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말이 좀 생소하다 못해 생경하다. 이 글을 쓰는 필자에게 조차도. 그런데 한 국가, 민족, 그리고 생물학적 종의 진화와 발전에서도 “DNA에 대한 소비자 선택”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윈은 1859년 “종의 기원”을 출간하고 12년 뒤에 어쩌면 그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또 다른 저술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이라는 책을 펴낸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밝힌 자연선택은 생존에 적합한 유전형질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며 진화가 이루어지고 그런 종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으로 종교관이나 역사 발전에 관한 인류 사고 체계에 엄청난 영향을 주긴 했지만, 어찌 보면 동어반복에 불과할 수도 있다. 자연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명은 당연히 생존에 적합하지 않을 경우 퇴출될 수밖에 없다. 즉, 생존에 적합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는 결과적으로는 살아남는 자가 적합한 자란 이야기의 동어반복이라는 것이다. 속된 말로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는자가 강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에서 밝힌 내용은 동어반복적인 “자연선택”보다 훨씬 흥미롭다. 종이 번식하려면 단지 생존에 적합하다는 의미의 자연선택만이 아니라 상대방 성에 의해 선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아주 넓게 본다면 상대방 성에 의한 선택도 자연선택의 일부겠지만, 충분히 생존능력을 가진 존재라 하라도 상대방 성에 의해 선택되지 않으면, 번식 혹은 유전형질의 전달을 도와줄 상대방을 얻지 못하면 퇴출 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러한 성 선택에 의해 진화는 훨씬 가속화된다. 왜냐하면 자연선택에서는 생물이 생존할 능력이 있는 한 종을 유지했다면 이제 생존 능력에 더불어 상대방 성에 의해 선택되지 않으면 종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이를 다른 측면에서 해석해 본다면 다음 세대에 더 적합한 유전형질(DNA)을 선택함으로써 진화 속도를 빠르게 한다는 의미가 되고, 만일 상대방 성이 생존에 적합하지 않은 상대방을 고르는 부적절한 선택을 하는 경우 멸종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즉, 진화에서도 선택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때 상대방 성은 유전형질(DNA)에 대한 소비자인 것이다. 물론 일부 생물학자들의 생각은 유성생식(혹은 양성생식)에 의한 성 선택을 유전형질에 대한 소비자의 탄생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양성생식 과정이 유전자의 재조합에 의해 종의 다양성을 확보해 멸종 위험을 줄이고 불리한 돌연변이를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하지만 다윈은 앞서 언급한 저술에서 생존을 위한 자연선택과 번식을 위한 성선택을 분명하게 구분한 후 짝 고르기를 통한 성선택은 자연선택보다 훨씬 더 지능적인 과정이라는 점을 제시했다.
강요당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부다처제(반대로 일처다부제도 가능하지만)도 상대방 성에 의해 생존에 적합한 유전형질(DNA)을 선택하기 위해 형성된 것이다. 다른 동물들에서도 성이 분화(유성생식 혹은 양성생식을 시작)한 이래 진화는 단순히 자연의 선택만이 아니라 성 선택에 의해 진행되었고, 상대방 성이 (때로는 강요당한 것이지만) 어떤 유전형질을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되었다.
필자는 진화론을 깊이 배우지 않았으니 이런 이야기들은 상식적 수준의 이야기지만, 필자가 성선택과 관련하여 관심을 갖는 것은 경제학적인 관점에서다. 즉 유전형질에 대한 소비자의 탄생 – 유성생식이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효율의 관점에서 본다면 매우 비경제적인 유성생식이, 진화의 정점에 있는 대부분의 고등생물의 번식방법으로 되었다는 것은 흥미롭다.
마치 시장에서의 다수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상품이 공급되는 것이 중앙집권적 권력에 의해 일사분란하게 결정되는 것보다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나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그리고 진화 과정에서 양성생식이 발달하고, 인간의 성선택처럼 지능적인 과정 - 유전형질에 대한 소비자가 탄생하면서, 긴 생명의 역사(30-40억년)에 비하면 정말 짧은 시간(2-3백만년 정도, 진화의 역사의 약 1천400분의 1, 24시간으로 따지면 마지막 1분)에 현대인류가 형성된 것처럼, 인류 경제도 도구를 사용하고 농경과 가축을 활용한 오랜 역사(1-2만년)에 비하면 아주 짧은 300년 정도의 기간에 산업혁명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오늘날 정보화시대에 도달한 것도 대중 소비자 그룹의 탄생에 비롯된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러한 필자의 생각은 https://brunch.co.kr/@consumer/26, https://brunch.co.kr/@consumer/27, https://brunch.co.kr/@consumer/28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