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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성식 Oct 25. 2023

신작 소식 <만년필에 대하여>

공지사항


작가의식에 대한 자전적 에세이를 발표했습니다. 
저는 저 자신에 대해 말하는 걸 어색해하고 또 어려워하는 사람이지만, 이번 글에서만큼은 제 청년기의 개인적이고 내밀한 경험들을 털어놓고자 노력했습니다. 진솔함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 글이었기 때문입니다. 
독자들 곁에 저라는 작가가 아무것도 아닌 채로 머물러 있기를 소망합니다. 

*발표지면 : https://www.storycosmos.com/writer/01_view.php?num=87


아래는 발표지면에 적은 작가의 말입니다.





최근에 받은 질문이 있다. ‘작가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개인적이고 추상적이면서 동시에 난해하기까지 한 질문이었다. 답변 자체도  막막했지만, 고작 등단 반년 차인 초보자가 답변할 만한 주제인지도 의문이었다. 한 문단을 쓰려면 온종일을 쏟아부어야 하는 나에게  작가로서의 삶이나 성취에 대한 구상은 언감생심이나 다름없다. 대답하기 전에 질문을 약간 바꿔야 했다.


   ‘어째서 나는 살고 있는가?’



   조지 오웰이 말하길, 자서전이 신뢰를 주려면 자신의 수치스러운 부분을 밝혀야만 한단다. 본인의 과오와 미숙함에 대해 고백하는  한편, 자화자찬이나 자기 미화 같은 낯부끄러운 짓은 지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나야말로 자서전을 쓰는데 적합한 인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서른 넘도록 별로 자랑할 것도 없고, 과거를 돌아보면 전부 도중에 그만두거나 포기했던 것들뿐이다.  나를 사랑하는 친지들에게 상처와 곤란을 주기도 했다. 상황과 배경 탓이 아닌 오로지 나의 교만으로 인한 잘못이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 결과로 인한 환시와 환청, 타인에 대한 멸시와 그것들이 불러낸 인간적인 면의 결락에 대해 최대한 가감 없이적어 보기로  했다. 원고를 마무리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는데, 한때는 나에게 죽음을 요구하던 것들이 지금은 위협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스스로 부족함을 드러내려고 시작한 글이었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가서는 살아가는 이유를 되새길 수 있었다. 헤매던 와중에  찾은 약간의 위로였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나는 책을 들여다보는 당신과 재회한다. 작가는 무엇으로 사느냐는 당신의 질문에 나는 상징으로 남은  만년필을 제시한다. 잉크가 흘러가는 작은 통로에 불과한 공간이 나를 작가로서 살아가게 하는 기준점이 된다. 당신은 그곳에서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아닌 채 당신 곁에 있는 나라는 작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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