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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 Apr 07. 2021

의심하고 비교하기

: 백지장을 든 청년


더 이상 벚꽃의 안부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 슬픈 요즘, 당신의 안부를 묻고 싶다. 더워지는 날씨를 잘 견디고 있는지, 스스로와의 관계는 괜찮은지.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건 오직 당신은 월요일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스펀지밥 같은 분은 없을 거라 믿는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본인은 스스로와의 관계가 조금 소홀해졌다. 의심하고 비교하는 것을 멈출 수 없는 나 자신 덕분에. 솔직해지면 안 된다고 했는데, 당신 앞에선 좀 솔직해져 보고 싶었다.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꺼내기 전에, 나는 왜 솔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지 잠깐 말해보겠다. 우리 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이니 말이다. 



본인은 애초부터 거짓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강제에 의해 이뤄지는 솔직한 관계랄까? 괜히 아닌 말을 했다가 두근두근 떨려오는 심장박동이 고스란히 느껴진다면, 그 감정은 나에게 있어 단연 최악이라 말할 수 있겠다. '나 말고 아무도 믿지 말아라'라는 어떤 누아르 같은 말을 하려는 게 아니라, 이루 말해서 선택적 거짓말? 상황 거짓말과 같은 언어로 표현하고 싶다.



사람을 솔직하게 만드는 것은, N년간의 인생 빅데이터상 약간의 억울한 감정과 화남 또는 불합리한 상황이다. 잠시 학창 시절로 돌아가 보자. 계속해서 나오는 숙제와 열심히 하는데도 인정받지 못하는 나, 끝내 울분을 터뜨리고 솔직해질 수밖에 없다. 감정에 고이 휩쓸리는 것처럼. 나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다. 원하는 진로를 끝끝내 인정받지 못하고 다른 길을 택했을 때, 솔직해진답시고 선생님께 곧대로 말씀드렸던 기억이 난다. 

사실은... '사실은' 이게 되게 무서운 거다. 감정의 물꼬랄까. 무튼 그 후 나는 억지로 하는 학생이 되었고, 지금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대한 거창하게 나의 꿈을 부풀려 말하겠다. '어릴 적 호기심에 의해...' 뿡뿡이를 즐겨 시청하던 내가 무안해질 정도의 거짓말을 하겠다. 여러분도 잘 생각해보시라. 쓸모없는 솔직함은 어떤 결과를 낳는지. 


그렇지만 지금만큼은 좀 솔직해져 보겠다는 거다. 이건 충분히 쓸모 있는 일이니까. 


'의심하고 비교하기', 사람이 성장하는 데 있어 내적 성장의 발판 같은 것이라 여겨진다. 의심을 해야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해낼 것이고, 비교를 해야 비로소 본인의 무지함과 부족함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게 절대 과해서는 안 된다. 누구는 뭘 하는데... 나는? 이렇게 비교하는 순간, 본인은 세상에서 가장 볼품없는 인간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나은 건 알고 있지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것처럼. 이토록 작은 우리가 어떻게 모든 걸 충족하고 살 수 있겠는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비교를 통해 행복을 찾으라는 말이 아니다. 해낼 수 있을 만한 것들은 노력해보고, 적당히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말이다.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 바로 SNS다. 당신이 SNS를 한 번이라도 해봤으면 알겠지만, 모두가 볼 수 있는 SNS에 나의 불행함을 곧대로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은 몇 없다. 본인만 해도 그랬다. 백 번의 아침식사 중에서 그렇고 그런 것들을 제외한, 단 한 번의 극적인 아침식사를 찍어 올리고는 '역시 맛있다' 이런 되지도 않는 말을 덧붙이니 말이다. 자꾸 이러니까 본인이 엄청난 거짓말쟁이가 된 기분이다. 거짓말쟁이 아니고 코 길지 않다. 오해하지 마시라. 

딱히 거짓말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그렇게 근사한 하루가 계속해서 펼쳐지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본인 말고 이를 접한 사람들 중 몇은 분명 자괴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올린 내가 자괴감에 빠지는 건 모르고. 과한 비교와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의심은 당신을 성장하게 만드는 게 아닌, 좌절하게 만든다는 걸 잊지 말자.



그래서 본인은 나의 모든 부분과 깔끔하게 타협한 상태다. 하마터면 세상에서 가장 볼품없는 인간이 되어버릴 뻔했다. 이제 건강한 의심과 비교로 최고의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다짐한 거다. 이건 결국 당신도 그랬으면 하는 바람에서 꺼낸 얘기다. 당장은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차근차근 해나가보자. 당신이 얼마나 반짝반짝 빛나는지 비로소 알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주변에 백지장을 흔쾌히 맞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본인은 벚꽃 대신 물을 안부가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당신이 길어지는 빛에 맞설 수 있을 만큼 외롭지 않고, 짧아진 어둠에 대항할 만큼 강해지기를 두 손 모아 바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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