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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설픈일상 Jun 14. 2022

서른다섯번째 생일

어리숙한 어른이 되어 가는 길

  올해 나는 서른다섯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나이가 들수록 매년 맞이하는 생일은 어릴 때와는 달리 별 감흥없고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일상으로 지나가게 되지만 그래도 생일날 나를 가슴 벅차게 하는 일은 이제는 나를 챙겨주는 아내의 아침상을 맞이한다는 사실과 평소 연락을 자주 주고 받지 않던 그리고 간혹 정말 뜻밖의 그리운 지인들로부터 연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의 매 순간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 순간의 추억들을 쌓고 한번씩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란 생각을 하고 지내곤 하지만 나 역시 선뜻 먼저 안부를 묻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에 생일날만큼은 나도 상대방도 이런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하기 아주 좋은 기회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번 생일에 뜻밖의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생일을 축하만 해주는 사람과 선물을 함께 주는 사람들에 대해 내 감정과 생각이 어렵게 꼬이게 된 것이다. 어릴 땐 지금처럼 선물주기가 간단하지 않기도 했지만 선물을 받으면 그저  좋고 고맙게만 느껴졌던 것 같은데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 속 나의 정해진 수입과 계획된 지출에서 받은 선물은 되려 돌려주어야 하는 부메랑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받은 선물을 되돌려주지 못할 만큼 사정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축하해주는 지인들의 마음을 왜곡하는 것도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행복함과 불편한 마음이 공존하는 것은 무엇일까?


  오히려 정말 연락을 자주하고 소히 말해 단짝이라는 친구들에게는 선물은 커녕 축하의 인사가 없어도 섭섭함과 불편함이 생기지 않았다. 되려 연락이 와야 하는데 오지 않는 나의 즐겨찾기 리스트들에게는 내가 먼저 연락을 해서 '축하 안해주냐'며 강제 축하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는 그 친구들의 사정을 훤히 알고 있고 무언가 주고 받는 것을 넘어서 받으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고 언제든 진심을 전하는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러한 복잡한 감정속에 돈을 모아야 하는 사회 초년생, 사정을 알고 있는 지인들에게는 '구태여 선물을 이렇게 하냐 이럴 때 연락만이라도 주면 고마운일이니 다음부턴 문자 말고 전화나 한통 해라'하며 답장을 주었고 축하 인사만 건네는 지인들에게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반가움과 안부를 주고 받았다.


  누군가의 생일을 맞이하게 되면 나 또한 사실 선물없이 인사만 건넨다는 것에 대해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고 내심 걱정을 하기도 하며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꼭 전하곤 했지만 상대방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반대로 섭섭함이 될 수도 있는 축하에 대해 다시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하지만 결국엔 이럴 때만이라도 연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어떠한 방식으로든 축하를 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며 내 주변을 챙기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는일 또한 여전히 변함은 없다.


  나의 서른 다섯 번째 생일을 축하해주는 모든 이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이지만 내심 앞으로는 선물보다는 따뜻한 축하인사, 안부인사가 나에게는 더 큰 행복이고 최고의 선물이 되지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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