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분노했다.
나의 이 모든 상황에 슬퍼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은데? “
“ 언니, 다른 친구들이 나한테 그래. 나에겐 3주간의 시간이 있고, 이제 고작 1주를 썼을 뿐이래. 모리셔스를 짧은 시간 속에 평가하기보다, 혼자라도 돌아다녀보면서, 이 기회를 잘 살려서 이 상황을 극복해 보래.”
“그럼 2주 동안 참고 거기 있는 게 맞는지 의문이야. 충전하러 간 건데, 방전돼서 올꺼같아 걱정이고.. “
“해결방법은 여길 벗어나는 것뿐이에요”
“잘 생각해 봐. 돈인지 여행의 질인지. 돈은 채워지지만, 지난 여행은 추억이 될지, 기억이 될지는 네가 선택하는 거야. “
언니는 나를 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했다. 어제 자스민과 만나 너무 기뻤지만, 그녀도 결국 3일 뒤에 떠날 사람이었다. 그 이후에 또 다른 사람이 올 수도 있지만, 안 올 수도 있었다.
띠링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지인, 잘 지내고 있어?”
4년 전 베트남에서 만난 올리였다. 고작 10일 같이 여행했지만, 우리는 4년간 인연을 유지하며 많은 소식들을 공유했다. 나의 베스트 프랜드 중 한 명이었다.
“올리, 나 여기 엉망진창이야. 카이트서핑도 재미없고, 사람들이랑 너무 안 맞아. “
“그래? 그럼 여기로 와. 비행기표 얼만데”
올리는 스페인 마요르카에 살고 있었고, 4년 동안 매년 자신이 사는 곳을 방문해 보라 권유했었다. 카이트서핑을 타기 위한 곳이라기엔 바람이 약했던 터라, 나는 매년 거절해 왔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올리의 제안이 아주 솔깃했다. 나는 바로 항공권을 확인했다.
“잠시만… 한 1700유로(한화 250만 원) 되는 거 같은데, 이거 사면 난 완전 오버야. “
“그렇다고 거기 계속 있고 싶어? 여기 오면 다 무료야. 잘 생각해 봐.”
나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바로 수락하기엔 250만 원은 너무나 큰돈이었다. 내가 2주간 쓰려고 빼둔 150만 원은 넉넉하게 준비한 돈이었고, 다 쓸 계획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100만 원이나 오버해서 비행기표를 사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나는 자리에 앉아 어떤 선택이 추억이 될 수 있는지 따져보기 시작했다. 모리셔스에 남게 된다면, 내가 그렇게 하고 싶었던 수중폭포 비행기투어를 할 수 있었고, 그건 내가 5년 동안 꿈꿔왔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그렇지만, 카이트서핑을 2주간 혼자 타야만 했고, 또다시 군중 속 고독은 내가 감내해야만 했다. 스쿨에 레슨을 등록해서 뭔갈 배워볼 수 있겠지만, 그건 꼭 이 장소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돈 50~80만 원 정도 남길 자신이 있었다.
떠나게 된다면, 이 장소에 느낀 모든 문제들을 아름답게 끝낼 수 있었고, 더 이상 외로움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다. 새로운 장소, 마요르카를 여행할 수 있고, 그곳에선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2주를 또 다른 모험으로 채워나갈 수 있었다. 돈은 아주 많이 오버되었다. 아무리 모든 것이 무료라고 하지만, 나를 위한 생필품과 선물을 구매하려면, 지금 오버된 100만 원에서 추가로 오버될 가능성이 높았다.
언니의 질문이 떠올랐다.
“여행의 질이야? 돈이야?”
머리를 쥐어뜯다가, 비행기표를 사기 직전의 화면까지 진행했다. 오늘 결정해야만 했다. 지금 가장 싼 항공편은 2일 뒤였고, 내일이면 비행기표는 다시 비싸질 것이었다. 떠나려면 지금 사야만 했다.
‘후우….’
손이 떨렸다. 이 돈을 벌기 위해서 노력했던 시간이 생각났다. 집을 사려고 한 푼이라도 아등바등 모았고, 추가근무로 여행을 위해 겨우 마련한 돈이었다. 고작 2주간의 시간을 위해 이 돈을 써야만 할까.
“으아악!!”
나는 침대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버튼을 누를까 말까 하다가, 화면을 껐다. 그러다가 다시 화면을 꼈다. 올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올리, 나 2일 뒤에 갈 수 있는데, 진짜 괜찮아?”
“당연히 괜찮지! 네가 오면 하고 싶은 것들이 진짜 많아. 아침에 모닝산책도 가자. 집에서 파티도 열 거야. 바람은 좀 약하겠지만, 내 장비 빌려줄게.”
그의 상기된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이렇게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래 나는 결국 추억이 중요하고, 사람이 중요했다.
“알겠어. 그럼 2일 뒤에 보자. “
“야——호!”
그의 환호성이 들렸다.
지금의 소비로 속은 쓰리겠지만, 떠나자.
진짜 나를 기다리는 곳으로.
나는 그렇게 모리셔스-런던-마요르카행 비행기를 샀다.
그리고 다음 날은 모리셔스의 마지막날이 될 것이다.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