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다 보면 꼭 한두 번은 이벤트가 생긴다.
지난주에는 뉴욕주에 있는 Wallkill Valley 트레일을 다녀왔는데 전날 제법 큰 비가 내리고 바람이 많이 불었었다. 한 시간쯤 자전거를 탔을까, 트레일 중간에 나무가 쓰러져 있었고 어떤 라이더 한 명이 혼자 그 나무를 치우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아주 굵은 나무는 아니어서 자전거를 들고 넘을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그 라이더는 다른 이들을 위해 치우고자 했다. 그래도 나무는 나무라 혼자서는 힘들어 낑낑거리고 있던 차에 내가 도착한 것. 나도 내려서 함께 힘을 써서 트레일 옆으로 나무를 끌어냈다. 평소 나무가 넘어져서 길을 막고 있으면 난 그냥 자전거를 들고 넘어가기 바빴는데 이렇게 다른 이를 위해 그 나무를 치운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을 보고 살짝 놀랐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 나이 많은 어르신들도 이용하는 트레일인데 그분들께는 이런 나무는 정말 큰 장벽 같을 테니.
그전에 같은 트레일을 찾았을 때에는 라이딩 중간에 어떤 할아버지와 손자를 만났는데 어르신이 아이의 자전거 체인이 빠져서 난감해하고 계신 걸 봤다. 처음엔 무슨 일인지 몰랐는데 꼬마를 옆에 세워둔 어르신 한분이 자전거를 뒤집어 놓고 체인을 만지고 있는데 뭔가 문제가 있구나 싶어 자전거를 세우고 무슨 일인지 물어봤더니 체인 문제였던 것. 내가 도와줘도 되는지 물어보고 오케이 하셔서 옆에 가서 체인링에서 빠진 데다 이리저리 엉킨(?) 체인을 열심히 풀어서 다시 장착시켜 드렸다. 손이 기름때 범벅이 되어 악수를 하지는 못했고 피스트 범프만 했다.
그리고 오늘은 그래블 트레일이 아니라 별일 없을 줄 알았는데 이벤트가 있었다. 타운의 일반 도로를 25마일쯤 탔을 때, 오르막에서 힘겹게 올라가고 있는 와중에, 도로변에 세워져 있던 차에서 갑자기 운전자가 손을 내밀어 나를 불렀다. 워낙 힘들게 오르던 오르막이라 자전거를 세우고 싶지 않아 속도만 줄이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는데 우리 동네에 있는 병원 ER을 가는 길을 물어봤다. ER이라니.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질문. 2~3미터 지나쳤다가 자전거를 세우고 되돌아가 다시 자세히 말해 달라고 하니 자기 스마트폰 배터리가 다 됐고 충전 케이블도 없는데 이 동네가 처음이라 길을 몰라서 난처해하고 있는 상황. 내 폰의 구글맵을 켜고 어떻게 찾아가면 되는지 알려줬다. 다행히 그 사람이 길을 잘못 들지는 않아서 그 길로 10분 정도 계속 직진하다 보면 왼쪽에 응급실이 보이는 상황이라 설명하기 쉬웠다.
항상 느끼는 건데 우리의 삶에서 끊임없이 누군가는 도움을 필요로 하고 누군가는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냥 지나친다고 나쁜 사람인건 아니다. 각자의 사정과 생각이 있는 거니까. 하지만 분명한 건 그렇게 멈춰서 도움을 주는 사람의 비율이 높을수록 나도 곤란한 순간 남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는 사회라는 사실. 세상이 모두 그랬으면 좋겠다.