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생각나서 찾아본 포코노 수녀원 피정집 사진. 수녀원과 차로 1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하나의 Lot 안에 집 두채가 지어져 있는 구조인데 사진은 안쪽의 작은 집에서 바깥쪽의 큰 집을 바라보며 찍었다. Lot 자체는 굉장히 넓어서 집을 짓느라 공터로 만들어 놓은 면적의 대여섯배에 달하는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펜실베니아 구석에 있는 곳이라 여기에 있으면 인간이 만들어낸 소리를 듣기가 정말 어렵다. 공항도 멀리 있어서 머리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 소리도 들리지 않고 도로도 멀리 있는데다 인근을 지나는 유일한 도로가 수녀원에서 끝나는 dead end 길인 관계로 사실상 수녀원을 오가는 차가 아니면 그마저도 그 도로를 지나갈 일이 없다. 우편 배달 차량 포함해도 잘해야 하루에 두세대나 왔다갔다 할까. 주말이나 수녀원 봉사 모임이 있는 날은 다르겠지만.
여기는 내가 은퇴 하우스 후보지로 가장 탐내고 있는 주택지다. 막내가 독립하고 나면, 그러니까 내가 50대 중반이 되면 여기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가능할런지. 농담인척 수녀님들에게 나중에 이 땅과 집 모두 내가 살거라고 하면 수녀님들도 얼마든지 넘기겠다고 하시는데 농담이신지 진담이신지는 모르겠다.
직장은 큰 문제가 아닐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중인데, 현재 우리 회사 CFO만 해도 대부분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집에서 일을 하고 사무실 출근은 1박 2일로 출장을 오듯 한다. 사무실에는 수요일에 와서 일하고 호텔에서 하루 자고 목요일 오전까지 일한 뒤에 오후에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식으로 일하고 있는데, 9년 뒤에는 좀 더 그런 근무가 보편화 되지 않을까? 더구나 내 업무도 굳이 사무실에 앉아서 해야 할 이유가 없는 일인데 CEO가 될 생각도 없으니 출근을 통한 다수와의 인적 교류가 꼭 필요하지도 않다. 회사 사람들과 친밀도를 쌓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냥 서로 주어진 역할만 충실하면 된다는 생각.
여튼 이 터와 집은 깡촌인 만큼 면적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 뉴저지 집값이 미친거라고 봐도 되겠지만 지금 집을 팔면 저곳을 사고도 남는다. 그래서 Lot 안에 있는 작은집은 보수해서 나와 아내의 은퇴 하우스로 만들어서 살고 다른 한채는 평소에는 수녀원에서 피정집으로 이용할수 있게 내어 드리다 손님이 찾아 오거나 명절에 아이들이 가족들 데리고 오면 지낼수 있는 곳으로 이용하면 좋지 싶다. 두 집 사이에 있는 넓은 잔디밭 한쪽을 잘 정돈해서 친구들이나 독립한 아이들이 가족들을 데리고 왔을때 스무명 이상이 한번에 앉아서 식사하며 파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으면 더 좋을테고. 그때가 되면 강아지도 키울수 있지 않을까? 이곳과 붙어 있는 수녀원까지 합하면 양을 방목해도 될 만큼의 초지가 있으니까 허스키나 말라뮤트까지는 어렵더라도 보더콜리 정도는 키울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면 즉시 모든 문명의 소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환경이고, 내 마음의 피난처인 포코노 수녀원에서 차로 1분 거리에 있는 집이 주는 장점을 무시할 수 없다.
주일 아침, 아침 일찍 일어나 이것 저것 하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상상의 나래를 좀 펼쳐 봤다. 현실은 이와 좀 동떨어져 있지만 뭐 어떤가. 시계를 보니 8시가 되어간다. 둘째의 축구 시합에 늦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부지런을 떨어야 할 듯.
오늘도 날이 맑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