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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 Apr 16. 2021

선택

: 떡볶이


떡볶이 먹을까, 햄버거 먹을까. 본인은 오늘도 엄청난 고민과 선택(떡볶이 승리)을 했다. 이 정도면 살아가면서 맞이할 질문에 비해 귀여운 난이도지만, 선택은 늘 어렵고 작은 후회를 남긴다. 


선택 후 따라오는 후회는 불가피한 것이니까 말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슬픔을 느끼는 건 불가피한 것처럼, 당연한 거다. 만족할 만한 선택을 하고도 나중 피곤한 일이 닥치면 선택에 대한 후회를 한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내가 좀 더 편할 수 있었을까?' 하면서 말이다. 원래 좋은 것을 누리는 것을 기본값쯤으로 생각해서 그렇다. 그저 우리는 덜 후회할 수 있는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좋아하는 걸 해야 할까, 잘하는 걸 해야 할까?



훅 들어온 이 질문은 인생의 전반적인 부분에 해당되는 문제다. 나이가 어릴수록 중요한 문제, 이런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고민거리라는 말이다. 요즘에는 학생들의 진로를 위해 유형 평가 같은 걸 한다고 들었다. 흥미에 맞는 직업과 적성에 맞는 직업이 순서대로 나오는데, 동일한 직업이 나왔다면 그건 더없이 행운임이 분명하다. 그 직업을 선뜻 진로로 고를 수 있다면 더더욱.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흥미 직업엔 화가, 적성 직업엔 변호사가 나온다. 안타깝게도 강요받는 직업이 적성 직업에 뜰 확률이 높다. 강요를 받게 되면, 내가 좋아하는 것과는 무관하지만 잘한다고 믿게 되니까 말이다.



글을 읽으시는 독자 분들도 잠시 불쾌한 기분을 내려두고 나의 성격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라. 본인도 솔직하게 말해보겠다.


나의 단점. 

미루고 미루고 아니 평생 미루고 싶은 것. 숙제를 1위로 꼽을 수 있겠다. 초등학생 땐 '일기 쓰기'를 남들보다 신속하게 미뤘었다. 그러고는 항상 방학 전날 10일 전 날씨를 물어보는 거다. 이런 얘기를 꺼낼 때는 혈액형 같은 믿거나 말거나가 꼭 따르는데, 딱히 믿음직스럽진 않다. 미루는 건 성격 차이가 확실함을 내 지식 선에서 과학적 증명 없이 말해보겠다. 믿기 어렵겠지만 본인은 전날 미뤄왔던 것을 해야 효율이 극대화된다. 내가 해봤다. 일기장을 전날 펼치면 없던 할머니와의 식사가 떠오르고 없던 친구가 생겨나는, 기이한 일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선생님 죄송해요. 

좋은 습관이라며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렇게 미루다 보면 꼭 실수를 범하거나, 시간을 지키기 위해 헐떡거리는 경우가 많다. 인생에 스릴이 부족하다면 꼭 실천해보시길. 안 좋은 습관인 거다. 성실하게 할 일을 해내시길 바란다. 



이러한 성격이 어떤 직업에 맞겠냐만은, 글을 쓸 때면 미루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 좋아하는 일이라 그렇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고 잘하는 것을 선택하는 건 인생의 전반적인 문제라 표현한 만큼, 신중하고 어떻게 보면 주관적인 문제다. 그래서 이 글에서 답을 찾아가려는 마음은 지양하시길 바란다. 그저 깊이 생각할 시간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순적이게도 극명하게 흥미와 적성이 갈린다면, 본인은 좋아하는 것보다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굳이 말하면 업으로 삼기에 잘하는 일이 더 좋다고 얘기 하고 싶은 거다. 지금 그러고 있다. 잘하는 일을 처음 시작할 땐 그저 강요에 의해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힘 빠지긴 하지만, 잘하는 일을 계속하다 보면 좋아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더라. 주위에선 칭찬을 하고, 직접 성과도 내다보면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구나 하는 착각을 하게 되니까 말이다. 전문가가 되면 될수록 그렇다. 사람들은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 줄 알고, 나도 부응할 수밖에 없다. 저번에 말하지 않았는가. 쓸데없는 솔직함은 좋지 않다고. 



요즘은 돈이 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이렇게 갈리는 것이 슬플 뿐이다. 내 흥미와 적성이 아무리 일치해도, 돈이 되지 않으면 포기하는 세상이 왔다. 당신은 어떤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후회를 남기며 살고 있는가. 이상을 좇는 것이 힘이 드는 당신에게, 그래도 잔잔한 미소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싶었다. 갈림길에 주저앉아도, 같이 모든 길을 걸어줄 누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낭만이 덕지덕지 붙은 얘기를 불쾌함 없이 들을 수 있는 마음을 간직하며 살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가 무엇을 선택하며 살아왔든 간에, 잘 해내고 있고 또 잘 될 거다. 따스한 봄바람에 눈을 찡그리는 모습이 사랑스러운 당신에게 걷기 어려운 길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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