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막내가 숙제 하나가 어렵다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세 페이지 정도의 article을 하나 읽고 숙제로 나온 글을 써야 하는 것.
도와주기로 하고 아이가 가져온 프린터를 읽는데 깜짝 놀랐다. 글 내용도, 숙제의 난이도도 4학년 아이에게 적당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을 정도.
Article의 내용은, 길에서 폭동이 일어난 걸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며 주인공인 아이가 엄마와 폭동에 대해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아이는 뭔가에 화가 나서 rioting을 하는 사람들이 왜 아무 관계없는 인근 상점을 부수고 물건을 훔치는지 궁금해하고, 엄마는 사람들이 뭔가에 화가 나면 저럴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폭도들이 지른 불이 주인공이 살고 있는 아파트로 번져서 새벽에 주민 모두가 급히 대피를 하고 그 와중에 고양이를 잃어버렸다가 되찾는 스토리가 이어진다. 그 과정에 이민자로 예상되는 Mrs. Kim이라는 상점 주인(자기 상점을 터는 폭도들에게 영어가 아닌 언어로 소리를 지른다)과, 평소 이민자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는 엄마(Mrs. Kim의 상점이 아파트 바로 옆인데도 불구하고 our own people로부터 식료품을 사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가 가까워진다. 엄마가 함께 식사하자며 Mrs. Kim을 집으로 초대하고 그녀도 그 초대를 받아들이는 걸로 글이 마무리.
짧게 요약했는데, 글 내용은 정말 어려웠다. 이 짧은 article에 폭동이 왜 일어나고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왜 폭력적이 되는지, 착하고 선량한 사람이지만 이민자에게만큼은 마음의 벽을 치고 이웃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어떤 모습인지, 결과적으로 이런.. 폭력적이거나 물건을 훔치는 사람들 혹은 gentle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민자들을 차별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어설프게나마 담고 있었다. 내가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보통 아이들이 읽는 글에서 부모는 현명한 존재로 나오는데 이 글에서 엄마는 아이를 정말 사랑하고 친절한 사람이지만 이민자를 차별하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으로 그려지고 아이는 그 두 가지.. 이웃을 차별하는 엄마와 자신을 가장 사랑하고 보호해 주는 엄마를 모두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 모두를 차별 없이 도와주는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아이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준다.
숙제는 글의 내용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것 두 가지를 찾아내는 것과(예를 들어, 엄마가 Mrs. Kim을 own people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과 Mrs. Kim이 화가 나면 알 수 없는 언어로 화를 내는 것에서 Mrs. Kim 이 어른이 되어 미국에 온 이민자라고 예상할 수 있다.. 는 식.), 두 가지 이상의 답이 가능한 open ended question 세 개를 만들어야 하는 것. 이때 질문에 대한 답의 evidence를 글 안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한다.
4학년이 돼서도 아직도 9x7 은 9를 일곱 번 더하는 산수 실력의 아이들인데 학교에서 요구하는 읽고 쓰기 수준은 내 예상치를 아득하게 뛰어넘었다. 첫째와 둘째 때는 분명히 더 높은 학년에서 이런 걸 했던 것 같은데.
가볍게 아이 숙제를 도와주고 침실에 들여보내고 나면 와인 한잔 하려 했었는데 아이가 침대에 들어가야 하는 시간을 한 시간 가까이 넘기면서 계속 글 내용에 대해 대화를 해야 했다. 가까스로 숙제를 마치고 정리하면서 앞으로도 매주 이런 숙제가 하나씩 나올 거라면서 울상인 아이에게 매주 아빠와 같이 이렇게 숙제를 함께 하자고 다독여서 올려 보냈다. 시계는 벌써 9시 반. 다음 주에는 좀 더 일찍 시작해야겠다.
오늘 아침까지 생각이 많다. 어려운 내용의 글을 읽은 뒤 글에서 설명하지 않은 것까지 유추해서 정리하고, 글 내용에 대해 질문을 갖고 그 안에서 여러 개의 가설을 정리하는 독해력을 어릴 때부터 습득하는 건 백번 찬성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너무 어린 나이에 높은 난이도의 reading을 시작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읽어야 하는 article 자체도 어려운 내용이고 해야 하는 숙제도 어렵다. 담임과 이야기를 해봐야 하나 아니면 교장하고 이야기해봐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