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일기
1980년은 군 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어요. 1979년 10월 전반기 훈련과정을 마치고 첫 휴가에 가슴 설레며 고된 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휴가를 며칠 앞두고 돌연 휴가가 취소됐죠. 이유는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했기 때문이래요. 그리고 이듬해 자대 배치를 받고 근무를 하고 있는데 5월 어느 날 광주에서 폭동이 일어났다고 바상이 걸린 거예요. 그때는 지금처럼 sns가 발달되지 않아 티브이 뉴스나 신문에 의존 활 수밖에 없었지요. 그냥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날의 끔찍한 일들이 사실이 아닌 것을 전두환 정권이 무너지고 나서여 알았어요. 국가에게 사기를 당한 기분이 들었어요. 속았다고 생각이 드니까 그 정권이 너무 괘씸했어요.
5.18은 아직도 진행 중이에요. 아직 실종자를 다 찾지 못했기 때문이죠. 벌써 22년이 지나고 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거죠. 그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이 다수 생존해 있어 아직은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세월이 좀 더 가면 흐지부지 역사의 기록으로만 남을지 모를 일이에요. 안타까운 일인 거죠.
<찔레꽃 오월>이라는 시는 몇 년 전 5.18 창작 가요제 출품작이에요.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그 당시 장면이 나와요. 아픔을 공유하는 건 삶의 무게를 나누는 것이라고 봐요. 툭히 슬픈 일은 더욱 그렇죠.
찔레꽃 오월
- 5.18 영령을 추모하며
배웅이라고 말하면 괜히 쓸쓸해지는 저물녘
오월 찔레꽃이 노을에 붉어져
봄으로 지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피고 지고
여리디 연한 꽃은 충혈에 죽을 맛입니다
내가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오월의 피바람을,
눈시울 뜨거운 항쟁이 마를 새 없어 눈물로 꽃숭어리 피웁니다
귀를 막아도 눈을 막아도 들리는 함성
웅크린 무덤 앞에 술 한 잔 놓습니다
그쪽 하늘은 맑습니까
여기는 안녕합니다
외로웁 거든
그리웁 거든
꽃 피워 내게 오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