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지지 않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도망가거나,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 것.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사랑에 대한 기대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도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도망쳤을 때, 아무도 잡으러 오지 않는, 삶은 원래부터 외로운 것이라 생각했다.
세상에 내가 꿈꾸는 사랑이 있을까? 모든 것을 주고 모든 것을 받는 완벽한 사랑 말이다.
없겠지. 과거에도 그랬다. 나는 늘 더 달라 보챘고, 상대는 늘 지친다고 달아났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갈증. 혹자는 이것을 유아기적 분리불안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 했다.
영원히 헤어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 했으나, 결과는 병폐적인 의존과 아픈 상처만 남았다.
이런 이유로 나는 도망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다.
어차피 소울메이트 따위가 없다면, 적당히 만나 적당히 연애하다 적당히 헤어지는 편이 현명하다고. 가슴이 터질 듯한 무모한 사랑은 두 번 다시 않겠다고. 연약한 마음을 드러내느니 철저히 건조한 가슴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새로운 연인은 언제나 내게 최선을 다 하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나는 처음부터 기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연인은 언제나 나를 감동시켰지만, 나는 외로움을 택했다. 나는 다시는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가슴이 활짝 열려 버리면, 내 마음과 꼭 같은 사랑를 기대하는 나니까. 서로가 아니면 안 되는 극한의 사랑을 원하니까. 애초에 내게 ‘적당히’란 불가능하니까.
도망이란, 건강하고 평범한 사랑, 남들과 같은 사랑을 모르는 내가 더 어른스럽게 사는 길이라 생각했다.
쓸쓸하고 외롭지만, 마음 열지 않는 편이 더 꿋꿋하고 의젓하며 상대에게 상처 주지도 않기 때문에.
어느 날, 충분히 잘 하고 있는 연인에게 말도 안되는 투정과 기대를 하는 나를 본 순간, 그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 욕심과 기대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나는 두려웠다.
나는 도망가기로 했다.
나는 분명 더 원할 테고, 그것은 상대를 지치게 하겠지. 언제나 그랬듯, 내가 기대하는 종류의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기에. 그래서 나는 도망가기로 한 것이다.
무거운 얘기가 오고 간 끝에, 그는 말했다.
'너를 쓸쓸하게 하지 않는 건 한 가지 방법 밖에 없어'
나는 그것이 이별일 줄 알고 눈을 질끈 감았다. 사실 먼저 이별을 말하려 한 건 나였는데.
'같이 사는 것. 같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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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면 잡으러 오는 사람이 생겼다.
그는 늘 이렇게 나를 잡으러 온다.
외로워지지 않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도망가거나,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 것.
나는 도망을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영원을 이야기한다.
투정하면 지친다했던 과거의 사랑과 다르게, 그는 언제나 ‘내가 더 잘하겠다’고 한다.
한 걸음 도망가면 두 걸음 달아나서 결국 아쉬운 내가 다시 되돌아가야 했던 슬픈 기억과는 다르게,
그는 언제나 먼저 나를 잡으러 온다. 잡고 나서 도망가지 말란다.
그래서 또 한 번 기대하게 된다. 내가 꿈꾸는 사랑이 있지 않을까, 하는.
도망가면, 잡으러 오는 사람이 생겼다.
2011.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