런 게 어디 있어. 다른 친구들은 엄마아빠한테 선물 받던데."
그렇게 순수한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매년 2개의 선물을 준비했다. 하나는 산타할아버지를 빙자한 나, 나머지 하나는 엄마인 나.
"사랑아, 너 이제 9살이라 산타할아버지 안 와. 영화에도 8살까지만 받는다고 나왔잖아~"
9살이면 슬슬 산타의 정체를 눈치챌만도 한데 의심은 하지만 아직은 믿고 있는 눈치길래 한마디 던졌다.
"엄마, 그 영화는 외국꺼잖아. 우리나라는 만 16세까지 어린이야. 방정환 선생님이 그렇게 지정했대. 그러니까 아직 선물 받을 수 있지~"
딸은 어디서 들었는지 방정환선생님까지 얘기하며 나를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질 수 없지.
"산타가 한국사람이야? 외국 사람이니까 외국기준에 맞춰야지."
산타의 생색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던 못난 엄마는 딸의 말을 아주 논리적으로 맞받아쳤다.고 생각하며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딸의 얼굴을 본 순간 내 입을 때려주고 싶었다. 딸은 주머니 속 아껴두었던 초콜릿이라도 뺏긴 듯 금방 울듯한 얼굴이었다.
출처 픽사베이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은 특유의 설렘과 따뜻함이 있다. 이미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알고 있던 12살의 크리스마스이브, 동생과 나란히 누워 선물을 기다리던 때가 생각났다. 강아지풀이 살갗을 간질이듯 몽글몽글하게 설렘의 구름이 피어나던 그날 밤. 올해가 산타할아버지가 주시는 마지막 선물임을 눈치챘는지 예년보다 마음이 들떠 잠이 오지 않던 날이었다. 마지막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며 일렁이는 마음을 겨우 접어놓고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하며 누웠던 그날의 따뜻한 이불속 온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온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은 눈덩이처럼 커져서 나에게 포근한 눈사람 친구가 되어주었다.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 :D 베란다에 숨어있는 중입니다. 크리스마스 아침, 트리 앞에 놓여있는 선물을 보며 활짝 웃는 너의 예쁜 미소와 순수한 동심을 바라보는 것이 나에겐 더없는 선물이기에 산타의 생색을 좀 더 참아주기로 했다. 우리 딸에게 반짝이는 크리스마스의 기억들이 올라프 같은 다정한 눈사람 친구가 될 때까지.
Wishing you a wonderful & warm Christmas holiday season.
You deserve it a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