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설픈일상 Oct 14. 2022

잘해야한다.

있을때

어딜가든 좋을  같은 따뜻한 가을.
광활한 하늘외할아버지길고  여행을 떠나셨다.

  아내가 출산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혹시나 아이에게 피해가 가진 않을까하는 미신과 아내를 힘들게 하진 않을까하는 걱정에 부모님이 나에게 연락을 망설이는 사이 누나에게 먼저 외할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듣게 되었다.


  자식 걱정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이해해보려 했지만 오랜시간 뵙지 못한 죄스러움에 가시는 길까지 볼 수 없다는 것은 용납되지가 않았다. 아직도 미신을 많이 믿는 부모님과 친척 어른들이 야속하단 생각이 들며 화가 먼저 났다.


  영정사진속 할아버지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 그대로였다. 바로 어제 외가 식구들이 모두 있는 카톡방에 큰삼촌이 올린 할아버지 사진 한장을 대수롭지 않게 허투로 보고 넘겼는데... 그럴줄 알았으면 그날 전화라도 한통 드릴걸... 마음이 너무나 미어졌다. 인사를 드림과 동시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엄마와 이모들과 죄송하다며 울고 또 울었다.


  얼마나 오랜시간을 뵙지 못했던걸까 시간을 거스르고 거슬러 생각하고 생각했다. 8년전 누나가 결혼한다며 매형이 인사오던 날 온가족이 시골에 모였을때가 마지막이였다.


  직업이 군인이라는 핑계로 출가외인처럼 지내던 나는 사실 외조부모님께 소홀했다. 3년전 코로나라는 상황이 겹치며 그 핑계거리는 더욱 좋아졌고 2년전 결혼을 하던해에도 결혼을 하고 나서도 한번도 찾아뵙지 못했었다. 그나마 최근들어서야 아내와 함께 할머니를 뵙고 왔다. 그때도 몸이 불편하셔서 병원에 계시는 할아버지께는 또 한번 핑계를 대며 인사를 미뤘었다.


  할아버지가 가시는 길 자식들은 물론 손자손녀 한명도 빠짐없이 모든 형제들이 모일 수 있게 해주셨다. 오랜시간 못봤던 형제들이 다 모이니 또 마음이 뭉클해졌다. 어느집이나 마찬가지긴 하겠지만 우리 외가 식구 6남매는 내가 봐온 주변 형제들 중 특히나 정이 많고 우애가 좋다. 하지만 형제가 많지 않은 우리들은 사촌들까지 모두 함께 그 모습을 닮아 가기 위해 노력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올라오는 길 부모님과 친척어른들의 걱정에 못이겨 목욕탕을 들리고 여벌의 옷으로 다시 갈아입고 휴게소를 들리며 사람이 많은 곳을 거쳐 집에 올라왔다. 이런 미신들을 믿는 어른들이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그래도 걱정을 시켜드리지는 말아야한다는 자식된 도리를 하기로 했다.


  나에게서 가까운 사람들이 언젠가는 떠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우리는 있을때 잘해야한다는 말을 수시로 하곤 한다. 하지만 "잘해야한다"를 실천하기란 생각보다 쉬운일이 아니다. 아무리 정신이 없고 바쁘더라도 핸드폰은 손에서 내려놓지 않으면서도 연락한통 드리지 않고 지내는게 현실이다. 불편한 핑계를 대보자면 어른이 되어 갈수록 내가 챙겨야하는 가정이 우선시 되고 내 삶이 우선시되는 것이 일쑤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나에게는 조부모는 외할머니 뿐이다. 그리고 아내의 살아계신 조부모님들 그래서 정말 잘해보기로 다짐했다. 시간이 있을 때 망설이지 말고! 우선순위에서 절대 미루지 않고! 시간이 있을때 뿐 아니라 오히려 시간을 만들어서 잘해야한다. 그래도 어느 순간을 맞이한다면 후회가 들고 또 후회가 들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소한 작은 행동으로라도 실천하며 잘해야 한다.


할아버지 오늘은 어디쯤이세요?

오늘도 여행하시기 날씨가 참 좋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서른다섯번째 생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