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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 Mar 31. 2021

설렘

: 드문드문 찾아오는 것


설렘. 단어만 봐도 떠오르는 이미지가 몇 있다. 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본인은 하트를 뿅뿅 날리는 눈이 생각난다. 만화에서 보던 그런 눈 말이다. 누군가에게 뿅 반해서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만화. 생각나는 만화가 있는가? 만화를 본 지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대부분 이런 장면이 나왔던 것 같다. 무튼 우리의 흘러가는 삶과 좋아하는 것, 설렘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설렘은 언제 어디서든지 느끼고 싶은 감정이다. 눈을 감고 생각해보자고 하려 했는데, 그건 안 되니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빛나는 바다를 보며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일, 좋은 사람들과 모여 맛있는 음식을 해 먹는 일. 바다 보는 상상을 하니 갑자기 주위가 시원해진 느낌이다. 너무 몰입했나? 

예전엔 봄에 쑥 뜯는 걸 특히 좋아했다. (귀여운 강아지들 덕에 요즘은 안 뜯는다.) 그 많은 잡초 사이에서도 쑥은 특징이 명확하다 보니, 한번 보면 어디서든지 쑥을 잘 찾아낼 수 있다. 나중 주변 사람들한테 왜 비싼 민들레 안 뜯고 쑥을 뜯냐고 구박을 받기도 했다. 이제야 말하지만 민들레한테 사과하고 싶다. 쑥 뜯느라 못 보고 밟고 다녔다. 미안해. 쓰고 보니 거창한 일 하나 없이 소박한 일이지만, 충분히 설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은 어릴 적부터 좋아하는 게 시간 가듯이 술술 바뀌었다. 누구는 줏대 없다고 욕할지도 모르겠지만, 마냥 무언가에 설렐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느낄 수 있다. 이미 알아버린 맛처럼, 이미 알아버린 이 감정을 다시 만날 때 마냥 처음 같지 않을까 슬프기도 했지만, 설렘은 찾아올 때마다 새로운 기분을 내게 안겨주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마음 안의 작은 떨림이 내 인생을 울리는 거다. 이게 진짜 신기한 감정인 거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에 낭만적인 태그를 붙일 수도 있고, 완벽하게 쌓아 올렸던 나의 가치관이라는 것이 한순간에도 무너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지금 모두가 각자의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고 있을 테지. 휩쓸리는 감정에 힘입어 소박하게 말을 하기 위해, 좋아하는 사람과 있었던 장면을 떠올려 보겠다. 그 사람은 잔잔하고 독서를 사랑하고 아이스 카페라떼를 좋아했다. 난 원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취향이다. (안 물어보신 거 다 안다.) 근데 처음 설렘에 카페라떼를 몇 번씩 들이키다 보면, 남는 건 결국 얼음덩어리가 아니라 그 사람의 입맛이다. 처음 마주한 입맛과 나도 모르게 정이 들게 되면, 좋아하는 것으로 서서히 나를 속이기 시작하는 거다. 당당하게 내가 카페라떼를 처음부터 좋아했던 것처럼. 그 감정을 머금고 우리는 삶을 살아가게 되겠지. 


하지만 언젠가 이게 또 바뀔 수도 있는 거다. 서운하다 생각할 겨를 없이 그 위로 나를 관통하는 무언가가 또 덮어진다. 이 시기가 빨리 온다고 해서 신경 쓸 필요도 없고, 느리게 온다고 해서 조급해할 필요도 없다. 빨리 온다면 설렘에 즉각 반응하는 내가 사랑스러운 것이고, 느리게 온다면 남은 감정을 우직하게 모으는 내가 기특한 것이니까 말이다.



꼭 좋아하는 누군가를 통하지 않고서도, 살다 보면 우리는 무언가에 설렘을 종종 느낄 수가 있다. 심장이 쿵 내려앉고, 저절로 눈이 미소 짓는 그런 기분. 관련된 글자만 봐도 많은 얘기를 쏟아낼 수 있는 감정. 그게 어떤 물건이 될 수도, 직업이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적어도 우리는 그런 것과 함께하며 살기 위해 노력한다. 그게 쉽지 않은 건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봄을 밀어내고 다가올 여름을 맞이하는 당신은 지금 어떤가. 개나리가 지고 나니 벚꽃이 펴서 좋고, 벚꽃이 질 때쯤은 햇살이 날 찾아와서 좋다. 슬퍼할 틈을 안 준다. 땀과 옷가지를 털어내 주는 가을에 무한한 애정을 쏟고 있긴 하지만, 말했던 '설렘'처럼 가을을 기다리는 여름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롭게 다가오는 계절을 맞이해서 좋은 일들이 당신을 찾아가길 바란다. 모두 잘 이겨내길 바란다. 당신의 마음 한편에 설렘이 자리 잡아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도록. 미지근한 햇살 가운데 뜨거운 설렘을 갖고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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