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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설픈일상 Mar 28. 2023

댓글전쟁

우리 삶의 한자리는 댓글이 차지한다.

  얼마 전 새 아파트로 이사한 친구에게 단체방에 카톡이 왔다. 다들 아파트 입주자 모임 카페를 자주 들여다보냐는 내용이였다.


  무슨일인가 살펴보니 본인 동네만 유난인가 싶어서 묻는다며, 본인의 아파트단지에는 크든 작든 자질구레한 이슈들이 카페에 많이 올라오는데 이런 이슈들에 대한 논쟁들을 보면 정상적인 사람들이 별로 없고 다들 특이해서 본인이 비정상적인거냐고 재차 묻는 것이였다.


  예를 들면 아파트단지 내부가 아니지만 아파트 시야에서 흉물스럽고 보기 안좋다는 이유로 인접 오래된 건 물을 철거하라는 내용이라던지 아파트 주민도 아니면서 건너편 행복주택에 아이를 맡기면서 주차장 이용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경비원들은 뭐하냐는 내용, 각 층을 돌아다니며 복도를 살피고 동선에 지장을 주지 않음에도 짐이 나와있거나 하는 사진을 찍어 올리며 논쟁을 일으키는 내용 등 다양한 내용들이였다.


  카페에 올라오는 다양한 글들에는 빠질 수 없는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고, 그 중 일부를 캡쳐하여 보여준 댓글들에는 정의감에 불타올라 이 상황을 바로 잡고 정리하고 싶어하는 댓글도 보였고, 다른 누군가는 그런 이들을 비판하기 바빠 보였다. 또한 본인의 의견과 다른 댓글에는 단어 하나하나 꼬투리를 잡아 헐뜯는 댓글도 보이며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내용들 투성이였다.


  아파트 입주자들의 모임은 입주자들의 알권리와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수렴하기에 좋은 취지이기도 하지만 사실 더 깊게 들여다보면 결국엔 모두 본인들의 아파트 집값과 연계하여 오로지 자기지역에 돌아오는 이득과 행복만을 지향하는 지역이기주의를 위함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내가 살고 있는 집값이 오르기를 바라지 떨어지길 바라진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지역이기주의는 상호 유기적인 의사소통을 통하여 민주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극복 방법이지 이처럼 문제해결을 위함이라기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공간이라는 점을 노려 개인의 감정을 표출한다거나 개인이기주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들을 보니 안타깝게 느껴졌다.

  올바른 윤리의식과 인성을 가지고 있는 자라면 직접적으로 내 일이 아니더라도 저런 댓글들을 보면 괜히 화가 치밀어 오를 수 있을 법했고 저런 일들에 최대한 반응하진 않으려 하지만 평소에도 이런 상황들에 쉽게 열받아 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친구를 위해 나는 간단한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그 방법은 아예 댓글들을 보지 않거나 정 못참을 것 같은 댓글엔 똑같은 듯 똑같지 않게 대응하는 것이였다. 본인과는 상관도 없지만 남의 집들을 돌아다니며 복도를 살피고 짐을 내놓는 집 사진을 찍어 올려 논쟁을 벌이는 글에는 '아파트의 안전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주시는 모습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활동부탁드려요 하지만 각 층마다 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다니신건 아니시죠? 요즘 전기세도 비싼데... 전기세는 공용으로 내는 부분이다보니 계단만 이용해주세요^^'의 식이다.


  보는 그대로 상대방을 약올리고 비꼬아 표현하는 방법이였다. 사실 미친X은 더 미친X의 방식으로 대처해주어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보면 너무 감정싸움이 될 것 같아 절충안을 제시해 본 것이였다.

  이 또한 올바른 대처 방안은 결코 아니기에 친구가 이렇게 대처 하진 않았지만 잠시나마 몰상식한 이들로부터 우리만의 해결방안으로 떠드는 시간으로 만족함을 느꼈다.


  이제는 우리의 일상에서 사이버 공간은 별도로 분리 할 수 없는 공간이 되어있다. 그리고 앞으로 이 공간은 더욱더 거대해지고 필수적이게 되어질 것이다. 그렇기에 댓글이라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소통의 도구가 되어 우리의 삶에 깊숙히 침투 할 수 밖에 없다.

  이에 우리는 반드시 사이버공간에서의 지켜야할 예절과 법규를 습득해야하고 책임감을 가져야한다. 우리가 남기는 댓글 한줄이 생각지 못한 영향력을 미칠수 있고 때론 타인에게 아픔을 줄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만이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줄이는 것은 물론 앞으로 나와 내 주변 그리고 우리의 자녀들을 행복으로 이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직은 우리에게 어색한 용어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상을 뜻하는 사이버(Cyber)와 글을 읽고 쓸줄 아는 능력을 뜻하는 리터러시(Literacy)의 합성어인 사이버리터러시(Cyber Literacy) 능력을 키워나가길 바래본다.

 * 사전적 의미 : 사이버 공간의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올바른 사이버 시대의 질서를 창출해 나갈 수 있는 정보 해독력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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