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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마을 Apr 03. 2024

미국이 자연을 보호하는 법

뉴저지에서 95번 프리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다 보면 델라웨어강을 지나 뉴저지에서 필라델피아로 넘어가는 다리가 있다. 아치형 다리라 중간까지 올라가다가 다시 내려가는 형태로 되어 있는데 이 다리를 통해 필라델피아로 넘어가는 순간 말 그대로 지평선까지 펼쳐진 듯한 숲을 볼 수 있다. 아래 사진은 구글 로드뷰를 캡처한 거라 느낌이 덜한데, 실제로 운전할 때 보면 수해(樹海) 그러니까 말 그대로 나무의 바다를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우리 가족은 매년 늦가을이나 겨울에 가족 여행으로 펜실베니아주의 Lancaster라는 도시를 방문하는데 여기를 가는 길에 필라델피아를 지나다 보니 매년 이 숲의 바다를 갈 때, 올 때 두 번씩 본다.


이 넓은 수해가 유지되는 이유는 엄격한 환경 규제 때문이다.


주마다 세부 내용이 다르기는 하지만 큰 방향은 동일한데, 공사를 위해 나무를 자르려면 그에 상응하는 수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 예를 들어, 뉴저지는 공사를 위해 나무를 베어내는 경우 지름 23인치 이하의 나무는 지름 3인치 이상의 나무로 1:2 매치시켜서, 그러니까 지름 23인치 이하 나무 한그루 자르면 지름 3인치 이상 나무 두 그루를 심어야 한다. 24인치 이상은 세 그루, 33인치 이상은 네 그루를 심어야 한다. 워싱턴주의 경우 좀 더 엄격한데, 거기는 30인치 기준으로 최대 6그루까지 나무를 더 심어야 한다.


뉴저지 주의 tree removal/replacement regulation에 나오는 테이블.


미국이 숲과 나무가 많으니 조금 융통성 있을 것 같지만 미국의 대부분의 주는 나무를 자르는데 대단히 엄격한 규정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공사하는 입장에서 "울창한 숲"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하나 내려면 필요한 도로 면적의 몇 배에 해당하는 새로운 숲을 조성해야 한다는 말이 되는 것.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나무의 종류까지 따져야 하지만, 어쨌든 새로 도로를 내는 게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숲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도로를 구불구불하게 내거나 어쩔 수 없다면 정말 큰돈을 들여서 나무를 잘라낼 수밖에 없는 숲 면적의 몇 배, 최대 서너 배에 준하는 새로운 숲을 조성해 가며 도로를 내야 한다.


뉴저지주의 tree removal/replacement 규정은 다음 링크 참고:
https://dep.nj.gov/wp-content/uploads/njpdes-stormwater/ordinances/model-tree-removal-replacement-final-2023.pdf



이런 사정이 있기 때문에 미국 대도시 어디든 조금만 벗어나면 크고 작은 숲을 정말 많이 볼 수 있고 거기서 살아가는 야생 동물들도 볼 수 있다. 그런 숲을 끼고 형성된 주택단지에도 야생 동물들이 자주 출몰할 수밖에 없고.


우리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숲을 산책하다 찍었다. 저 깊숙한 곳에는 어떤 동물들이 살고 있을까.


지난가을, 집 앞마당에서 찍은 사슴 무리. 워낙 자주 마주쳐서 이젠 신기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간혹 울타리 없는 동물원인가 싶을 때가 있다.



미국이 자국의 삼림을 보호하는데만 집중하고 미국 기업들은 다른 나라에서 삼림을 파괴해서 돈을 번다고 비난할 수도 있겠다. 맞는 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는 게 자연스러운 속성이기도 하고. 하지만 적어도 환경 보호는 돈 보다 규제가 먼저여야 하고 어느 나라던 그런 규제를 만드는 건 외국에서 찾아온 기업이 아닌 시민의 관심과 지지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자국의 삼림을 지키는 일 자체는 어느 나라 시민들이고 할 수 있는 일이고 시민의 관심만이 입법부를 움직일 수 있다.


전 지구적으로 이런 노력이 필요한 시절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미국의 이런 삼림 보호 노력은 본받을 만 정책임에 분명하다.


한국은 이미 민둥산 투성이던 국토를 모두 푸른 숲으로 만들어낸 이력이 있는 나라다. 어쩌면 전 세계 유일하지 않을까 싶은 이런 기적을 이뤄냈으니, 이제는 그렇게 공들여 조성한 숲을 지키는 일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리라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수십년동안 애써 관리해 온 보호구역의 숲을 파괴할게 아니라, 더 잘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분명 그럴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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